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관리 김해문화원 관리자 1명 파견
자원봉사자 2명 등 부족한 인력구조
전시물 설명 허술하고 외국인 배려 전무
CCTV 없어 파손·도난 파악 힘들어
팸플릿도 요구 때만 줘 총체적 부실


지난달 31일 김해시 봉황동 김해민속박물관 입구에서 만난 최태성(29·진영읍 진영리) 씨의 입에서는 다짜고짜 불만부터 터져 나왔다. "전시의 주제가 '민속과 현대와의 만남'이라고 김해민속박물관 소개 팸플릿에 쓰여있어요. 하지만 실제 박물관을 둘러보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쓰던 옛 생활용품만 본 것 같네요."
 

▲ 김해민속박물관은 제대로 된 설명도 모자라 관람객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사진은 민속박물관 전시실에 놓인 가마니틀.

아쉬움만 가득한 그의 말을 뒤로 하고 김해민속박물관 1층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자 오른쪽에 전시장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서 있다. 1층은 민속의 만남과 민속 이해의 장, 2층은 민속생활관과 생활재현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두리번거리며 팸플릿을 찾았다.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말을 해야 받을 수 있었다. "왜 팸플릿을 안내데스크 위에 꺼내놓지 않느냐"고 묻자 직원은 "근처 수릉원이나 길에 버리는 사람이 종종 있어 꺼내놓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시장 입구 표지판에는 '민초들의 생활문화'라 적혀 있지만 정작 해당 구역에 가보니 '선조들의 생활문화'라고 앞 두 글자가 바뀌어 있다. 그나마 글자는 성의 없이 A4용지로 출력돼 유리테이프로 붙여져 있다.
 
전시장 중앙 벽면에는 TV 한 대가 걸려 있었지만 꺼진 상태다. TV 위에는 '민속문화의 발자취'라는 문구만 붙어있을 뿐 어떤 영상물이 방영되는지 설명이 없다. 궁금증을 안은 채 1층 전시장을 돌아본다. 옛 화폐와 신분증, 고문서가 유리 진열장 안에 전시돼 있다. 옆에는 혼례, 제례에 쓰던 의상 등이 놓여 있다. 전시품 설명은 간단하다. 진열장에 고이 접혀 있는 여성혼례복이 한국 전통의상이라는 설명이 전부다. 여성혼례복 위로는 나무로 만들어 채색한 기러기인 목안이 있다. '전통혼례 때 실제 기러기 대신 사용하는 나무로 깎아 만든 기러기'라는 사전적 설명 밖에 없다. 전통혼례는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고, 왜 기러기가 쓰이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전시품은 주제에 따라 나열만 돼 있다. 전통문화에 대해 전혀 모르는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온다면 얼마나 난감해 할지 걱정이 된다.
 
2층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거두는 연장, 김매는 연장, 씨뿌리는 연장 등 농사를 지을 때 사용하던 물건들이 용도별로 정리돼 있다. 어떻게 썼던 물건이었는지 설명 없이 연장 명칭만 적혀 있다. 전시실 입구 왼쪽에는 백자병, 백자접시, 청자 등 옛 그릇 약 20점이 전시돼 있다. 전시품에는 이름만 적혀 있을 뿐 출처와 발견시기등 구체적인 설명은 명시돼 있지 않다. 작동하지 않는 TV와 의미 없는 설명, 임시방편으로 고쳐놓은 안내판 때문에 민속박물관에 대한 실망감은 커져만 간다.
 
▲ 김해민속발물관 1층 전시관에 진열된 책들은 낡고 훼손돼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진영단감제, 도자기축제, 가락문화제 등 김해의 대표 축제를 설명해놓은 '김해의 민속문화' 코너의 내용에서는 오류가 발견된다. 가락문화제와 가야세계문화축전은 지난 2007년 가야문화축제로 통합돼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곳 설명에는 '1982년 김해시가 탄생하고 시 승격행사가 추진됨에 따라 가락문화제가 부활해 1982년 제 6회 행사가 개최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잘못 표기돼 있다. 가락문화제와 가야세계문화축전이 가야문화축제로 통합된지 6년이 지났지만 이후 변동사항에 대해 수정, 보완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배려도 찾아볼 수 없다. 외국인이 찾더라도 이를 설명해줄 전문가가 없을뿐더러 전시품에 관한 설명은 모두 한글로 돼 있다. 직원은 올해부터 외국어가 가능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고 하지만 비전문가인 이들이 외국인에게 충분히 전시품을 설명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시장 안에는 5세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부모의 손을 잡고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서부터 함께 관람하던 가족이다. 어른들은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은 신경쓰지 않고 '의·식·주' 코너 앞에 진열된 베틀 주위로 아이의 등을 떠민다. "전시품은 만지지 말고 거기 서서 치즈"하고 부모가 아이에게 속삭였다. 호기심이 생긴 아이는 결국 베틀을 만지고 말았고 '텅'하고 전시품은 떨어졌다. 그 소리에 안내데스크 직원이 놀라서 달려왔다. 아이 부모는 모른 척하며 딴청만 피웠다. 직원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떨어진 전시품을 다시 정리할 뿐이었다.
 
이곳에 상주하고 있는 인력이 겨우 3명 뿐이라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김해문화원에서 파견된 직원 한 명과 자원봉사자 2명이 고작이다. 주말에 이곳을 이용하는 관람객은 하루 평균 300~400명. 김해문화원에서 파견된 직원은 안내데스크를 지켜야 되기 때문에 단체관람객이 찾아오면 자원봉사자 2명이 시설을 관리해야한다. CCTV도 설치돼 있지 않아 전시품이 파손 되거나 도난 당해도 확인할 길이 없다.
 
김해민속박물관이 개관한 지 8년이 지났다. 하지만 민속박물관의 시계는 2005년에 멈춰 있다. 김해시와 이를 수탁 관리하는 김해문화원의 관리소홀로 이 박물관은 옛 전시품만 진열하는 창고로 전락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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