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격대에 비해 많은 양의 소고기와 15일간 숙성시킨 백김치, 잎채소 겉절이, 케일장아찌 등이 어우러져 맛과 담음새가 깔끔한 오립스 상차림.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지난해 7월 말, 삼계동 삼계초등학교 건너편에 난데없이 대형 건물 하나가 들어섰다. 대지 2천300여㎡(700평)에 540명 이상 수용 가능한 이 건물의 정체는 숯불갈비전문점. 아마도 현존하는 김해의 음식점 가운데 가장 큰 규모가 아닐까 싶다. 인구 51만이 넘어 대도시의 반열에 올랐으니 이제 저 정도 외식업체 하나쯤 생길 때가 됐다 싶다가도, 과연 김해에서 저런 규모의 음식점이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그로부터 6개월. 아주 대박이 났다는 소문이 들리지는 않지만 차분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듯 보였다. 이쯤되면 대형 음식점이 가지는 의미와 오립스만의 경쟁력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도시가 개발되면 우선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다. 그 다음에는 도시기반 시설, 교육시설, 복지시설 등이 차례로 세워진다. 이렇게 주거환경이 구축되고 주민들의 입주가 시작돼 도시로서의 기능을 하게 되면 예외없이 음식점이 생겨나기 시작해 주변에는 어느새 거대한 외식타운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이건 거의 공식화된 수순이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면 마지막 순서로 대형 음식점이 들어올지 말지가 결정된다. 만약 수백 평 이상의 대형 음식점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하면, 이제 그 지역은 신도시로서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를 갖췄다고 봐도 무방하다.
 

▲ 오립스의 공간은 4개로 분할돼 있어서 여러 개의 음식점이 한곳에 모인 푸드코트 인상을 풍긴다.
왜 그럴까? 물론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시장성일 것이다. 수백 평 이상의 건물을 짓고 수십 명 이상의 종업원을 거느린 음식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인구와 구매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신도시가 들어섰다고 해서 대형 음식점이 무턱대고 세워지지 않는 것은 이러한 시장성을 확인하기 위한 '탐색'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 크게 만드는 데는 단순한 시장성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바로 외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 때문이다. 외식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단순히 밖에서 끼니를 해결할 때는 작은 음식점이 여러 개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특별한 날 의미있는 자리를 위한 외식일 경우에는 그에 어울리는 공간과 음식을 찾기 마련이다. 음식점들은 소비자들의 이런 '특별한'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서 언제부턴가 대형화되기 시작했다.
 
자가든 전세든 신도시에 거주하는 30~40대는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생각하거나 중산층이 되기를 갈구한다. 때문에 이들은 외식을 위한 음식점 선택에 있어서도 같은 욕망을 투여한다. 쾌적한 환경과 세련된 인테리어에 놀이방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발렛 파킹이 가능한 주차장까지 완비돼 있다면 메뉴는 무엇이든 상관없다. 이들이 소비하기를 원하는 것은 음식이 아니고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음식에도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이미지를 소비하는 고객을 대상으로하는 만큼 이미지에 손상이 가면 장사 접어야 한다. 따라서 위생과 안전은 가장 첫번째 조건이다. 다음으로 맛의 보편화가 이뤄져야 한다. 지역의 향토색이나 저만의 특별한 맛을 강조하는 것은 금물이다. 어느 지역에서건 남녀노소 누구나 선호할만한 맛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격. 어떤 메뉴든 상관없지만 1인당 단가가 3만 원 이상을 넘으면 곤란하다. 비록 이미지를 소비하긴 해도 엄연히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3~4인 가족이 식사를 하는 데 20만원 가까이 나오면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 오립스의 물냉면과 비빔냉면.
'외식명가 오립스'는 대형 음식점이 갖춰야 할 이러한 이미지를 넘칠 정도로 충분히 구현하고 있다. 우선 1층은 일부 공간을 제외하고는 전부 주차장으로 되어 있고 주차관리 요원이 상주한다. 1층 프론트를 거쳐 2층으로 오르면 540석 규모의 넓은 매장이 한눈에 펼쳐진다. 공조시스템에 워낙 신경을 많이 쓰고 관리 상태가 양호해 고깃집 특유의 냄새는 전혀 나지 않고 항상 쾌적한 상태를 유지한다.
 
공간은 각각 화이트빌리지, 워터빌리지, 포레스트가든, 내츄럴가든 등 4개 공간으로 분할돼 마치 여러 개의 음식점이 한 곳에 모인 푸드코트 같은 인상을 풍긴다.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와 공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해반천과 삼계동 주거단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화이트빌리지는 눈맛이 시원하고, 작은 분수와 수반이 설치된 워터빌리지는 마치 고급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6~60석 규모의 단체룸은 외관을 중국의 오래된 건물을 철거해서 수집한 붉은 벽돌로 마감한 덕에 앤티크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직접 구운 빵을 판매하는 베이커리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를 비롯해 대형 놀이방과 휴게실까지 별도로 갖추고 있다. 공간과 편의시설의 관점에서 보자면 수도권과 부산의 신도시에 있는 대형 음식점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거나 오히려 그 보다 나은 수준이다.
 
공간은 이 정도면 합격점이니 음식을 한번 살펴보자. 기본 메뉴는 생갈비, 양념갈비, 갈비살, 육회 등 일반적인 구성을 따르고 있다. 1인당 객단가를 고려해 여느 대형 숯불갈비전문점처럼 수입 소고기 중심인 것 또한 동일하다. 수입육의 경우 등급이 워낙 다양해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고기의 등급과 품질에는 나름 신경을 많이 쓰는 눈치다. 1인분의 가격은 1만 6천~2만 원 사이지만 중량이 180~200g이라 양이 제법 많은 편이다. 보통은 중량을 줄이고 가격을 낮게 책정해 상대적으로 싸게 보이도록 하는 법인데, 참 요령없는 선택이다 싶다.
 
통상 이런 대형 음식점은 고기 자체보다는 곁들여 먹는 음식과 디테일 등에서 차별성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질 좋은 참숯을 시각적인 효과와 안전을 고려해 큼지막한 뚝배기에 담아 내오는 세심함이 우선 돋보인다. 고기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채소들로는 양파와 간장소스, 백김치, 잎채소 겉절이, 그리고 케일장아찌 등이 나오는데 담음새와 맛이 두루 깔끔하다. 특히 간간하게 담아 15일 이상 숙성시킨 백김치는 오립스의 명물이라 해도 좋을만큼 알싸하고 개운한 맛이라 고기 맛을 유감없이 살려준다.
 
식사로는 된장찌개와 냉면 등이 준비되는데, 진한 멸치육수에 된장과 청국장을 섞어 끓인 된장이 제법 깊은 맛을 내고, 흔히들 소홀히 하기 쉬운 밥에도 공을 많이 들여 윤기있고 향기로운 밥맛이 특히 인상적이다. 숙성 양념장의 칼칼한 맛이 좋은 비빔냉면은 마무리로도 좋지만 양념갈비와 함께 먹으면 더할 나위 없는 궁합을 이룬다.
 
'외식명가 오립스'는 기존 대형 음식점이 추구하는 공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음식과 공간연출 그리고 서비스 등에 있어서 차별성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이는 곳이다. 따라서 가족외식은 물론이거니와 직장회식을 비롯해 크고 작은 모임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졸업과 입학 시즌을 앞두고 특별한 장소가 필요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만하다.
 
저녁은 1인당 3만~3만 5천 원 정도의 예산을 잡으면 되는데, 행여 이 가격이 부담스러우면 점심특선도 괜찮은 선택이다. 생갈비·양념갈비·양념갈비살 1인분에 된장찌개나 냉면을 곁들여 1만 3천~1만 5천 원 수준이니, 저렴한 가격에 품격있는 공간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모임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위치:김해시 삼계동 1151-3
▶예약문의:055)326-0006





박상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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