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생활포럼을 이끌고 있는 한솔병원 홍태용 원장이 사무실에서 집무를 보고 있다.
지역문제 고민하고 대안찾는 지속가능한 포럼 지향
회원들과 장학 사업·해외 의료봉사로 다방면 헌신

외할머니와 올해 중학교에 진학할 동생을 돌보며 살고 있는 민강이(20·여)는 이달 초 뜻밖은 선물을 받았다. <김해뉴스>에 소개된 가족 사연(1월 5일자 2면)을 접한 독지가들이 장학금 100만원을 마련해 내놓은 것이다. 올해 음대에 진학하게 돼 돈들어 갈 곳이 많아진 민강이에게 이 돈은 한 줄기 빛과 같았다.

한 푼이 아쉽던 민강이에게 희망을 전해준 사람들은 김해한솔병원 홍태용(46) 원장이 이끄는 김해생활포럼(이하 김해포럼) 회원들이다. 홍 원장과 김해포럼 회원들은 지난해 12월 1일 찻집 행사를 통해 760만원을 마련했다. 1만원하는 티켓 1천장을 팔고 후원금까지 거둬 생활이 어려운 김해의 고등학생 8명, 대학생 4명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홍 원장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자는 취지에서 포럼 회원들과 함께 장학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회원들 대부분이 공익적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어서 흔쾌히 동참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 창립된 김해포럼의 활동은 장학사업만이 아니다. 장학사업은 오히려 곁가지에 불과하다. 문화, 교육, 경제, 정치 등 김해 지역사회가 내포한 다양한 문제점들을 격의 없이 토론하고 대안을 찾아보자는 것이 김해포럼이 지향하는 목표다.

홍 원장은 "부산의 경우 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가마뫼 미래 마당' 등 다양한 포럼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의 문제와 대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서 "김해에는 지속 가능한 포럼이 없어 지역의 뜻있는 인사들과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홍 원장은 김해포럼을 통해 생활체육 진흥방안과 아동성폭력 예방 대책이라는 주제로 벌써 2번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특히 첫 번째 토론회에는 마라톤 영웅 황영조씨가 강사로 초빙돼 지역사회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올해 2월 27일에는 국립김해박물관에서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문화도시 김해'를 주제로 3번째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홍 원장는 "김해는 다양한 문화 인프라가 있음에도 이를 채울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면서 "이번 토론회를 통해 김해를 명실상부한 문화도시로 만들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김해포럼이 순탄한 과정을 밟아 성장해온 것은 아니다. 창립된 이후 2년 가까이 휴지기를 겪다 지난 2008년 홍 원장과 옥영숙 당시 YWCA 사무총장이 공동대표를 맡게 되면서 다시 활발한 활동을 재개했다. 현재 옥영숙 대표는 김해시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한 상태다.

홍 원장은 김해포럼만 이끌고 있는 것이 아니다. 1998년부터 의사들이 주도가 된 의료봉사단체 '열린 의사회'에 가입해 의료환경이 열악한 몽골, 베트남, 터키 등으로 의료봉사를 다니고 있다. 해외로만 의료봉사를 다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열린 의사회 영남본부 의사회장을 맡아 국내 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처럼 '오지랖 넓은' 성품은 전적으로 유전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국전쟁 고아로 김해에 정착한 홍 원장의 부친은 버스운전을 하면서 어렵게 자식들을 공부시켰지만 동네 거지들을 다 불러모아 밥 먹이고 돈 챙겨주기 일쑤였다고 한다.

홍 원장은 "선친이 두 개를 가질 수 있으면 하나만 가지고 하나는 남에게 주라고 가르치셨다"면서 "그런 부친을 보고 자라서인지 병원을 개원하고 경제적 안정을 찾아가자 돈과 관계없이 환자를 치료하고 싶어졌다"고 회고했다.

홍 원장의 의료봉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홍 원장은 "한 번 해외 의료봉사를 나가면 400만원 가량 자비가 들지만 봉사하면서 받는 영감과 여운으로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봉사는 중독된다고 단언했다. "전에는 6개월에 한 번 정도 의료봉사를 나가면 그 다음 6개월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었는데 주기가 5개월, 4개월, 3개월로 점차 짧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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