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신곡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출시 10여 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2억 뷰를 돌파하며 신기록을 세웠다. 기존 기록 역시 싸이의 뮤직비디오 '강남 스타일'이 지난해 9월 18일 세운 66일 만의 2억 뷰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젠틀맨'과 관련한 사소한 부분까지 언론과 네티즌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싸이걸'로 등장한 가인이 포장마차에서 꼬챙이에 끼운 어묵을 먹는 장면을 두고 말들이 많다. '먹방(먹는 방송)의 종결자'라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반응 또한 적지 않다.

하지만 음식을 다루는 기자의 눈에는 이 장면이 좀 다른 측면으로 읽혔다. '강남 스타일'은 현재 유튜브 조회수 15억 뷰가 넘는다. 추세대로라면 '젠틀맨' 역시 이에 근접하거나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지구촌에서 15억 명 이상의 네티즌이 이 장면을 본다는 의미다.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대중들의 속성상 상당수는 가인이 먹는 어묵에 대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쯤 되니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외국인이 한국인에게 어묵에 대해 물으면 무엇이라 답할까? 우리는 과연 어묵이라는 음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번 주 '맛을 찾아서'는 '젠틀맨'의 흥행에 맞춰 이 문제를 한번 탈탈 털어보기로 한다.


■ 오뎅이냐? 어묵이냐?

▲ 1915년 부평시장월보에 기록된 '가마보코' 거래 내역. 당시 주요 거래 품목의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다.
해묵은 논쟁이기도 하거니와 본질을 살짝 비켜나간 논쟁이기도 하다. 오뎅이 일본어이기 때문에 어묵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것 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둘은 서로 개념이 다른 음식이라는 사실이다. 어묵이 식재료라면 오뎅은 어묵을 이용해 만든 국물요리 혹은 탕요리다. 어묵은 생선살을 으깨 모양을 잡아 찌거나, 굽거나, 튀긴 음식으로 정의된다. 이와 같은 종류의 일본 음식으로는 가마보코, 한펜, 치쿠와, 사츠마아게, 쟈코텐 등이 있다. 일제 강점기에 사용된 공식 명칭은 가마보코였다.
 
그럼에도 오뎅이 한국에서 어묵을 대체하는 단어로 정착한 것은 시대적 상황과 언어적 특성에 기인한다. 1930~1940년 대 신문기사나 소설에는 오뎅이라는 음식이 더러 등장한다. 당시만 해도 오뎅은 일본 요릿집에서나 먹을 수 있는 고급 음식이었다. 서민들로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임에 분명했다. 더군다나 오뎅은 가마보코보다 발음하기도, 기억하기도 쉬웠다. 어묵이 일반화되자 대중들은 고등어구이에 '고갈비'라는 명칭을 붙이듯 가마보코 대신 오뎅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편 어묵이라는 단어는 대수리, 생선떡, 생선묵 등을 거쳐 1980년대부터 정착했다.
 

■ 부산어묵의 역사가 곧 한국 어묵의 역사
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로 조선은 부산항을 개항한다. 개항과 더불어 많은 일본인이 부산에 정착했다. 부산을 관할하던 부산부청은 1910년 부산시 중구 부평동에 전국 최초의 공설시장인 '부평시장(지금의 부평동시장)'을 개설한다. 대지 1천176평에 건평 311평의 목조건물에는 실내 125개, 실외 137개의 점포가 있었다. 1915년 부산부청에서 발간한 '부평시장월보'에는 당시 주요 거래 품목의 하나가 가마보코였으며, 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점포가 3곳이 있었음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어묵에 대한 최초의 공식 기록이다.
 
▲ 1910년대 부산 부평시장. 부산 사람이 1946년 세운 최초의 어묵공장 '동광식품'도 부평시장에서 출발했으며, 1950년 영도구 봉래시장에서 설립된 '삼진식품'과 '환공어묵'이 삼각구도를 이뤘다. 사진 출처=부산일보
부산 사람이 세운 최초의 어묵공장 역시 1946년 부평동시장에서 시작한 동광식품이다. 1950년 영도구 봉래시장에 삼진식품이 설립되고, 1950년대 초반에는 동광식품과 삼진식품의 공장장 출신이 합작한 환공어묵이 설립된다. 동광-삼진-환공의 3각 구도에서 기술자들이 포진해 있던 환공어묵이 승리를 거둔다. 환공어묵이 부산어묵의 대명사 격이 된 것은 이때부터다. 1994년 부도가 난 환공어묵은 새 주인을 맞아 ㈜환공식품으로 법인 전환을 하고 김해시 진영읍 의천리로 공장과 본사를 옮긴다. 부산어묵을 대표하던 회사의 본사와 공장이 지금은 김해에 있다는 사실 또한 흥미로운 대목이다.
 
1960년대 들어 부평동시장을 중심으로 영진, 효성, 미도, 대원 등의 어묵공장이 잇달아 들어서고, 1970~1980년대 어묵이 값싼 단백질 공급원으로 각광받자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 어묵시장이 연간 8천억 원 규모로 급성장하자 현재는 대기업 식품회사가 직접 공장을 설립해 생산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어묵의 50% 이상이 경기도에서 생산된다.
 

■ 생육과 연육
▲ 일본 오뎅가게의 가마보코 국물요리. 한국의 어묵과는 달리 다양한 요리 형태로 발전했다.
어묵은 거의 모든 흰살생선으로 만들 수 있다. 이 생선살을 으깬 것은 생육이라 한다. 어족자원이 풍부했던 과거에는 다양한 생선이 어묵의 재료로 사용됐다. 조기, 갈치, 명태 등을 비롯해 돔, 눈볼대, 쥐치 등도 인기 어종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들 생선은 어묵은 고사하고 그냥 먹기에도 부담스러운 '몸값'을 자랑한다. 따라서 최근에는 극히 일부 업체에서 그것도 소량으로 풀치(갈치 새끼), 깡치(조기 새끼) 등을 사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재 어묵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대부분의 재료는 연육이다. 연육은 1960년 일본 홋카이도의 수산시험장이 명태의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식품 소재다. 연육은 생육과 같은 원리로 만들어지지만 나트륨과 방부제 등의 첨가물을 넣고 급속냉동을 시킴으로써 장기보관이 가능하다. 모든 생선을 연육으로 만들 수 있지만 한국에서 주로 소비되는 어종으로는 명태, 실꼬리돔, 갈치, 메퉁이, 잡어 등이 있다.
 
연육은 생산업체에 따라 6~12단계의 등급이 있다. 색이 하얗고, 탄력이 좋고, 수분과 불순물이 적을수록 고급품으로 분류된다. 연육의 활용 범위는 의외로 다양하다. 어묵은 물론이거니와 게맛살, 새우맛살, 가리비살, 쥐포, 소시지, 햄버거 등 생선살을 주원료로 하는 대부분의 식품에 사용된다.
 

■ 어묵의 맛?
어묵은 생육이나 연육을 갈아 부재료를 배합하고 성형의 과정을 거친 뒤 튀기거나, 찌거나, 구워서 완성되는 비교적 단순한 공정을 거친다. 따라서 맛의 포인트 역시 명확한 편이다.
 
우선 완성된 제품의 속살이 흰색일수록, 연육의 함량이 높을수록, 그리고 연육의 재료로 쓰인 생선의 명칭을 표기한 제품일수록 고급 어묵이다. 보통 저가의 어묵에는 60% 내외 혹은 그 이하, 고가의 어묵에는 75% 이상의 연육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연육을 100% 가까이 사용한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연육의 품질과 함량이 제품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에는 어묵보다는 게맛살이 더 확실하다. 저가의 게맛살과 고가의 게맛살은 흰색의 선명도, 탄력, 부드러움 등이 확연하게 차이난다.
 
탄력 역시 어묵의 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포인트다. 이를 위해 밀가루나 고구마, 감자전분 등을 섞는다. 저가의 어묵일수록 다량의 밀가루를, 고가의 어묵일수록 소량의 전분을 섞는다. 밀가루의 함량이 많을수록 식감이 퍽퍽하다. 생선 함량이 줄어드니 당연히 조미료의 사용량도 늘 수밖에 없다. 이를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국물에 '입수'하기 전과 후의 부피 차이와 밀가루 함량은 비례한다. 그리고 꼬치어묵의 경우 꼬챙이에서 어묵이 잘 빠지지 않을수록 밀가루 함량이 높다고 보시면 된다.





박상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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