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를 받으며 떠날 수 있을까?'
 
김해시의회 제경록 의장은 3선 의원이다. 2002년부터 12년째 시의원 및 시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 의장은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정계에서 은퇴하겠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밝혀왔다. 시의회 주변에서 나도는 차기 시장출마설에 대해서도 그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여러 언론사에서 사실 확인을 요청해 오는데, 그는 단호하게 "노(NO)"라고 말한다고 한다. 시장 자리에 대한 욕심은 없으며, 시의원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마무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그는 말한다.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제 의장. 이 자리를 빌어 김해 시민들은 물론 앞으로 의정 활동에 뛰어들 후배들에게 훌륭한 선배 정치인으로 남을 수 있도록 당부의 말씀을 몇 마디 보태고자 한다.
 
김해는 지금 여러가지 현안으로 어수선하다. 외자유치를 명분으로 진행 중인 이노비즈밸리 산업단지 조성 문제와 관련해 특혜 의혹이 불거져 나왔고,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입점 문제를 두고 전통시장 상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해도시개발공사 설립 건에 대해서도 시의회와 달리 일반 시민사회에서는 비판적 여론이 만만찮다.
 
그런데, 제 의장은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기자가 이노비즈밸리 산단 문제에 대한 견해를 물었더니, 제 의장은 "아직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른다"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김해뉴스>가 여러 차례 집중 보도를 해 김해시가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경남도와 검찰·경찰이 주시하고 있으며, 감사원 감사설까지 나돌아 김해지역이 떠들썩한 마당에.
 
물론 의장이 바빠서 언론보도 등을 제대로 접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주변의 의원들이나 시의회 사무국에서는 의장에게 관련 사실을 알려주었어야 할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를 했거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제 의장이 어떤 말 못할 사정 때문에 사안을 회피하기 위해 둘러댔거나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시민의 대표로서 자격 시비를 부를 수 있다.
 
제 의장은 신세계백화점 문제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했다. 그는 "인구가 50만 명이 넘는 김해에 백화점, 대학병원, 호텔이 없다. 호텔은 지금 짓고 있지만 대학병원은 사실상 건립이 불가능한 상태"라면서 "사실 백화점 건은 김해 시민 대부분이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땅 소유권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신세계로 넘어가는 과정의 석연찮음, 김해시의 전격적인 용도변경, 천문학적 땅값 상승에 따른 특혜의혹, 전통시장 상인들과의 상생협약 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 시민의 대표로서 자격 시비가 일 수 있는 장면이었다.
 
▲ 김해 전통시장 상인들이 지난 3일 김해시청 앞에서 '이마트·백화점 입점 절대 반대, 전통시장·중소상인 보호' 등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가 기자와 이 이야기를 나눈 날, 김해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은 시청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고, 제 의장의 사무실을 찾아가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그들은 제 의장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알고나 만났는지 모르겠다.
 
기자는 제 의장에게 이런 저런 현안과 관련해 임시회를 열거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내막을 따지고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제 의장은 별 말 없이 딴전을 피웠다. 한 번 더 말을 꺼냈지만, 어색한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일부 시의원들은 제 의장이 '초심'을 잃은 것 같다고 말한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김맹곤 김해시장과 시 집행부를 견제하기 보다는 방패막이 역할을 자임하는 듯한 경우가 잦다며 이들은 아쉬워한다.
 
제 의장에게 다시 한 번 더 건의를 하고자 한다. 임시회를 열거나 특별조사위원회를 가동해 여러가지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제 의장은 지금 기립박수가 터져나오는 '아름다운 퇴장'이냐, 아니면 멸시와 조롱이 난무하는 '추한 퇴장'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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