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이러니 일보다 줄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번 인사 사령장의 도장도 안 말랐는데, 또 전보?' '법에 보장된 공무원 신분을 거의 유린하다시피 했다'….
 
올해 처음 단행된 김해시의 인사를 두고 말들이 많다. 업무처리와 관련해 직위해제됐던 고위 간부가 뚜렷한 설명 없이 복귀를 했고, 상당수의 중간 간부들은 영문을 모른 채 자리를 옮겨야 했다. 급기야 인사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금품수수 의혹도 불거졌다. 원칙·공정·중립·엄정 같은 단어 대신 줄·편·학연·지연 등 조잡한 선거판에서나 어울릴 법한 단어들이 난무했다. 김맹곤 김해시장은 2010년 7월 이후 수 차례 인사를 단행했는데, 그때마다 잡음이 심하게 일었다. 여론은 '무원칙' '회전문' '측근·보은' '불통' 인사라고 비판했지만 인사는 유유히 단행됐다.
 

한 시민단체 대표는 "시민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할 민선 시장이 시민을 오히려 짜증나게 한다. 청렴을 외치지만 인사를 보면 이 말은 공염불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지역정가에서는 "김 시장이 내세우는 재정건전성 강화, 외국기업 유치 등의 치적이 인사 논란 탓에 한방에 '훅' 갔다. 시장이 인의 장막 속에 들어있는지, 이런 얘기를 못 알아듣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식의 '불통'과 시민 무시 행태는 비단 시정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역정가에서도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홍어X' 발언을 해 국민들을 불쾌하게 했던 새누리당 김태호(김해 을) 국회의원은 지난 18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징계심사소위원회에서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처분을 받았다. 징계심사소위 김태흠 위원장은 "국회의 정치쇄신과 품위유지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라고 징계 이유를 밝혔다. 지역 유권자들이 이 결과 앞에서 허탈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징계소위 결정 이후 김 의원은 이렇다 할 반응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만형만제(만 명의 형과 만 명의 동생)' 운운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친화력을 자랑하던 김 의원답지 않은 소심함이다. 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징계 결정 사실은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은 채, '문제는 정치다'라는 슬로건이 적힌 대선 경선 포스터와 '차기 대권주자' 관련 보도가 누리꾼들을 맞고 있다. 국회의 경고와 유권자들의 불편한 마음 쯤은 아랑곳 않는 김 의원의 태도를 보고 있으면,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김 의원이 '유권자들을 홍어X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식의 학습효과 때문일까? 풀뿌리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의회에서도 무반성과 시민 무시 행태가 심심찮게 발견된다.
 
지난해에 '여성의원 비하 막말 파문' 탓에 김해시의회는 전국적인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이에 시의회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통해 성찰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대회의실에서 열린 성희롱 예방교육때 참석한 시의원 수는 대여섯 명에 불과했다. 일부 의원들은 불참 사유를 두고 '체통' 운운해 실소를 자아냈다. 게다가 성희롱 교육의 빌미를 제공한 당사자도 불참했다.
 
한편, 김장철이 지나서 그런지 '무 값'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김해시정과 지역 정가에서는 '무'원칙과 '무'반성, '무'염치 덕에 '무(無) 값'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흔히 사회 지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고 한다. 최근 김해지역 지도층 인사들의 발언과 행태를 보고 있으면, 그들은 이 말을 '노(NO)블레스 오블리주'로 풀이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자의 기우일까?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