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에는 '금관성파사석탑(金官城婆娑石塔)'이라는 제목으로 현재 허왕후릉 앞에 있는 파사탑 또는 진풍탑(鎭風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김해 호계사(虎溪寺)의 파사석탑은 옛날 이 고을이 금관가야일 때 세조(世祖) 수로왕의 왕비이신 허왕후께서 동한(東漢) 건무(建武) 24년 갑신(甲申:48)에 서역(西域:인도) 아유타국(阿踰國)에서 싣고 온 것이다. 처음 공주께서 부모의 명을 받들어 바다에 배를 띄우고 동쪽으로 가려는데 물결 신의 노여움에 막혀 어쩔 수 없이 돌아가서 부왕(父王)께 여쭸다. 부왕이 이 탑을 싣도록 하자 쉽게 항해할 수 있어 남쪽 바닷가에 배를 대었다. 붉은 돛, 붉은 깃발에다 구슬로 장식한 아름다운 배가 나타났으니 지금 그곳을 주포(主浦)라고 한다. 허왕후가 처음 언덕 위에 비단 바지를 벗어 놓은 곳을 능현(綾峴)이라 하고, 붉은 깃발이 처음 들어온 바닷가를 기출변(旗出邊)이라고 한다. 수로왕은 예의를 갖추어 맞이하고 함께 150여년 동안 나라를 다스렸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시를 읊어 찬양하고 있다.
붉은 돛배에 가득 실은 붉은 깃발 가벼워라 | 載厭緋帆茜旆輕(재염비범천패경) | |
허왕후가 처음 들어왔다는 용원 바닷가는 부산 신항(新港)과 주변의 공장 건물들로 둘러싸여 그 옛날 바다의 모습이 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신하들이 허왕후를 기다렸다는 망산도(望山島)와 배를 매었다는 유주암(維舟巖)이 남아 있고, 근래에는 유주정(維舟亭)을 세워 그 옛날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신비로운 만남을 증언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이광사(李匡師:1705∼1777)는 '붉은 깃발을 맞이하다[迎旗(영천기)]'라는 제목으로 노래하고 있다. 이 시는 무려 60구로 이루어져 있어 한꺼번에 보기에 거북하다.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나누어서 감상하도록 하자.
김해의 수로왕 | 金海首露王(금해수로왕) | |
동쪽 바다로 비단 치장 배 오는데 | 東海綵船來(동해채선래) | |
천을성은 앞에서 길을 이끌어주고 | 天一前導引(천일전도인) | |
배에서 내려 김수로왕과의 만남을 위해 낮부터 밤까지 이동하는 허왕후의 행차를 묘사한 것으로, 시인은 온 우주가 그녀를 김수로왕에게 인도하고 둘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표현하여 둘의 만남이 천지자연의 당연한 뜻임을 강조하고 있다.
태극은 다음 잔을 올리고 | 太極奠亞獻(태극전아헌) | |
허왕후께선 마음이 좋지 않아 | 許后心不樂(허후심불악) | |
엄경흠 부산 신라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