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성동고분군 91호분에서 발견된 로만 글라스의 손잡이 윗부분. 사진제공=김해시
대성동고분군서 '로만글라스' 발굴
경주서 발굴된 것보다 70년 앞서
중앙박물관 "신라와 다른 교역단계"
오는 8월 대성동고분군 10주년 행사 때
국제학술회의서 '국내 최고' 논의키로


"신라보다 70년 전에, 가야에 로만글라스가 전해졌습니다."
 
'로만글라스(Roman glass)'는 로마제국 시기에 로마(Rome)와 로마의 속주(이탈리아 반도 이외의 로마 영토)에서 만든 유리제품을 말한다. 이 유리제품들은 로마제국의 극동지역에서도 교역됐는데, 그 결과 한국·중국·일본 등지의 고분에서도 관련 유물이 출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주 월성로 가13호분에서 발굴된 로만글라스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 김해에서 그보다 70년 앞서 수입된 로만글라스가 발굴돼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에 김해 대성동고분군 7차 학술발굴조사(2012년 6월 4일~9월 26일 실시)에서 금관가야의 국력과 국제성을 보여주는 유물이 대거 출토돼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성의 척도일 수 있는 로만글라스까지 추가로 확인된 것이다. 로만글라스가 나온 고분은, 왕급 무덤인 91호분이다.
 

▲ 로만 글라스의 참고 사진으로, 붉은 점 부분과 같은 형태의 조각이 91호분에서 발견됐다.
발굴 당시에는 유리병 손잡이 조각의 형태로서, 도굴로 인해 약 5㎝정도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발굴조사팀은 대성동고분박물관과 유물보존처리 협약을 한 국립김해박물관(관장 김정완)의 협조를 받아,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 보존과학팀(팀장 강형태)에 유리조각의 성분을 분석, 의뢰했다. 보존과학팀은 주사전자현미경에 부착된 에너지분산형 분광분석기를 통해, 유리조각의 미량 성분 및 동위원소비에 대한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이 유리조각은 소다 유리(soda glass)인 것으로 밝혀졌다.
 
로만글라스를 만드는 데 쓰이는 소다 유리는 지중해 인근의 서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유리로서, 칼슘 함량이 높은 반면, 알루미나 함량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동아시아의 유리는 그 반대이다. 대성동91호분 출토 유리조각의 성분은 칼슘 함량이 5.3% 높고, 알루미나 함량이 3.2% 낮은 소다 유리로 분석됐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팀은 "이번에 출토된 로만글라스는 경주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계통이지만 미세한 차이가 있다. 로만글라스를 제작한 집단은 여러 군데에 있었는데, 경주의 로만글라스를 만든 집단과 같은 집단에서 제작한 것은 아니다. 육안으로 보면 차이가 없다. 신라와는 다른 교역단계를 거쳐 가야로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대성동고분박물관 운영담당 송원영 학예사는 "한반도에서 출토된 로만글라스는 신라, 특히 경주지역에서만 발견되어 왔다. 이번에 91호분에서 발견된 유리 조각은 로만글라스와 같은 성분이면서 70년이나 앞선 것으로 밝혀져, 금관가야가 중국 삼연계를 통해 독자적으로 입수한 역사를 짐작하게 한다"며 "로만글라스의 경우 가야가 신라보다 원류라고 주장할 만한 근거로 볼 수 있다. 그 부분은 오는 8월에 열릴 국제학술회의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해시는 로만글라스를 비롯해 7차 학술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오는 8월 개관 1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전시회를 통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때 발굴 성과를 학계에 알리는 국제학술회의도 함께 개최한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