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문제이고 해법은 무언가

온라인서점 무료배송·할인 융단폭격
독서율 하락·상권변화 등 얽히고 설켜
지자체의 지역서점 지원 부족도 한몫
허점 투성이 도서정가제 개정 서둘러야


김해시에서 가장 오래된 향토 책방인 동아서점이 문을 닫는 바람에 이제 김해는 '참고서 서점' 외에 진정한 의미의 '책을 파는 서점'은 보기 힘든 현실에 직면했다.
 
김해시서점조합연합회(이하 서점조합)에 따르면 1994년 전국의 서점 수는 5천700개에서 올해 1천 700개로 줄었다. 이 가운데 김해시에 있는 중소서점은 모두 24곳이다. 김해시 인구는 52만 명으로 15년 전(30만 명)과 비교하면 12만 명이나 늘었지만, 김해 서점의 수는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인구 대비로 하면 서점이 줄었다고 봐야 한다. 이마저도 교양서적이 아닌 학생 참고서를 주로 파는 서점들이 대부분이다.
 
김해 서점 몰락의 원인은 전국적 현상과 똑같다. 서점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고 yes24, 인터파크, 알라딘 등 온라인서점에서 무료배송, 할인판매를 내세워 소비자를 끌어들이면서 2000년부터 지역서점의 매출부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서점의 도서진열 비율은 대개 참고서와 교양서적이 3대 7로 이뤄졌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 상황이 역전돼 참고서와 교양서적을 8대 2의 비율로 진열해야 그나마 서점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해가 갈수록 국민독서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꼽았다.
 

▲ 한때 김해에서 가장 번화했던 서상동 거리에서 책의 향기를 전해주던 동아서점이 폐업을 앞두고 있다. 더 이상 신간도서는 입고되지 않고 서가는 점점 비어간다. 박나래 skfoqkr@
동아서점의 폐업은 이같은 시대적인 변화 외에도 김해의 상권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해의 주요 도로였던 가락로에는 동아서점 외에도 교학사, 능력서점, 문예당, 오복당 등이 있었다. 그야말로 서점거리였던 것이다. 그러나 서점이 하나둘 씩 사라지고, 도시개발에 따라 상권이 내외동으로 옮겨가며 마지막 남아있던 동아서점마저 문을 닫게 된 것이다. 한 때는 김해 최대의 번화가였지만, 어느새 외국인들이 더 많이 오가는 거리가 되어버린 곳에서 서점이 버티기는 어려웠다.
 
김해 서점들의 운영난에는 김해시의 부족한 지역서점 지원도 한몫 했다. 김해시 회계과 관계자는 "매달 450만 원 가량을 김해 서점 6곳에서 분할 구매해 도서관에 납품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점조합 입장은 조금 다르다. 서점조합은 "김해시에 책을 납품하는 서점은 1~2군데밖에 안 된다. 이마저도 1년에 한 두 번씩 100만~200만 원 가량만 거래한다. 나머지는 김해에 사무실만 둔 마산업체와 거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통 1만 원짜리 책 한 권을 팔면 2천500원이 남는다. 하지만 김해시에 책을 납품하면 남는 게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서점조합연합회는 지역서점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도서정가제 법률 개정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도서정가제는 출판사가 정한 도서 가격보다 싸게 팔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도서정가제에서는 발행일로부터 18개월 미만 도서는 19%까지 할인할 수 있다. 발행일로부터 18개월 이상인 도서와 사전 등 실용서, 초등학습참고서, 국가기관 등에서 구매하는 도서는 무제한 할인이 가능하다.
 
지난 1월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은 이를 바로잡고자 도서정가제 개정 법률안을 내놨다. 개정안은 최대 19%였던 할인율을 10%로 제한하고, 할인도서를 정하는 기준도 삭제됐다. 또한 모든 도서에 도서정가제를 적용하는 안이 포함됐다. 서점조합 관계자는 "도서정가제 곳곳에 뚫린 허점 때문에 오프라인 서점의 피해가 컸다. 도서정가제 법률 개정만이 앞으로 지역서점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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