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청 하키팀이 연습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해를 대표하는 운동경기를 꼽으라면 단연 하키가 첫 손가락에 든다. 지난 1976년 김해고에 처음 하키팀이 창단되면서 김해와 인연을 맺은 하키는 현재 김해서중과 김해여중, 김해고, 김해여고, 인제대, 김해시청 등 6개 팀이 운영되고 있다.
 
김해에서 가장 먼저 팀을 창단한 김해고는 올해 전국대회 2관왕과 제91회 전국체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또 맏형격인 김해시청은 전국대회 3관왕에다 전국체전 3위를 차지했고, 김해여고는 전국체전 우승으로 김해 하키팀이 전국체전 하키경기 종합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우는데 큰 힘을 보탰다.
 
특히 지난 1994년 창단한 김해시청 하키팀은 여운곤(37), 홍성권(26), 장종현(26) 등 3명의 선수가 지난달 12일부터 27일까지 중국 광저우 일원에서 개최된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선수로 출전했다. 이 중 홍성권, 장종현 두 선수는 김해고 출신이다. 이들 외에 김해고 출신의 강문규(조선대), 강문근(한국체대) 쌍둥이 형제가 나란히 대표팀에 선발돼 우리나라가 아시안게임 3연패를 달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김해 하키인들이 지역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 무대를 향해 무한 질주를 시작했다.
 
이처럼 하키가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을 딛고 김해지역에서 탄탄한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중·고·대학과 실업팀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원활한 선수 수급과 김해시를 비롯한 각급 학교 및 학부모들의 관심과 지원의 힘이 컸다.
 
또 중·고·대학팀과 실업팀이 같은 운동장을 사용하면서 어린 선수들이 선배들을 통해 스스로 배우는 전통이 자리잡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도자들의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숨은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김해지역 하키선수들의 운동 여건이 처음부터 탄탄한 아스팔트길은 아니었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선수들의 운동여건과 환경은 열악했다. 하키 전용 구장이 없어 흙먼지가 풀풀 나는 학교 운동장을 전전하며 맨땅에서 경기를 치러야만 했다. 더구나 축구나 야구처럼 인기 종목이 아니다 보니 일반시민은 물론, 체육계 인사들 조차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심지어 하키가 어떤 운동인지조차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김기오 김해고 하키팀 코치는 "우리가 운동할때만 해도 하키한다고 하면 그게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며 "그것(하키) 해서 밥이라도 먹고 살겠느냐고 비아냥 거리는 소릴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 1997년 김해 하키계에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김해시가 삼방동 신어산 아래 하키전용구장을 조성하면서 선수들의 기량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박진호 김해시청 하키팀 감독은 "운동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개선되면서 선수들의 실력이 몰라볼 정도로 급성장했다"고 말했다. 이 전용구장은 올초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한개의 구장을 두개로 나누고 인조잔디를 깔아 국제경기를 치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말끔하게 재 단장했다.
 
이처럼 초창기에 비해 선수들의 운동 여건도 좋아지고 시민들의 반응도 뜨겁지만 김해지역 하키팀들에게도 풀어야할 과제는 많다. 우선 선수수급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갈수록 힘든 운동경기를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에다 핵가족화 등의 영향으로 하키를 하려는 어린 선수들이 해마다 줄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갖춰놓아도 정작 운동을 하려는 선수가 없다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하키장 주변에 선수들의 합숙소가 없다보니 먼거리를 이동해야하는 등 선수들의 휴식 공간이 전혀 없는 것도 문제다. 더구나 이들 하키팀에는 물리치료사는 물론이고 선수들의 안전을 책임질 트레이너도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김해 하키장엔 응급상황에 대비한 구급요원과 엠블런스가 전무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해 하키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끈끈한 정이다.
 
처음 하키를 시작한 1세대부터 이제 막 하키 스틱을 잡은 중학생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모두 '김해 하키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김해는 많은 국가대표선수를 배출했고 선배들은 전국의 하키팀에서 후진을 양성하는 지도자로 변신해 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후배들에게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 힘들고 고된 훈련일정을 굵은 땀방울로 채우는 이들이 있기에 김해지역 하키팀의 전망은 밝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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