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상수도가 고갈돼 고충을 겪고 있는 대동면 수안마을 주민들의 근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주민들의 목은 더욱 타들어가고 있지만, 수개월간 대동1터널공사의 시공사인 KCC건설과 주민들 사이에 중재를 전혀 못 하고 있는 김해시는 장마기간까지 버텨볼 생각인 듯 태평하다. 오죽 했으면 수안마을 전 이장인 김봉조 씨가 단식농성까지 했을까?
 
기자는 최근 마을회관 앞에서 텐트를 치고 단식농성을 벌였던 김 씨와 대화를 나눴다. 그가 단식농성을 벌일 만큼 단단히 화가 난 이유는 이렇다.
 
김 씨는 물이 고갈된 수안마을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렸던 김해시의 내년도 예산확보 간담회에 참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날 간담회는 김태호, 민홍철 의원과 김맹곤 시장, 각 부서 국장들이 참석하는 자리였다. 김 씨가 항의차 간담회 자리에 간다는 소문이 퍼지자 대동면장은 간담회 하루 전날인 지난달 27일 김 씨를 찾아가 간담회 참석을 만류했다고 한다. 김 씨의 말에 따르면 면장은 주민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수안마을의 현안을 금방이라도 해결해 줄 것처럼 설득했다고 한다.
 
간담회가 있던 당일엔 이장이 가족들도 모르게 수안마을을 빠져나가자 면장은 김 씨가 서울에 간줄 알고 방방 뛰며 마을주민들에게 전 이장의 행방을 물었다. 급기야 아침부터 김 씨의 집을 찾아가 김 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며 한동안 집을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씨는 간담회에 가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면장의 말을 믿었다고 한다.
 
그러나 간담회가 끝난 며칠 뒤 마을을 찾아온 면장의 말은 달라졌다. 면장은 상수도 인입비용과 향후 수도요금 추가분, 농업용수 대체 방안을 내놓으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 '수용불가'라는 KCC건설의 입장을 대신 제시하며 마치 대변인 역할을 맡은 듯 했다고 한다.
 
그는 "KCC건설이 상수도 인입비용을 지급하게 되면 마을 주민들에게 세금이 30% 발생하니 KCC건설이 직접 시공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KCC건설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주민들의 고충과 마을의 미래를 걱정하며 말리던 면장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마치 한시라도 빨리 골치아픈 민원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모습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무심한 언론의 태도도 김 씨가 단식농성을 벌이는 데 한몫 했다. 지난달 19일 한 방송사는 물이 고갈된 수안마을의 상황을 취재했다. 김해까지 제 발로 내려온 방송국 PD가 열정적으로 수안마을 상황과 함께 대동1터널 건설 현장, KCC관계자 인터뷰까지 카메라에 담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며칠 뒤 방송에서는 마을에 물이 부족해진 원인을 언급하는 부분이 삭제된 채 물이 부족한 상황을 토로하는 주민들의 말과 수안마을 모습만 3분 가량 방영됐다. 김 씨가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PD와 작가에게 항의를 했지만 PD는 답변을 회피했다. 작가는 "방송부장이 물 부족 원인 부분을 삭제해서 방영하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씨는 "다른 언론사들도 첫 보도 이후 후속보도를 이어가지 않았으며, 한 기자는 보도를 하는 조건으로 슬그머니 돈을 요구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태가 커지는 걸 막기 위해 사탕 발린 말로 회유하다 돌연 태도를 바꿔 뒷짐을 지고 있는 김해시 공무원. 지역주민의 고통에 무관심하고 비양심적인 언론. 김 씨의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행여나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김해시는 주민들의 편에 서야 하고, 언론은 수안마을의 상황에 눈과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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