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궐선거가 두 달도 더 남았지만 '김해을'로 향하는 세인들의 이목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 지역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잠들어 있는 봉하마을을 끼고 있는 선거구이기 때문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영향으로 김해을은 경남에선 유일하게 민주당이 연거푸 두 번씩이나 국회의원을 배출한 곳입니다. 한나라당은 이번만은 '텃밭'을 내줄 수 없다고 벼르고 있는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노무현 정신' 계승을 내세우며 수성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든 야당이든 후보 만들기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형국입니다.

한나라당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에게 끈끈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이 위치한 지역 특성 상 야당에 맞서 김 전 지사 외에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중국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김 전 지사는 지금까지는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섣불리 불려 나와 패배할 경우 정치적으로 회복하기 힘든 치명상을 입을 것이 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해 총리 후보까지 올랐다가 청문회에서 여러가지 흠결이 드러나 중도 하차한 마당에, 한나라당의 기대처럼 경쟁력이 있을지도 사실 의문입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김해 출신 예비후보자들이 '낙하산 공천'에 반발하고 있는 것도 큰 부담입니다. 한나라당 소속 예비후보자 6명은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중앙당의 '김태호 영입' 방침을 강력히 규탄한 바 있습니다. 김 전 지사를 공천할 경우 자칫 한나라당의 전선을 분산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야당은 후보 단일화란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할 입장입니다. "정치 하지 마라"는 노 전 대통령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의 적통'을 차지하기 위한 정치적 싸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을 후보로 내세울 모양입니다. 손사래를 치던 김 국장도 최근 출마 결심을 굳힌 듯합니다. 민주당은 여차하면 무소속으로라도 김 국장을 출마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반면 국민참여당은 노 전 대통령 농업특보를 지낸 이봉수 경남도당 위원장을 반드시 야당 단일화 후보로 내야 한다고 발끈하고 있습니다. 참여당은 민주당의 '김경수 카드'를 '참여당 죽이기'로 규정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참여당은 오는 3월 12일 전당대회를 아예 김해에서 치를 계획입니다. 유시민 당 대표 후보는 전당대회 이후 김해에 상주하며 이봉수 후보를 지원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참여당이 김해을에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 지역이 가지는 정치적 상징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민주당부터 봅시다. 차기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꼽히는 손학규 대표로서는 김해을을 차지함으로써 영남지역 교두보를 반드시 마련해야 합니다. 김해을은 참여당으로서는 전국정당화의 길로 가는 '중원'입니다. 비록 한나라당에 지는 한이 있어도 민주당에는 이겨야만 합니다. 그래야 향후 야권통합 논의 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이는 민주당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치권에선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이미 물건너 갔다고 보는 시각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처럼 김해을을 차지하기 위한 각 당의 고차원적 '정치놀음'은 뜨겁기만 하지만 정작 지역민들의 시선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김해시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중앙 정치권의 '수 싸움'만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가난, 전세난, 구제역 대란에 서민들의 하루살이는 팍팍하기만 한데 정치가 이들을 달래주지 못하니 그럴수밖에요. 김해을의 표심이 어디로 흘러갈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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