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적 과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100만원 이하 지원받는 사업 수두룩
도움 되기보다는 '아편'에 불과
양질사업 가리기 위한 기초자료 조사 후
우선순위 정해 집중 지원·육성해야

김해시의 문화예술 지원정책이 한정된 예산을 일률적으로 분배하는 데서 탈피, 필요한 분야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김해시의 사회단체보조금은 총 9억 1천947만 5천 원이다. 이중 문화예술과가 집행하는 보조금은 2억 1천만 원으로 비중 자체는 낮지 않다. 하지만 문화예술과가 지원하는 사업이 115개나 된다. 100만 원 이하 사업이 수두룩하고 75만 원짜리도 있다.
 
김해미술협회만 해도 정기전에 200만 원, 어린이 미술대회에 150만 원을 지원받는 수준이다. 그나마 격년제인 한일교류전이 열리는 해에는 500만 원을 받는다. 미술보다 작가 수가 더 적은 무용, 사진 등의 분야는 이마저도 어렵다.
 
문화예술인에게 창작지원금은 가뭄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한다. 최근 경남발전연구원(원장 김정권, 이하 경발연) 조사에 따르면 경남지역 문화예술인의 월 평균소득은 186만 원이다. 문화예술 분야는 소득편차가 심하므로 중위소득은 더 낮다. 응답자의 34.2%가 한 달에 100만 원을 벌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이번 경발연 조사에서 자문위원이었던 이선엽 전 김해예총 사무국장은 "김해시 입장에서는 골고루 나눠주면 일이 편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잘게 쪼개진 예산은 아편에 불과하다"며 "독하게 마음먹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잘하는 사업이 나오고 국·도비도 받을 수 있는 역량이 길러진다"고 강조했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국·도비를 받으면 창작여건은 확연히 달라진다. 시에서 지원받을 때 수백만 원이 나온다면, 도는 수천만 원, 중앙정부는 '억'이 들어가는 지원사업도 많다. 하지만, 이번 경발연 조사에서 중앙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아봤다고 응답한 비율은 경남 전체에서 13명(0.9%)에 그쳤다. 대표선수를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양질의 사업을 가려내기 위한 기초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경발연 조사는 경남지역 문화예술인 1천 5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 중 김해에서 활동하는 응답자는 103명이다. 지자체별 형편을 알아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응답자 숫자다. 경발연도 "통계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워 시·군별 분석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행히 김해문화의전당은 올해 2천500만 원을 들여 김해 문화예술인 지표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어떤 상황인지를 알아야 다양한 지원책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문화예술인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지표조사가 끝나면 양적 분석을 거쳐 질적으로 옥석을 가리는 노력을 시작하기로 했다. 또, 역량은 있지만 기획력이 부족해 국·도비 지원사업에 엄두를 못 내는 문화예술인을 위해 교육도 할 예정이다.
 
이영준 김해문화의전당 전시교육팀장은 "문화예술 지원은 산업적 측면과 복지의 측면이 있다. 공적인 지원으로 저변이 넓어지면 삶이 더 풍요로워지므로 복지의 측면도 있다"며 "그런데 문화예술은 생산량 같은 수치로 평가하기 어려워 지원대상을 정하기 어렵다. 실태조사가 이뤄지고 나면 지역 문화예술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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