▲ 일본 교토에 있는 '단바망간기념관'은 조선인들의 가혹한 광산노동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사진제공=단바망간기념관 재건 한국추진위원회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건립됐다가 적자로 문을 닫은 기념관을 다시 열기 위한 모금운동이 펼쳐진다. 김해 YMCA, YWCA, 생명나눔재단, 생명의 전화 등 시민단체와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은 9일 "일본 교토에 있는 '단바 망간기념관'의 재개관을 위한 후원회원 모집 운동을 펼친다"고 밝혔다.
 
'단바 망간'의 '단바'라는 일본지명과 철을 단단하게 만드는 광물로 총이나 대포를 만들 때 필수적인 물자인 '망간(Mn)'을 뜻한다. 일본은 침략전쟁으로 망간 수요가 급증하자 조선인들을 끌고 와 가혹한 노동을 강요했다. 김해 출신 이정호(1932~1995) 씨는 이같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사재를 털어 기념관을 건립했다.
 
이 씨는 1932년 김해면 내동리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간 후 평생을 광산에서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다 진폐증으로 1995년 사망했다. 그는 평생을 강제징용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으며, 그 열정으로 1989년 기념관을 개관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외면 속에서 아무런 재정 지원 없이 현재의 관장인 아들 이용식씨가 유업을 이어받아 모친의 연금까지 모두 쏟아가며 기념관을 운영해 왔지만 일본의 우경화 흐름과 관람객 감소로 인해 만성적 적자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2009년 5월, 개관 20년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이후 작년 6월 일본에서 '단바망간기념관 재건위원회'가 발족되었고 11월 국내에서도 '단바망간기념관 한국 재건추진위원회'가 결성되어 재개관을 위한 모금운동을 펼쳐 오는 4월 재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재개관 비용은 마련이 되었지만 운영비가 없고 일본 정부의 재정 지원도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후원이 없으면 기념관은 또 다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정권 의원은 "기념관은 일본이 저지른 야만의 역사를 기억하는 장소이며, 이곳을 지키는 것은 망각을 요구하는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저항운동이다"며 "고향 사람이 타국에서 혈혈단신으로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는데 이제는 우리가 나서서 유지를 지켜야 한다"고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어 김의원은 "기념관이 목표대로 재개관하게 되면 이용식 관장을 김해로 초청해서 강연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수학여행 등을 통해서 우리의 후손들이 뼈아픈 역사의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추진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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