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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다투어 기지개 켜는 생명들 … 발아래서 찰박이는 낙동강 푸른 물결(41) 상동면 영어숲길과 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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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3.04.23 13:53
  • 호수 120
  • 12면
  • 최원준 시인/ 문화공간 '守怡齊수이재' 대표(report@gimhaenews.co.kr)

   
▲ 낮은 허리의 용산이 길게 누워있고, 용산초등학교 뒤로 금동산과 이어지는 산줄기가 병풍처럼 용산마을을 둘러싸고 앉았다.
봄바람을 맞으며 낙동강변을 달린다. 부드러운 바람이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얼굴과 목덜미를 간질인다. 강변의 나무들은 춘흥에 겨워 이리저리 가지를 흔들며 봄을 즐기고 있다. 푸른 강물 또한 잔물결로 일렁이며 봄 바다로 향한다.
 
덕산을 지나 고암나루에서부터 낙동강은 유장하게 펼쳐진다. 매리·화현·감로를 지나 용산으로 돌아들며, 강물은 편안하게 출렁이며 흐르고 산줄기는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나그네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윽고 도착한 용산마을. 낮은 허리의 용산이 길게 누워 있고, 용산초등학교 뒤로 금동산과 이어지는 산줄기가 병풍처럼 용산마을을 둘러싸고 앉았다. 마을 전체가 나른한 봄볕에 꼬박꼬박 졸고 있다. 전형적인 농촌 오후의 한적함이 여유롭게 묻어 있다.
 
이번 산행은 용산마을을 품고 있는 금동산 줄기의 영어숲길과 낙동강과 접해있는 용산을 오른다. 용산초등학교 입구를 들머리로 해서 어린이 영어숲길, 355m봉으로 오른 뒤 301, 272, 196m봉을 잇는 능선을 타고 엠마누엘 선교원으로 하산한 후, 용당나루에서 용산에 올랐다가 하산하는 코스이다.
 
용산초등학교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어슬렁거리며 걷는다. 늦게 핀 산벚나무가 마지막 남은 제 꽃잎을 흩날리고 있다. 들머리 입구에서 개들이 깡깡 짖어댄다. 검둥이, 흰둥이, 노란둥이 온갖 개들이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밭에는 산딸기나무들이 잎을 틔우며 파랗다. 그리고 보니 온산이 연두색으로 물이 들었다. 푸른 물감을 찍어놓은 듯 상큼하기 이를 데 없다. 계곡을 오르며 물소리가 귀를 열고, 산벚꽃이 화사하게 눈을 연다. 이렇게 온몸이 산을 향해 활짝 열리는 것이다.
 
   
▲ 영어 숲길을 알리는 숲속 산길 오르기 코스 안내판.
임도 따라 '숲속 산길 오르기 코스'란 안내판이 보인다. 영어숲길을 알리는 이정표이다. '영어숲길'은 용산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의 체력단련과 영어를 익힐 수 있도록 조성한 숲길이다.
 
일상생활에 자주 쓰이는 영어를 카드로 만들어 군데군데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어린이들이 자연과 벗 삼아 숲길을 오르며 생활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해놓았다. 물소리, 새소리가 들꽃 향기와 어우러져, 자연과 새로운 학문을 함께 접하도록 배려해 놓은 아름다운 숲인 것이다.
 
산길은 이리 휘고 저리 휘며 굽이굽이마다 아름다운 들꽃과 향기로운 봄나물을 피워놓았다. 몇몇 가족이 서로 손잡고 깔깔거리며 숲길을 오른다. 그들의 행복한 얼굴이 산을 더욱 푸르고 싱싱하게 키우는 듯하다.
 
계곡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린다. 한 고개를 넘으니 임도가 오른쪽으로 길게 휘돌아든다. 계곡을 건너는 참나무 다리가 이채롭다. 적당한 오름세로 꾸준히 산길은 높아진다. 잠시 쉴 때마다 영어카드에 눈길이 간다. 한 구절씩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 발치마다 양지꽃, 제비꽃, 현호색, 개별꽃 등 야생화가 앞다투어 피고진다.
발치마다 양지꽃, 제비꽃, 현호색, 개별꽃 등 야생화가 앞다투어 피고진다. 현호색은 쉬 보기가 힘든데 보라색 꽃을 잘 피웠다. 산길 곳곳마다 노랗고, 하얗고, 파란 색색의 꽃들이 알록달록하다.
 
햇볕 잘 드는 곳에서는 몇몇 여인들이 산나물을 채취하고 있다. 산방아, 다래순, 쑥 등속이다. 바구니에 산나물이 수북하다. 조금 더 오르니, 달래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알싸한 향이 살짝살짝 코끝을 톡톡 친다.
 
두릅나무에는 두릅 순이 터져 오르고, 가죽나무에도 통통한 이파리들이 고개 삐죽 내밀고 있다. 모두 각각의 향기로 사람의 발길을 붙잡는다. 도시락 반찬 삼을 요량으로 조금씩 채취를 한다. 한 입씩 입에 넣어보니 온갖 봄 냄새가 입 안 가득 진동을 한다.
 
임도는 다시 왼쪽으로 크게 굽는다. 그 앞에서 만나는 큰 암벽이 병풍처럼 서서 나그네를 맞는다. 떡 버티고 눈알을 부라리듯 막고 서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임도 따라 이리저리 돌며 오르다 보니 편안한 임도가 끝이 나고 본격적인 산길에 접어든다.
 
처음부터 경사가 급격하다. 그만큼 고도는 빠르게 높아진다. 곧이어 전망이 잠시 터지는데, 용산마을과 낙동강, 신 대구-부산고속도로가 펼쳐지고, 나지막이 누운 용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낙동강 물을 마시는 용의 형국이다.
 
곳곳마다 진달래가 마지막 꽃잎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30~40도의 경사는 끝없이 이어진다. 된 숨소리에 주위는 적막뿐이다. 가파른 숨소리에 바람도 따라 휘파람을 불고, 급박한 경사 뒤로는 아련하게 마루금이 보이기 시작한다.
 
355봉에 도착한다. 오른쪽으로는 금동산으로 오르는 길이고, 왼쪽으로는 고만고만한 산봉우리 능선을 타고 용산으로 내리는 길이다. 잠시 쉬며 늦은 점심을 먹는다. 김밥 위에 아까 채취한 산나물을 얹어 먹는다.
 
   
▲ 다래 순.
짙은 향의 산방아는 차라리 구수하다. 달래는 알싸하면서도 향긋하다. 다래 순은 쌉쌀하고 두릅 순은 들큰하다. 파릇파릇한 산나물 속 봄기운이 고스란히 사람 몸으로 전달되는 느낌이다.
 
능선 쪽으로 길을 잠시 내린다. 새소리와 함께 봄내음이 온 산 가득하다. 길 양 옆으로는 깊은 계곡이 쏟아질 듯하다. 조금 더 내리다 보니 어느새 다시 오르막이다. 이렇게 능선은 본격적으로 오르내리며 길을 낸다.
 
아직 지지 않은 진달래꽃과 함께 걷다보니 전망바위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낙동강이 유유히 흘러가고, 왼쪽으로는 용산이 보인다. 뒤돌아보니 금동산 줄기가 두 팔을 벌리고 있고, 앞으로는 양산 토곡산이 활개를 치고 있다.
 
능선의 중심인 301m봉에 오른다. 왼쪽으로 용산초등학교가 보이고 무척산이 거대한 몸짓으로 다가와 있다. 여러 봉우리들이 능선을 이루며 물결치듯 출렁이며 오르내린다. 사위는 봄 햇살로 아늑하고 낙동강은 게으른 걸음으로 하구 쪽으로 향한다.
 
소사나무 이파리도 파랗고 참나무 이파리도 파랗다. 이렇게 파란 이파리와 함께 파란물결을 이루며 길을 내며 간다. 낙동강을 앞에 두고 능선이 왼쪽으로 크게 한 번 튼다. 용산마을을 품고 병풍 두르듯 펼쳐진 산줄기가 이제 서서히 내리막으로 향하는 것이다.
 
길은 왼쪽으로 계속 이어진다. 동그마한 봉우리 하나 더 오르자 낙동강이 발 아래로 펼쳐진다. 낙동강과 함께 능선 길을 사부작사부작 걸으니, 지나왔던 연봉들의 산줄기가 나그네의 인생길 따르듯 따라온다.
 
산이 오르내리니 길도 오르내리고, 그 길 따라 사람도 오르내린다. 구불구불 강을 따라 산줄기도 하염없이 구불거린다. 그래서 사람의 발길조차 구불거린다. 그렇게 산과 강이 하나가 되고, 사람 또한 그 속에 묻혀 하나가 되는 것이다.
 
급전직하, 길이 깊이 떨어진다. 길을 내리면서 보니 서서히 용산이 가까이 다가온다. 철쭉이 군락을 이루어 피기 시작하고, 이팝나무들도 하얀 밥알 쏟아내듯 꽃망울을 터트린다. 마지막 내리는 길의 소나무 숲이 가지런히 도열해 나그네를 배웅한다. 곧이어 엠마누엘 선교원 쪽으로 산을 내린다.
 
선교원 앞으로 난 도로를 따라 용당나루로 향한다. 원래는 산줄기가 용산으로 이어졌었는데, 도로를 개설하면서 끊어졌다. 왼쪽으로 용산을 끼고 낙동강 방향으로 걷는다. 용산마을이 나오고, 마을에는 한창 유채꽃, 지면패랭이꽃, 황매화 등이 피고 지며 꽃대궐을 이루고 있다.
 
이윽고 용당나루. 낙동강 앞에 선다. 푸른 물결이 발아래서 찰박인다. 나루에는 봄빛이 완연하다. 수양버들이 강물에 목을 축이고 복사꽃 몇 그루 자지러지듯 꽃을 피운다. 강 건너 양산의 비석봉이 삿갓처럼 앉아있고, 그 밑으로 가야진사가 편안하게 자리하고 있다.
 
취수탑에서 용산으로 오른다. 원래는 방금 하산했던 산길을 이어 용산을 올랐다가 용당나루에서 산행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용산 중간에 신 대구-부산고속도로가 나는 바람에 산길이 끊겼다. 동물이 다니는 생태도로로 잇기는 했지만, 사람은 통행이 불가하다.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김해의 산' 중 대표적인 산인 것이다.
 
   
▲ 산죽나무가 우거져 터널을 만들고, 원시림처럼 청미래덩굴이 나무 사이에 얽혀 길을 막고 있다.
산을 오르다 보니 발아래로 낙동강이 찰박거린다. 봄볕에 꼬박꼬박 졸며 배 한 척 한가로이 띄워 놓았다. 이미 진달래는 강물 따라 흘러가버렸는지 푸른 잎사귀들만 도란도란하다.
 
산죽나무가 우거져 터널을 만들고, 원시림처럼 청미래덩굴이 나무사이에 얽혀 길을 막고 있다. 허리를 깊숙이 숙여 겸손하게 길을 따른다. 곧이어 용산 삼각점이 보인다. 경도 128도 54분 03초, 위도 35도 21분 50초. 해발 47m다.
 
계속 길을 따른다. 희미한 길을 따라 가다보니 고속도로 절개지에 도착한다. 도로 위를 차들이 급하게 달려간다. 이렇게 자연을 절개하고 차들이 달리는 것이다. 길은 이렇게 끊겼다. 빠른 길을 위해 느린 길이 끊어지는 현실이다.
 
아쉽게 길을 되돌아 나온다. 그리고 다시 용당나루 앞에 선다. 강물은 변함없이 고요하게 흐른다. 열차가 길게 꼬리를 끌고 종착역으로 향하고 있다. 봄볕이 무심하게 강물 위로 반짝이고 있다.


   
 




최원준 시인/ 문화공간 '守怡齊수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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