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문화의전당은 일반적인 평범한 회사가 아니다. 현대인에게 문화와 예술은 이제 거리를 두고 멀리서 바라만 보는 소수자의 특권이 아니라, 누구나 즐기고 경험할 수 있는 생활의 한 부분이기에, 김해문화의전당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특히 공연과 관련된 업무는 무대를 꾸미고 준비하는 사전 작업으로 분주하다. 많은 이들의 여가를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마음을 풍족하게 해줄 수 있는 이 일은 종사자에게는 자신의 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다른 이에 비해 늦게 가정을 꾸린 입장에서 20년을 고수해 온 생활의 패턴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두 아이의 가장으로, 한 사람의 남편으로 내 점수는, 그래서 늘 50점을 밑돈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고, 평일에는 깊은 밤 모두가 잠이 든 후에야 집으로 돌아간다. 이런 일상의 반복은 나로 하여금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끔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 후배에게서 건네받은 책 한권으로 인해 가치 있는 삶에 대한 해답을 엿보게 됐다. 그 책이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하고 싶은 <청소부 밥>이다. 토드 홉킨스와 레이 힐버트가 지은 이 책은 단순한 지침서라기보다,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그 소중함을 지나쳐버리기 쉬운 내용이다. 식상할 정도로 들어온 성공이나 자기계발이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기본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 책은 6가지의 지침을 사장 로저와 청소부 밥 아저씨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우연히 만난 청소부 밥과 로저의 이야기로 이 책은 시작된다.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온 젊은 CEO 로저는, 자신에게 다가온 현실은 성공한 사업가보다 '아내와 아이들이 재산 반을 가지고 떠나거나 그전에 사무실에서 과로사로 죽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며, 자신의 처지가 너무 힘들고 괴롭다고 말한다. 그런 로저에게 밥은 일주일에 한 번 씩 자신의 아내 앨리스와 함께 지키는 6가지 법칙을 가르쳐주기로 한다. 그 여섯 가지의 지침은 아래와 같다.
 
첫 번째, 지쳤을 때는 재충전을 하라. 두 번째,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세 번째, 투덜대지 말고 기도하라. 네 번째, 배운 것을 전달하라. 다섯 번째, 소비하지 말고, 투자하라. 여섯 번째, 삶의 지혜를 후대에 물려주라.
 
로저는 밥의 지침을 하나, 둘 배우고 지켜나간다. 그러는 동안 로저는 바뀌어 간다. 스스로가 크게 바뀌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로저의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지혜로운 삶을 배울 수 있는 작은 계기를 만들어 본다. 이 책은 우리가 꿈꾸고 있는 행복은 무엇인지, 그리고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를 잠시 쉬어가며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밥 아저씨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목표를 위해 열심히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담담하게 이야기해준다. 그렇게 달려가기만 하면, 삶의 소중함을 지나칠 수도 있다고.
 
지금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늘 묵묵히 내 곁을 지켜주는 가족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여유이다. 그리고 내가 열심히 앞을 보고 달려가던 그 길가에, 내가 미처 보지 못하는 동안에도 늘 피어있는 들꽃을 보며 환하게 웃음지을 수 있는 너그러움이다. 그 여유와 너그러움과 늘 함께 하고 싶다.


Who >> 조일웅
1971년 경남 마산 출신. 현재 김해문화의전당 무대운영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동아대학교 예술대학원 컴퓨터실용음악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음향협회 기술위원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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