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민원 왜 해결 안될까

'공사로 벽에 금이 간 마을' '이유 없이 수돗물인 끊긴 마을' '공장 조성으로 농지가 사라지는 마을'….
 
진례면 산본리 관동마을에서는 산짐승 탓에 매년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장유면 부곡리 냉정마을은 TV 난시청지역이어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장유리 모산마을은 주민들이 모여 쉴만한 마을회관이 없다. 한림면 장방리 대항마을은 마을 한가운데를 지나다니는 승용차 운전자들이 버린 쓰레기가 걱정거리이다.
 
이처럼 고질적인 마을 민원들은 이장을 통해 면과 시로 전달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나 대안 마련은 요원한 실정이다. 주민들 대부분이 생업으로 바쁜데다 마을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룰 만한 청·장년층이 없어 주민들이 고통을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다.
 
간혹 총선이나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 때 마을 민원이 후보자의 공약으로 거론될 때가 있다. 하지만 도시지역보다 표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말 그대로 '반짝민원'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농촌이 홀대받는다는 볼멘소리가 괜한 엄살이 아니다.
 
장유리의 주민 이 모(70) 씨는 "젊은 사람들이 있으면 인터넷을 통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하겠지만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거나 여력이 있는 주민들이 거의 없다"며 "시정설명회 등에서 문제 제기를 해보려고 해도 다른 현안에 밀려 무시되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지방행정 전문가들은 김해시가 마을 민원을 조사하고 조정하는 전담 부서를 설치해 실태조사를 하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또 고속도로, 택지개발, 공업단지·산업단지 조성 등 개발로 인해 발생한 민원의 경우 마을 주민과 시행·시공업체 사이의 갈등을 조율할 속칭 '갈등관리기구' 구성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농촌지역을 지역구로 둔 시의원들이 지역구에 밀착하는 의정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김해시의회 시의원은 "농촌이 난개발, 환경오염, 생활 편의시설 부족 등 각종 민원으로 시달리는 점에 대해 시의원으로서 송구스럽다"며 "시의원은 자기 지역구의 대변자인만큼 좀 더 대표성을 가질 수 있도록 소선거구제로의 개편과 함께 민원을 해결하려는 시의원 개인의 강력한 의지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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