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어머니회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이 읽는 책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그 책을 통해 어린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는 동안 오히려 어른인 내가 그 책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걸 느낄 때가 많다.
 
<마들린느와 쥬네비브>는 루드비히 베멀먼즈의 그림책으로, 칼데콧 상을 받은 작품이다. 칼데콧 상은, 매년 여름 미국 도서관협회 분과인 미국어린이도서관협회에서 그해 가장 뛰어난 그림책을 쓴 사람에게 주는 문학상이다.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인 루드비히 배멀먼즈의 그림책은 그림 속을 자세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작가는 스케치풍의 간결함이 있는가 하면 세밀하게 구석구석을 속속들이 이야기하는 복잡함을 적절하게 섞어서 사용한다. 그래서 절묘한 리듬이 생긴다.
 
마들린느가 강에 풍덩~ 빠지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다. 경관들이 긴 막대기를 들고 오는가 하면, 오른쪽 아래에선 낚시꾼이 풍덩 소리에 놀라 미끼를 문 물고기를 급하게 끌어올리다 그 옆에서 그림을 그리던 화가의 이젤 앞에 물고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다리 위에서는 마들린느의 기숙사 친구들과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참으로 볼 게 많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장면이다.
 
프랑스의 풍경을 담은 배경 그림은, 문화의 차이는커녕 책을 보는 사람이 한번 쯤은 겪어본 일이라고 생각할만큼 친근하고 따뜻하게 다가온다. 강에 빠진 마들린느를 구해준 영리한 개 쥬네비브를 서로 데리고 자겠다며 소동을 벌이는 기숙사 꼬마들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 깜깜한 암전의 바탕 위에 그려진 꼬마들의 영상은, 쥬네비브를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준다. 어른이 보더라도 이 그림책은 그야말로 심심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흥미롭다.
 
기숙사를 찾아온 고위층 손님에게 쫓겨난 쥬네비브. 그를 찾아다니는 꼬마들의 외침은 책갈피를 뚫고 튀어나올 듯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작가는 숨은그림찾기의 대상으로 복잡한 공원을 던져주고, 독자들까지 숨죽이며 쥬네비브를 찾도록 만든다.
 
밤이 되어 홀로 된 마들린느는 기숙사 창가에 우두커니 기대어 쥬네비브를 애타게 기다린다. 마들린느의 간절한 소원을 하늘이 들어준 것일까. 기적처럼 돌아온 쥬네비브는 얼마 후 강아지를 12마리나 낳아 꼬마들을 기쁘게 한다. 이젠 밤마다 서로 쥬네비브를 차지하려고 소동을 벌이는 일도 사라졌다. 기숙사 아이들의 산책길에서는 꼬마 하나, 강아지 한 마리가 짝을 맞추고 있다. 소동과 갈등으로 야단법석이던 기숙사에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마들린느는, 키는 작아도 씩씩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로서의 임무를 완수한다.
 
이 그림책은 허위의식으로 가득 차 있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고 있다. 또한 아이들의 맑은 영혼은, 만물과 인간이 공존한다는 우주의 원리를 이미 통째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말해주고 있다. 아이들만 읽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Who >> 정경화
경남 밀양 출생. (사)김해색동어머니회 회원. 김해YMCA레이디싱어즈합창단 단무장. 경남도교육청 지혜나눔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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