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김종길 시인은 '설날 아침에'에서 설을 맞이하는 설렘과 정취를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새삼, 난로 불로 구운 가래떡을 채 나지 않은 앞니로 끊어가며 먹었던, 어릴 적 설날 풍경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 사진=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설날이 다가왔네요. '설날'이라고 하면 왠지 설레잖아요. 낯설다는 뜻인 '설'자가 말해주듯, 한 해의 첫날을 기리는 것은 만국 공통일 듯합니다. 예부터 이날에는 집안이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했습니다. 윷놀이에서 거진 한 바퀴를 다 돈 말이 막판에 잡히면 얼마나 아쉽던지….
 
어르신들은 설날이라고 하면, 이때만큼은 배불리 먹었던 기억을 떠올릴 법 하네요. 먹거리가 귀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어머니와 누이가 전을 부치면 옆에서 딴청을 피우다 하나씩 집어먹곤 했습니다. 그러다 머리에 '꿀밤'을 맞았지만, 안 아팠어요.
 
설날은 한 마디로 '대목'이었습니다. 안 깎던 머리를 깎고, 안 사던 옷을 사고, 안 가던 목욕탕을 가고…. 아! 안 하던 게 아니라 못하던 거였군요. 흙바닥을 구르던 '얼라'들도 이때는 설빔을 입었어요. 땅만 쳐다보고 걷는 친구들이 있었는데요, 사실은 새로 산 신발을 보는 거였답니다.
 
"와! 니 신발 하나 내랐네, 어데 가노?" "킥킥~. 때 벗기러 간다 아이가."
 
그 시절에는 왜 그리 동네 목욕탕에 사람이 많았던지. 목욕탕에서 일 보는 아저씨가 탕 위에 떠 있는 때를 뜰채로 떠내는데… 어휴! 아무튼 그랬어요, 그때는.
 
요즘에는 형제·자매 수도 적고, 예전 같은 명절 분위기는 아닌가 봐요. 경제가 어렵다더니, 세뱃돈 줄 데도 없고, 줄 돈도 없고, 왠지 마음이 휑하네요.
 
그래도 설날은 설날입니다. 며칠 전, 동상동 전통시장에 가 보았더니 엄청나게 사람이 많아졌어요. 겨우내 맹위를 떨쳤던 날씨도 입춘을 지나니 한풀 꺾이는 분위기네요.
 
오늘 나온 백 열번째 신문은 설날 특집호입니다. 역학계의 '거두' 박청화 청화학술원 대표가 띠별로 올해 운세를 풀이했고요, '보드게임' 한 번 하시라고 주사위 놀이판도 만들었어요. 김해를 찾는 분들 보시라고 '둘러보고' '사고 싶고' '걷고 싶고' '맛보고 싶은' 것들을 9가지씩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새터민, 이주노동자, 결혼 이주여성들에게 설날을 맞이하는 마음을 들어본 꼭지도 있는데 요것도 볼만해요.
 
그러고 보니 우리 현명하신 조상님들은 날짜를 나누어서 항상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해놓았네요. 양력설, 입춘, 설날…. 설날을 맞아 이쯤에서 새해 다짐을 되짚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 "아니 벌써! 설날이 다가왔네, 다시 한 번 새해 결심을 해볼까?" 요렇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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