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식 인제대 교수

즉흥적 난개발은 경관과 문화재 파괴
각종 심포지엄 통한 브레인 스토밍 등
무엇을 세울지보다 무엇을 할지가 중요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이영식(사진) 교수는 자연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계속 가져가기는 어렵겠지만,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김해가 겪는 난개발의 폐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상동면과 대동면의 차이를 보면 난개발 양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며 "대동에서 상동 쪽 경계를 지나 얼마 못 가 공장 안내 표지판이 나오기 시작한다. 한 골짜기에 공장이 200여 개씩 있는데, 회복이 어려울 만큼 난개발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개발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례면 고모리에는 숟가락으로 떠낸 듯한 작은 분지 안에 고령마을이 있다. 이곳은 골프장 공사가 한창이다. 신선이 살 법한 마을인데 북쪽 산을 깎아서 완전히 망쳐 놓았다. 고령마을에 문화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경사도도 높지 않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경관이 김해시의 자산이라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그런데 시 전체를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한 종합계획조차 없다"며 "누가 시장이 되든 절대 마음대로 손 댈 수 없는 확고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지역개발은 즉흥적으로 하면 경관을 훼손하고 문화재를 파괴하게 된다. 권역 구분부터 빨리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놀랄 '경'자 경전철 같은 실패를 외곽에서 반복하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김해 발전의 엔진 역할을 하는 김해학 연구센터 설립이 절실하다"며 "김해발전전략연구원이 있지만, 1억 원 남짓 예산에 7개 연구 과제를 수행하다 보니 제대로 안 된다. 어떤 과제는 연구비가 800만 원에 불과한 탓이다. 도시개발공사를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그럴 시대는 지났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김해학 연구센터는 시가 하지 못하는 심포지엄 등을 통해 '브레인 스토밍'을 할 수 있다"며 "한림 금곡마을은 들어가는 입구와 나무가 숲을 이루고 낡은 버스 정류장이 운치 있는 곳이다. 여기에 또 골프장이나 공장이 들어서게 할 것인가. 일본 미야자키현 아야초 마을은 운카이 주조를 유치해 규슈 제일의 살기 좋은 마을로 거듭났다. 방문객들이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고 온천을 하고 잠을 자며 쌈짓돈을 풀고 간다. 기업이 들어왔지만, 난개발 되지 않고 마을과 융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장이머우 영화감독은 시안, 구이린, 푸캉에서 수상 오페라를 만들었다. 등장배우 500여 명이 지역 농민이다. 장이머우 감독이 하겠다고 했을 때 모두 '반신반의'했다"며 "우리도 지역 박물관이나 기업이 콘텐츠를 만들도록 지원하자.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열어 요리교실, 막걸리 체험교실을 벌이도록 도와주자. 관련 인력이 상주할 수 있도록 인건비를 지원하고, 김해학센터가 콘텐츠를 공급하면 된다. 무엇을 세울지보다 무엇을 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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