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에 사는 고교 시절 친구 '김'에게서 전화가 왔다. 김은 서울시 공무원이다. 잠시 사는 얘기를 하던 중, 그가 대뜸 박원순 서울시장 얘길 꺼냈다.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 소셜 디자이너 그리고 서울시장…. 늘 희망을 말하면서 운신에 변신을 거듭한 박원순. 평소 그의 역정을 눈여겨 보아 온 터라 친구의 말에 관심이 갔다. 그의 말을 정리하면 대충 이랬다.
 
시장이 바뀌면서 보고 시간이 짧아졌다, 지시나 받아쓰기보다 토론과 메모가 늘어났다, 회의 시간은 짧아졌지만 시장이 충분히 사안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핵심만 다룬다, 간결한 만큼 효율적이다, 보고 시엔 국장과 중간 간부, 주무관들이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결정과 전달이 빨라졌고 잡음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대 시민 현안에는 반드시 관련 전문가가 참석한다, 시장은 현장을 중시하기 때문에 현장상황실을 수시로 설치하고 시장이 직접 진두지휘한다, 행사나 보고 때 시장은 인사말을 생략하고 대신 대화와 경청을 많이 한다, 오프라인 외에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 온라인을 활용해 시민들과 항시 대화하고 반응을 살핀다, 퇴근시간은 대개 오후 10시 이후이다, 한 번은 자정께 박 시장이 트위터에 버스 파업이 중단됐다는 글을 올리자 시민들이 '시장님 그만 주무세요'라고 리트윗 했다는 일화도 있다…. 박 시장이 '현장·소통·상식'을 몸소 실천한 일화는 이 외에도 수두룩했다.
 
김은 계속 이야기했다. 시장이 바뀌니 공무원들도 바뀌었단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처음엔 시민단체 출신 시장인지라 매사에 이른바 '꼬장'을 부릴 줄 알았단다. 하지만 합리적이고 탈권위주의적인 면모가 속속 드러났고, 공직사회에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올 초 박 시장은 14개 구청 신년회에 참석해 공직사회의 인기를 입증했다. 공무원들은 사석에서 시장을 '원순 씨'라 부르는데, 친근감의 표시란다. 시류에 가장 둔감하고 폐쇄적인 관료조직에서 감히 시장님을 '원순 씨'라 부르다니. 서울시는 분명 바뀌고 있는 듯했다. '스타 시장' '뉴스메이커 시장'은 뭔가 다르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친 김에 서울지역의 한 일간지 후배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원순 씨'에 대해 물었다. 후배는 "박 시장의 '생활정치'가 시민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임 시장과 확연히 다르다. 시의회에서는 인기몰이식 '포퓰리즘'이라며 어깃장을 놓곤 하지만 시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배는 "보는 이에 따라 견해가 다르겠지만, 전직 시장 때 시민들이 받던 피로감이나 짜증은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문득 김맹곤 김해시장 생각이 났다. 안타깝게도, 김 시장의 재선 도전이 기정사실화 하면서 잡음과 구설은 전보다 훨씬 늘었다. 지역정가에서는 '김 시장이 시민들 사이에서 불편한 존재로 자리매김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은 여러모로 김 시장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각종 행사 때 그가 하는 인사말은 외자유치와 재정건전성 강화 자랑뿐이다. 시민들은 인사말에 감동이 없으니 지겹고, 똑같은 레퍼토리이다 보니 식상해 한다. 주민 시정설명회 때도 주민들 얘기를 경청하기보다는 자기 말만 주로 한다. 권위적이고 독선적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또 자신과 소속 정당이 다른 정치인들에게는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는 말이 있는데, 이미 정설이 됐다. 급기야 그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외자유치 문제 마저도 각종 의혹에 휩싸인 상황이다.
 
한 지역정가 인사는 "김해 시민들은 MRG(경전철 최소운영수익보장)와 MG(맹곤)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시장은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더구나 시 내부에는 충언과 직언을 하는 참모들도 없는 듯하다. 괜히 말을 잘못 꺼냈다가는 '보복인사'를 당한다는 '학습효과' 때문일까?
 
다시, '원순 씨' 얘기다. 그는 서울시장이 되기 전에 '희망아카데미 좋은 시장학교'를 설립해 시장·구청장 희망자들을 교육했다. 그때 나온 '좋은 시장을 위한 십계명'의 몇몇 항목은 지금 봐도 의미심장하다.
 
'청렴하면 탈이 없다. 돈 보기를 돌같이 하라' '사람이 일을 한다. 천하의 인재를 모아라' '시장이 공부하는 만큼 지역은 발전한다' '잘 설계된 시정 밑그림이 10년을 좌우한다' '창조적 대안 없이 지역의 미래는 없다' '지방의회와 시민단체는 시정의 동반자이다.' 특히 '재선 생각을 버리면 그 너머가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김 시장이 꼭 마음에 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순 씨'의 서울시장 선거 당시 모토는 '내 삶을 바꾸는 첫 번째 시장'이었다. 그의 공언대로 서울 시민들의 삶은 바뀌고 있는 듯하다.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때 김 시장의 구호는 '김해를 살릴 경제시장'이었다. 이쯤에서 질문이 쏟아져 나온다. 김 시장은 과연 김해를 살리고 시민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는 것일까? '김 시장님'을 '맹곤 씨'로 부를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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