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한국에 와 고생 끝 5천만 원 저금
귀국 후 아파트 임대·식당 사업으로 성공

지난 4일 서상동 김해이주민선교회에서 환한 표정의 필리핀인이 열띤 강연을 실시하고 있었다.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 40여 명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의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사람은 김해에서 이주노동자로 열심히 일해 돈을 모은 뒤 조국에 돌아가 식당과 인터넷 카페를 열어 성공을 거둔 바비스 르나토(39) 씨다. 그는 이주 노동자의 성공 귀향 비결을 전수하기 위해 선교회의 초청으로 김해를 다시 찾은 것.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에서 고생하면서 돈을 많이 모아 귀향하더라도 본국의 낮은 경제적 여건과 가족 갈등 때문에 다시 한국행 비행기에 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르나토 씨는 이런 이주 노동자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성공적 귀향의 사례로 손꼽힌다.
 
르나토 씨가 한국에 처음 온 건 차가운 바람이 불던 지난 2004년 1월 11일이었다. 그는 원래 필리핀에서 기계 장치 기술자로 일했다. 아내, 두 아들과 행복하게 살았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해도 수입은 넉넉하지 못했다. 마침 한국과 필리핀 사이에 고용 허가제 양해각서가 체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한국에서 열심히 일해 600만 원을 모아 필리핀으로 돌아오겠다는 굳은 다짐을 가지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처음에는 창원시 팔용동에 있는 회사에서 일하게 됐어요.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한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임금체납이나 차별 등은 모르고 살았어요, 처음 1년 동안은 월급 200만 원 중 생활비 15만 원을 제외하고 모두 필리핀 가족에게 보냈죠. 1년 후 휴가를 얻어 필리핀으로 갔더니 가족이 보낸 돈을 다 써버렸더라구요."
 
휴가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예전처럼 아내에게 돈을 다 보내지 않겠다고 마음 먹고 한국에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월급 200만 원 중 30만 원만 필리핀을 보내고 15만 원으로 한 달을 생활했다. 나머지는 모두 은행에 맡겼다. 그렇게 6년 동안 일해서 5천만 원을 모았다.
 
2010년 필리핀에 돌아간 그는 사업을 시작했다. 아파트 임대 사업에 이어 식당과 인터넷 카페 운영에도 나섰다. 사업은 그리 쉽지 않았다. 음식 재료를 사기 위해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났다. 식당 일로 하루종일 바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밤 9시나 돼야 일을 마칠 수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고국에 돌아간 뒤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웠어요. 그래도 막상 고향에 돌아가니 막막했죠. 한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 보니 오히려 조국이 더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두 아들을 위해서 빨리 적응을 해서 미리 세웠던 계획을 실천하며 열심히 살아야 했죠."
 
한국에서 모은 자금과 성실성을 앞세운 그는 이제 필리핀에서 안정을 찾았다. 카페, 식당 수입과 아파트 임대료로 월 400만 원 이상을 벌고 있다. 그는 자신의 강연을 마치면서 이주노동자들에게 간절히 당부했다.
 
"일을 새로 시작할 때 나이는 신경 쓰지 마세요. 늙고 젊음의 절대 기준은 없습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술을 마실 시간과 돈이 있으면 은행에 가서 저축하세요. 이주 노동자 신분으로 오래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고국에 돌아갔을 때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단기, 장기 계획을 세워 늘 미래를 위해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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