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와 케이크가 혼합된 '퍼플블루페리파이'. 사진/ 박정훈 객원기자 punglyu@hanmail.net
달콤하거나 혹은 치명적이거나. '유혹'이라는 단어에는 주로 이 두가지 수식어 가운데 하나가 붙어다닌다.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유혹은 언제나 달콤하기 마련이고, 달콤한 유혹에 빠져들다보면 예상치 못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인간을 비롯한 동물은 본능적으로 단맛을 좋아한다. 당분은 가솔린처럼 당장에 에너지로 전환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생존에 꼭 필요하다. 벌레들은 당분을 좇다가 자칫 포식자의 덫에 걸리기도 한다. 포식자가 없는 인간은 스스로의 덫에 걸려든다. 자기제어에 실패함으로써 필요이상의 당분을 섭취한다. 움직이지도 않는 차에 기름만 잔뜩 채워 넣는 격이다. 채우다 채우다 모자라니 경차에 중형차급 연료통을 달게 된다. 연료통이 무거우니 차가 제대로 움직일 리 없다. 이게 다름아닌 비만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알고도 걸려든다. 그만큼 유혹이 강하기 때문이다. 단 음식의 대표주자는 디저트(dessert)다.

디저트는 서양식 식사의 끝에 나오는 '후식'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케이크, 파이, 과자, 초콜릿 등의 단 음식을 총칭하기도 한다. 이런 디저트는 달콤할 뿐만 아니라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래서 디저트는 달콤함에 끌리는 인간의 본능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망을 동시에 충족시켜 준다. 쉽게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임에 분명하다. 이번 주 '맛을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을 디저트의 유혹으로 안내하고자 한다. 마음껏 즐기시되, 스스로를 제어하는 이성만큼은 잃지 않기를 당부드리면서….

▲ 프랑스 파리에서 직접 찍어온 에펠탑 사진과 함께 유럽풍의 깔끔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장유면 관동리 율하마을에 있는 디저트카페 '듀팜므(deux FEMMES)'는 프랑스풍의 외관이 우선 인상적이다. 대충 흉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꽤나 완성도가 높다. 유명 철학자나 예술가들의 단골 카페가 몰려 있는 프랑스 파리의 '생제르맹 거리'나 아기자기하고 개성 넘치는 레스토랑이 즐비한 '마레지구'로 당장에 옮겨 놔도 손색없을 정도다. 주인장의 눈썰미가 여간 깐깐한 게 아닐 듯싶다.
 
화이트컬러로 마무리한 실내는 봄 햇살을 받아 한층 화사한 느낌이다. 화이트만으로는 자칫 지루하거나 금방 싫증날 수 있는 위험을 옅은 초록색 계열인 민트컬러와 강렬한 다홍색 계열인 스칼렛컬러로 포인트를 줌으로써 슬기롭게 피해갔다. 깐깐한 눈썰미와 더불어 감각 또한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 듀 팜므를 이끌고 있는 조민경·조수경 자매.
두 명의 여인이 손님을 맞는다. 뜻밖에도 자매다. 프랑스어로 '두 여인'을 뜻하는 '듀팜므'라는 상호가 절묘하다. 언니 조민경 씨는 커피를 공부했고, 동생 조수경 씨는 제과제빵을 공부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각자의 길을 걷다가 의기투합해 듀팜므의 문을 연 것이 지난해 4월. 꼭 1년이 지났다. 가게 외관이나 실내 분위기로 보아 인테리어를 담당했던 업체에서 고생 꽤나 했겠다고 물었더니, "그분들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며 겸연쩍게 웃는다. 그럼에도 "아직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한다. 겉볼안이라고 짐작했던 대로다.
 
이쯤 되니 온전히 자신들의 실력과 감각이 드러나는 음료와 디저트의 수준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우선 언니의 솜씨를 보기로 했다. 봄기운이 완연하니 시원한 음료가 생각났다. 뜻밖에도 '상그리아'가 있다. 스페인의 대중 음료인 상그리아는 와인에 배, 사과, 오렌지, 레몬 등의 계절과일을 섞어 만든 음료다. 와인의 사용량에 따라 디저트가 되기도 음료가 되기도 한다. 강렬한 붉은색에 와인과 과일의 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고 청량감이 좋다.
 
자매는 듀팜므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다음 2개월간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상그리아는 그때 스페인에서 처음 마셨던 경험을 잊지 못해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감각을 구체화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닌 듯 싶다.
 
애살 많고 감각 있는 자매의 유럽여행 성과는 듀팜므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크고 작은 소품들은 유럽, 특히 파리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자매가 직접 찍어 테라스에 걸어 놓은 석 장의 에펠탑 사진은 파리에 대한 동경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에펠탑이 등장하는 가장 극적인 순간은 아이스커피를 시켰을 때다. 솜씨 있게 뽑은 아이스커피에 잘게 부순 얼음을 쌓고 그 위해 커피를 얼린 에펠탑을 우뚝(!) 세웠다. 단순한 아이스커피가 순식간에 특별한 음료로 변신했다. 여행 중에 구입한 에펠탑 모양의 얼음틀을 응용한 것이라고 한다. 사소하지만 감각적인 디테일 덕분에 완성도는 물론이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고객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 딸기를 얹어 만든 파이.
이제 동생의 솜씨가 궁금했다. 쇼케이스에는 아름답게 장식된 7종류의 파이와 케이크가 진열돼 있다.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모습에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식욕이 돋는다. 이 외에도 각종 쿠키가 있으며 프렌치토스트, 애플파이, 초코수플레 등은 주문과 동시에 굽는다. 각종 계절과일을 사용한 디저트가 추가되기도 하는데, 지금은 '딸기가 좋아~'라는 앙증맞은 이름을 가진 딸기파이를 선보이고 있다.
 
디저트 전부를 맛보고 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기어올라 왔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달콤한 음식 앞에서는 자기 절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다는 '퍼플블루베리파이'와 '쇼콜라레이어파이' 두 가지로 우선은 만족하기로 했다.
 
퍼플블루페리파이는 파이와 케이크가 혼합된 형태다. 페이스트리 반죽을 구운 타르트가 접시처럼 사용됐을 뿐 그 위에 쌓인 형태는 케이크에 가깝다. 버터의 풍미가 강한 타르트 위에 스펀지 시트를 깔고 생크림을 바르고 블루베리젤리를 올리고 다시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마무리 작업인 아이싱도 깔끔하고 생블루베리도 넉넉하게 올려졌다. 크리스피한 타르트와 부드러운 생크림 그리고 달콤하고 새콤한 블루베리가 더할 나위 없는 맛과 식감의 조화를 이룬다. 보기에도 아름답거니와 맛은 더욱 매혹적이다.
 
▲ 다크초콜릿의 진하고 굵은 맛이 일품인 '쇼콜라레이어파이'.
퍼플블루베리파이가 아기자기한 느낌이라면 쇼콜라레이어파이는 모양도 단순하고 선이 굵은 맛이다. 그렇다고 덜 매혹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코코아파우더와 버터가 섞인 타르트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맛있는 초콜릿쿠기를 연상시킨다. 그 위에 진한 다크초콜릿을 사용한 크림과 스펀지가 두껍게 쌓였다. 진한 단맛과 은근한 쓴맛이 동시에 느껴지면서 끝맛은 깔끔하다. 초콜릿 마니아라면 열광할만한 '물건'이다. 의외로 남성팬을 많이 거느리고 있다고 한다.
 
어느 모로 보나 솜씨도 감각도 탁월하다. 모든 디저트를 매장에서 공개적으로 만들고, 한 두 해 장사하고 말 것도 아닌 까닭에 버터, 크림, 설탕, 과일 등 재료에 특히 신경을 쓴다. 남다른 감각과 탁월한 솜씨에 좋은 재료까지 더해졌으니, 김해에서는 보기 드문 디저트임에 분명하다.
 
아름답고 달콤한 디저트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디저트를 먹는 사람들의 표정을 가만히 살펴보면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단맛이 가진 치명적인 위험에도 불구하고 디저트를 거부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니 '두 여인'의 달콤한 유혹에 이끌리다 보면 당신도 모르는 사이 입가에 미소가 번질 것이다. 장담한다!

▶메뉴:디저트(5천5백~6천 원), 음료(3천5백~8천 원)
▶위치:김해시 장유면 관동리 1081-5
▶연락처:055)322-7883





박상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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