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경력의 여성 환경미화원 최고참
정년 지난 뒤 계약직으로 일하며 '열정'
"대부분 자기 동네에서 일하길 꺼려요
하지만 저는 아들 데리고 일했는걸요
힘들지만 보람있고 소중한 내 일이죠"


이른 아침, 밤새 흩날리던 벚꽃 잎이 도로 갓길과 가로수 아래에 수북하게 쌓여 있다. 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들에겐 벚꽃 잎이 떨어지는 이맘때가 가장 일하기 힘든 시기다. 아름다운 벚꽃 잎도 땅에 떨어지고 나면 쓸어담아야 할 쓰레기가 되기 때문이다.
 
칠산서부동의 한 도로변에서 환경미화원 최경애(59·여) 씨를 만났다. 빗자루를 손에 들고 갓길에 쌓여 있는 꽃잎을 쓰레받기에 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흩날리는 벚꽃 잎을 보며 봄을 만끽했으니 환경미화원들은 새로 떨어질 꽃잎을 위해 길거리를 깨끗이 치워 놔야지요. 하루만 청소를 안 하면 벚꽃 잎이 너무 많이 쌓여 거리가 지저분해지거든요."
 
최 씨는 2003년 6월부터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자 마음을 다잡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직업이었다. 매일 아침마다 거리를 청소하며 살아온 세월이 벌써 10년이다. 최 씨와 함께 일하는 여자 환경미화원은 모두 9명. 그는 이들 중에서 가장 경력이 오래된 최고참이다. 고참이 됐으면 대충 일할 법도 한데 다른 환경미화원들은 "최 씨가 비질을 한 자리는 밥풀이 떨어져도 주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다"며 입을 모아 말한다.
 
"세월 참 빠르지요. 10년 동안 매일 아침 이렇게 비질을 하며 살았더니 학교에 다니던 두 아들이 어느새 직장에 다니고 있네요. 환경미화원 정년이 57세인데 회사 대표에게 일을 더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죠. 정년이 지나 계약직이 되었지만 이 일을 더 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최 씨가 담당하고 있는 청소구역은 칠산서부동과 흥동, 명법동 일대다. 이 곳엔 유난히 벚나무가 많다.
 

▲ 근무 경력 10년으로 김해시 여자 환경미화원 가운데 최고참인 최경애 씨. 힘든 경우도 많지만 보람도 적지 않게 느낀다며 웃는다.
"다른 환경미화원 한 분이 저더러 '벚나무 가로수 길을 쓸 때는 뒤를 돌아보지 말고 청소해야 된다'고 알려줬어요. 뒤를 돌아보면 기껏 청소해 놓은 자리에 벚꽃 잎이 또 떨어져 있거든요(웃음). 그런데 벚나무 가로수변을 청소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있답니다. 바로 유흥가에서 전단지를 쓸어담는 일이에요. 같은 곳을 하루에 세 번이나 쓸어야할 정도로 사람들이 길거리에 전단지를 너무 많이 버려요. 전단지를 땅바닥에 테이프로 붙여 고정시켜 놓았거나 비가 와서 전단지가 땅에 붙어 있을 때면 환경미화원들도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답니다."
 
갓 길에 내려와 비질을 하던 최 씨의 등 뒤로 차 한 대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위험해 보였지만 정작 최 씨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처음엔 무서웠는데 지금은 무덤덤해요. 그래도 조심하고 있어요. 주변 사람들이 여자의 몸으로 환경미화원 일을 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묻더군요. 그럴 때마다 저는 '거리를 청소하는 일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해온 일 중 가장 보람된 일이라서 힘들지 않다'고 말해줘요."
 
최 씨가 보람됐던 순간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외동초등학교에 다녔던 여학생이 있었어요. 손을 가지런히 아랫배에 모으고 '김해를 깨끗하게 해주셔서 감사 합니다'라며 매일 아침 제게 인사를 하더군요. 어찌나 기특하던지…. 종종 길가에 떨어진 지갑이나 휴대폰을 주워서 주인에게 돌려주면 고맙다고 다시 연락이 오기도 해요. 사소한 일이지만 제게는 큰 힘이 됐죠."
 
최 씨는 7년 전 작은아들인 신헌범(30) 씨와 함께 환경미화원 일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삶의 보람을 가르쳐주기 위해 최 씨가 아들에게 직접 권한 것이었다.
 
"대부분 환경미화원들은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일하는 걸 가장 꺼립니다. 혹시나 가족이 험한 일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일부러 군입대를 앞둔 작은아들에게 이 일을 해보라고 권했지요. 아들이 저와 함께 1년 동안 환경미화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청소를 하면서 아들이 많이 의젓해지고 겸손해졌어요. 우리 아들은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엄마를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니까 엄마 몸 걱정까지 해주더군요. 아들이 곁에 있으니 항상 든든합니다. 신채범·현범 두 아들, 엄마가 많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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