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뉴스>에 소개하고 싶은 분이 있어요. 현재 김해동화구연협회에서 활동하고 계신 어르신인데요. '산신령 할아버지'로 유명한 분이랍니다." 김해동화구연협회 변정원(50·여) 회장이 하루는 전화를 걸어와 '산신령 할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변 회장과 함께 지난 8일 김해문화의전당 '변정원 스토리하우스'에서 그 '산신령 할아버지'를 만났다. 올해 76세인 전효석 씨였다.

말끔한 정장에다, 동글납작한 빵모자를 멋드러지게 쓴 전 씨는 최소한 나이에 비해 젊게 사는 인물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2005년까지 해운업에 종사했는데, 평생 해오던 일을 그만두고 나니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 들더군요. 2007년이었어요. 김해문화원에서 마련한 실버교양강좌를 통해 동화구연을 처음 접하게 됐죠."
 
김해문화원에서 3개월간 동화구연의 기초를 배운 그는, 그해 김해동화구연협회가 개최한 성인동화구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그리고 김해동화구연협회의 회원이 됐다. 동화구연가로서 '인생 2막'을 시작한 그는 이후 7년간 유치원, 어린이집 등을 돌며 아이들에게 동화구연과 인형극을 선보이는 봉사활동을 해왔다. 전 씨는 2009년 김해YWCA가 주최한 제10회 성인동화구연대회에서도 내로라 하는 동화구연가들을 제치고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김해동화구연협회 이사이며, 성인동화구연대회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자식들 자랄 땐 엄한 아버지였지만 친근한 할아버지 되고자 동화구연 배워
실버교양강좌에서 배워 봉사활동 시작
각종 대회 대상 차지해 실력 인정받아
해운업 종사 때 익힌 영어·일본어로 외국인력센터서 외국어봉사단 활동도


내심 전 씨의 동화구연 실력이 궁금해졌다. 관객이라곤 기자와 변 회장뿐인 곳에서 조심스레 전 씨에게 동화구연을 부탁했더니, 전 씨가 커다란 소품가방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뒤, 산신령의 트레이드마크인 하얀 수염과 가발을 착용한 전 씨가 산신령 연기를 시작했다.
 
"어험! 이 금도끼가 네 도끼냐! 아니면, 이 은도끼가 네 것이냐! 빨리 고하지 않으면 쏙 들어가버린다!" 지켜보던 변 회장이 웃음을 터트렸다. "김해에서 이 분보다 산신령 역할을 잘 해내실 분이 또 있을까요?" 변 회장은 전 씨의 연기를 칭찬했다. 아닌 게 아니라, 배역에 따라 몸짓과 표정은 물론, 목소리 톤까지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연기하는 전 씨의 모습에 입이 딱 벌어졌다. 그가 1937년생이란 사실마저 잊어버렸을 정도였다.
 
"산신령 역할을 하는 동화구연가 중에는 젊은 남자도 많아요. 하지만 김해엔 나이든 산신령이 저 하나밖에 없는지 길을 가다보면 꼬마들이 저를 알아보곤 '산신령 할아버지다!'라며 꾸벅 인사를 해요. 정성들여 산신령 분장을 했는데, 영 신통치 않은 모양이네요."(웃음)
 
전 씨는 김해에서 활동 중인 남성 동화구연가들 중 최고령자다. 사실 70세가 넘는 남성 동화구연가는 전국적으로도 그리 많지 않다.
 
▲ 김해동화구연협회 전효석 이사가 산신령 분장을 한 채 동화구연을 하고 있다.
"저는 자식들에겐 엄한 아버지였어요. 하지만 손자들에겐 친근한 할아버지가 돼야겠다는 생각에 동화구연을 꾸준히 배운 겁니다. 몇 번 손자들을 앉혀놓고 동화구연과 인형극을 해줬더니, 손자들이 저더러 '멋쟁이'라고 합디다.(웃음) 이 보다 더한 보람이 어디 있겠어요? 무대에 오를 정도의 다리 힘만 남아있으면 동화구연가로 계속 활동할 생각입니다."
 
동화구연 공연이 없는 날에도 전 씨는 일정이 빠듯하다. 그는 현재 김해시자원봉사센터의 외국어봉사단원으로, 외국인력지원센터의 한국어 도우미로도 활동하고 있다. 해운업에 종사했을 때 익힌 영어와 일본어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고민이 생겼어요. 영어와 일본어를 쓰고 해석하는 것까진 잘 되는데, 말하는 게 서툴러요. 일주일에 한번 스터디그룹 활동을 하며 외국어 말하기 공부를 하고 있는데, 실력이 잘 늘지 않아요. 어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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