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와 '연애'의 낱말풀이가 달라졌다. 원래 '연인'은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 '연애'는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게 달라졌다는 말씀. 뭐가 달라졌냐고? 이전까지 '연인'은 서로를 사랑하는 두 '남녀'였고, '연애'는 '남녀'가 서로를 사랑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남녀'가 '사람'으로 바뀌었다.

읽은 지 10년도 더 지났지만, 문득 떠오를 때마다 마음에 따뜻한 물이 고이는 연애소설이 한 편이 있다. 뭐랄까.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사랑에 관한 철학을 다시 생각하게 한 책이다.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작가로 불리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반짝 반짝 빛나는>이다. 에쿠리 가오리는 우리나라에서 <냉정과 열정 사이>로 유명세를 탄 작가이다. 현실의 본질적인 고독과 결핍, 그리고 소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가진 작가이다. 그녀의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마니아층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반짝 반짝 빛나는'은 동성애자인 남편과 알코올 중독자인 부인, 그리고 남편의 애인. 평범하지 않은 이 세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는 작품이다.
 
중매로 만나 결혼한 부부는 일상적인 사랑의 감정과 표현을 교류하지 못한다. 부인은 남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남편이 완벽하게 집안일과 바깥일을 모두 하기 때문이다. 부인은 남편을 위해 침대 시트 다림질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한다.
 
그러다가 이들 부부는 아이를 가지는 일로 본격적으로 갈등하기 시작한다. 부인은 남편과 남편의 '연인'의 정자를 모두 담아 인공수정을 하고 싶어 한다. 어쩌면 이런 생각까지 할 수 있을까 싶지만, 부인의 생각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원하는데, 그 남편이 사랑하는 '연인'의 아이도 함께 가지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이 일로 인해 자신의 '연인'에게 주먹질을 당한다. 부인을 힘들게 만들었다는 이유다.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사랑은 미묘한 삼각구도를 이루는데,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놀라울 정도로 이타적이다.
 
책 속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은사자라고 아세요? 색소가 희미한 사잔데 은색이랍니다. 다른 사자들과 달라 따돌림을 당한대요. 그래서 멀리서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한다는군요."
 
우리 사회도 이제 이런 은사자들을 따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다른 은사자들도 따돌림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상식'이라는 이름을 붙인 자신만의 잣대로 타인을 재단하려 한다. 그것은 반대로 언젠가는 또 나를 향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 속 주인공들의 사랑을 나의 상식으로 재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나이불문, 국적불문, 성격불문, 육체적 결함 불문. 내가 지금까지 깨달은 사랑은 그렇다. 그 어떤 구속도 없는 것이 사랑 아닐까.
 
그러니까 멀쩡한 사람들도 자신의 사랑을 따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손만 내밀면 가질 사랑을 내던져두고 이기적으로 외로워하지 말자. '반짝 반짝 빛나는' 사랑이 바로 옆에 있는데….


Who >> 김혜란
마산 출생. 전문방송인. 마산mbc방송국에서 방송일을 시작했다. <아구할매> <라디오광장> <별이 빛나는 밤에> <정오의 희망곡> 등 시사 프로그램과 음악 프로그램 진행자와 <아구할매> <우리가락 시나브로> 구성작가로도 활동했다. 2006년 부산 PSB로 옮겨 현재 KNN에서 <김혜란의 뮤직박스>진행과 <물은 생명입니다> 등의 성우로 활동 중이다. 공기 좋은 김해 장유에서 9년째 살고 있는 것이 목소리 유지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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