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장의 학력 위조 사실이 언론을 통해 지역사회에 다 알려졌고, 하물며 해당 학교의 학생들도 그 사실을 다 아는 마당에 어떻게 교장이 얼굴을 들고 학교에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병가를 내서라도 학교에 나오지 말아야죠!"
 
며칠 전 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교장 학력 위조 사건'의 진원지인 김해 A 초등학교의 학부모였다.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의 학력까지 위조한 문제의 B 교장을 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자녀가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서 "민망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학부모는 그러면서 "B 교장을 조속히 해임할 방법이 없겠느냐?"며 기자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경남도교육청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이다. 위조 학력 행사 혐의에 대한 법적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현재로선 징계에 대한 명분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이다. 결국, B 교장의 사퇴는 그의 양심과 의지에 맡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B 교장을 만나 그의 입장을 들어본 적이 있는 기자는 B 교장이 스스로 학교에 나오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우선 지역 여론이 심상치 않다. 김해교육연대는 지난 14일부터 1주일간의 일정으로 A 초등학교와 김해교육지원청 앞에서 B 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와 집회를 열고 있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B 교장의 윤리의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날이 갈 수록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한 '학벌이 교장직 수행에 그렇게 중요한가?'라는 식의 물타기용 여론도 쏙 들어가 버렸다. 이 와중에 김해 교육계 전반에 대한 불신 풍조마저 조성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사건의 내막을 잘 모르는 이 학교 학생들도 교육연대의 1인 시위를 지켜보면서 연일 학교장에 대해 수군거리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스승의 도덕성을 입에 올린다는 건 낯 뜨거운 일이다.
 
학교 교사들도 술렁이고 있다. 얼마 전 A 초등학교는 해당 학교 교사들을 상대로 전출 희망 여부를 조사했다. A 학교를 떠나고 싶다고 밝힌 교사는 총 17명. 이 중에는 B 교장이 학교에 남으면 꼭 A 학교를 떠나고 싶다고 밝힌 교사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반해 전입 희망자는 5명에 불과했다. 학교와 학생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B 교장은 마땅히 스스로 교편을 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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