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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국 남방불교 전래설의 중심 … 홀로 선 소나무 '부처의 그늘'(43) 불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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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3.05.21 12:16
  • 호수 124
  • 12면
  • 최원준 시인 /문화공간 '守怡齊수이재' 대표(report@gimhaenews.co.kr)

   
▲ 장쾌하고 시원하게 뻗은 불모산 줄기와 운무에 휩싸인 웅천 앞바다.
창원터널 위 불모산 임도 따라, 봄볕 속 상점령을 오른다. 구불구불 자갈길에 자동차는 파도에 흔들리는 일엽편주처럼 출렁출렁 요동을 친다. 심한 경사에 바퀴는 자꾸 헛돌고, 임도는 이리 구불 저리 구불, 제 몸을 뒤틀며 산으로 오르고 있다. 불모산을 오르기 위해 상점령까지 차로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한참을 뽀얀 먼지를 끌고 오르자 오른쪽으로 전망이 트이며 멀리 용지봉 능선과 산허리의 큰 너덜이 그 웅자를 드러낸다. 그때 즈음에서야 상점령의 당산나무가 얼핏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 산행은 김해의 영산(靈山), 불모산(佛母山)을 오른다. 불모산은 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모(佛母)의 산'이다. '불모(佛母)'란 '부처의 어머니'란 뜻. 그리고 '승려를 낳은 어머니'란 뜻도 가지고 있다. 이 불모를 칭송하기 위해 붙여진 산 이름이 불모산이다.
 
용지봉과 불모산 줄기가 만나는 고개, 상점령을 들머리로 해서, 바위쉼터, 654m봉, 헬기장, 임도 합류지점을 지나 불모산 정상에 올랐다가, 임도삼거리에서 제비꽃 지천인 임도를 따라 상점령으로 하산하는 코스다.
 
   
▲ 용지봉과 불모산, 김해와 창원을 오르내리는 고개인 상점령에 있는 소사나무. 당산나무로 보호받고 있다.
상점령은 용지봉과 불모산, 김해와 창원을 오르내리는 고개이다. 상점령에 당산나무가 두 그루 있어 '당고개'라 부르기도 했고, 장유에서는 '장유고개'라 부르기도 한단다. 그리고 보니 상점령 고개에 소사나무 두 그루가 울타리로 보호받고 있다. 나무 아래에는 제단이 있는 걸 보니 제를 올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들머리부터 불모산의 영험을 보는 것만 같다.
 
불모산 등산로로 산행을 시작한다. 숲으로 들자마자 풀냄새가 확~ 끼친다. 상쾌한 기분에 마음이 편해진다. 길가로는 발에 채이듯 철쭉꽃과 개옻나무 순, 제비꽃 등이 흐드러지게 지천이다.
 
불모(佛母)를 찾아 오르는 길에는 온갖 생명들이 수미산을 받들 듯, 푸르디푸른 기운으로 뒤척이고 있다. 지난해 생명들 밑으로 올해의 생명들이 꼬물거리고, 잠들어 있던 것들 사이로 기지개를 켜는 것들이 세상을 깨운다.
 
산을 오를수록 생명의 기운은 더욱 점입가경이다. 곳곳에서 고사리들이 잎을 활짝 열고, 각양각색의 들꽃들이 자지러진다. 새소리도 특이하게 지저귀어, 이곳이 '불모(佛母)의 산'임을 속살거리는 것 같다.
 
오솔길과 계단길이 교대로 길을 내며 산은 높아져 간다. 더덕 줄기가 덩굴을 뻗으며 꽃들을 피워 올린다. 왔던 길을 뒤돌아보니 용지봉의 여러 봉우리들이 버티고 서 있다. 능선의 암릉구간도 보이고, 계곡마다 너덜도 앉아 있다. 그 너덜 위로 구름 두어 점, 무욕의 땅으로 가는 부처처럼 가벼이 흘러간다.
 
적당한 오름세의 고개를 계속 오르다 보니 곧 바위쉼터. 창원시가지가 연무 속에 어렴풋이 조망된다. 오솔길을 타고 계속 오른다. 길은 푸근한 어미의 품처럼 평화롭고 다사롭다. 그 길 따라 모든 나무들이 푸른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연달래 연분홍꽃이 자지러진다. 가만 보니 길 주위로 모두 연달래꽃 군락이다. 마음마저 연분홍 꽃물에 젖어든다.
 
곧 654m봉. 봉우리에는 벤치 하나 한가로이 앉아 있고, 그 옆으로 금강송 한 그루 그늘을 만들어 나그네를 부른다. 잠시 앉아 이마의 땀을 식히자니 어디에선가 금강경 한 구절 청명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다. 소나무 숲 사이로 오솔길이나 있다. 제각각으로 자란 노송들이 그들 나름의 인생의 굴곡 따라 휘고 굽은 채 편안하게 늙어가고 있다.
 
헬기장을 지나 계속 길을 재촉한다. 편안한 능선길이 시작된다. 능선 따라 불이 난 흔적이 역력하다. 아직도 뜨거운 상처의 흔적은 지우지 못하고 있는데, 그래도 생명의 봄은 불 탄 자리에서도 색색의 풀꽃들을 키워내고 있는 중이다.
 
   
▲ 불모산 정상 이정표. '가짜 정상'으로 불린다.
시야가 조금 트이니 멀리 불모산 봉우리와 화산이 보인다. 길을 잠시 내리다가 곧이어 임도와 합류를 한다. 이정표에는 불모산 등산로라고 표기되어 있다. 임도에 내려섰다 바로 다시 산길로 접어든다. 로프가드를 잡고 산을 오른다.
 
멀리 낙남정맥 마루금이 편안하게 흐르고, 용지봉 능선과 신정봉, 대암산 능선이 물결치듯 일렁이고 있다. 길은 계속 오르막. 왼쪽으로 조망이 열리면서 화산 정상과 산줄기가 환하게 열린다. 그 밑으로 장유 시가지가 펼쳐지고, 용지봉 산줄기와 합쳐지는 곳에 창원터널로 향하는 도로도 보인다.
 
마지막 급박한 비탈을 오르길 몇 분. 불모산 정상 갈림길 이정표가 보인다. 정상까지 300m를 가리킨다. 이후 편안한 오름세의 길이 따르고, 주위의 노송들도 따뜻한 햇볕 받으며 한가롭기만 하다.
 
곧이어 불모산 정상 이정표에 닿는다. 원래의 정상은 통신시설이 차지하고 있어 출입을 할 수가 없다. 해서 이곳 이정표를 정상으로 삼는데, 산꾼들은 이곳을 '불모산 가짜 정상'이라고 부른다. 그들의 큰 아쉬움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부처가 머무는 산에 중생들이 다다르기 힘들 듯, 지금의 불모산도 타의에 의해 통행을 방해받고 있으니 아이러니 할 뿐이다.
 
불모산(801m). 부처나라 아유타국의 공주였던 허황옥과 연(緣)이 닿은 산, 우리 불교가 인도에서 바닷길을 통해 가락국으로 전래 되었다는, '가락국 남방불교 전래설'의 중심에 서 있는 산이다.
 
또 '가락국 설화를 간직한 산'으로, 허왕후의 열 왕자 중 일곱 왕자가 승려가 되어 불심을 널리 살핀 바, 그들의 어머니인 허왕후를 '불모로 칭송했다' 해서 불모산이란 해석도 있다.
 
   
▲ 정상 부근 송신탑 철조망. 이곳이 원래 정상이다.
정상 이정표의 바위 전망대에 서니, 정상에 송신탑이 보이고 창원으로 뻗은 불모산 줄기가 끝없이 이어져, 안민고개와 장복산과 맞닿아 있다. 창원 시가지와 진해구 시가지, 그리고 웅천 앞바다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이정표 위 봉우리에 서자 대암산, 용지봉, 화산 능선이 길게 이어진다. 그 장쾌함이 남다르다. 가던 길을 계속 가다보니 정상 주위로 철조망이 처져 있고, 그 뒤로 송신탑 몇 개가 우뚝 솟아 있다. 철조망에는 불모산 정상에 서고자 염원하는 산악회의 리본들이 색색으로 펄럭이고 있다.
 
철조망을 접하여 길을 낸다. 발아래로는 철조망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양지꽃과 개별꽃 군락이 앞다투어 꽃을 피우고 있다. 곧 헬기장이 나오고 이어서 통신시설 정문이 보인다.
 
   
▲ 불모산 정상 부근의 소나무. 옆으로 뻗은 가지와 나무 그늘이 불심의 산을 홀로 품고 있는 듯 하다.
정문 옆으로 멀리 진해구의 시루봉이 젖꼭지처럼 오똑 솟아 있다. 잘생긴 소나무 한 그루, 홀로이 불모산 정상부의 바람을 맞고 섰다. 더 자라지 못하고 옆으로 뻗은 품이 모진 세파를 겪었음을 웅변하고 있다. 시멘트 도로 따라 길을 내린다. 편안하게 화산 방면으로 임도를 따른다. 길섶으로는 딸기덤불이 우거지고, 하얀 꽃들이 올망졸망 알알이 맺혀 있다. 바람소리가 나무숲 사이로 쏴~쏴~ 파도소리를 낸다.
 
오로지 먹먹한 바람소리만 들으며 가는 길이다. 불현듯 외롭다는 생각이 적막한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다. 홀로이 산길을 돌아들며 바람과 햇볕과 함께 가는 길. 그렇게 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임도 삼거리에 닿는다. 화산 쪽 공군부대 이정표와 방송국 송신소 안내판들이 어지러이 서 있다. 화산은 삼거리에서 멀찍이 쳐다보고 작별을 고한다. 이곳 또한 정상이 출입금지 구역이라 이곳에서 눈인사를 하고 이별을 하는 것이다.
 
   
▲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처럼 우뚝 솟은 고사목.
상점령 임도로 길을 잡는다. 임도가 제법 넓다. 터덜터덜 길을 내린다. 산벚꽃도 흩날리고, 괴불주머니꽃도 흐드러진다. 때늦은 진달래와 철쭉이 사이좋게 피고지고, 미나리냉이와 양지꽃 군락은 예쁜 꽃밭을 만들어 놓았다.
 
산등성이를 이리 돌고 저리 돌며 길을 간다. 한 등성이 휘돌아들 때마다 꿩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바위 틈새로 고사리들 한들거리고, 하늘에는 구름 몇 개 무심히 흘러간다. 이 봄날, 모두들 한가롭고 게을러지는 시간, 적막강산의 호젓한 산길을 하염없이 내리고 있는 것이다.
 
어느새 길섶에는 각종 제비꽃들이 피고지고 있다. 허투루 볼 때는 몰랐는데, 불모산은 여러 가지 다양한 제비꽃들의 천국이다. 일반 보라색 제비꽃을 비롯하여, 몸집이 작은 왜제비꽃, 희고 노란 꽃의 흰제비꽃, 노란제비꽃, 자주알록제비꽃, 털제비꽃 등등… 지천으로 피어오른 자잘한 제비꽃들로 온산에 꽃 사태가 졌다.
 
제비꽃과 함께 임도를 내리다 보니 들머리인 상점령에 도착을 한다. 이렇게 산을 쉬엄쉬엄 오르내리고 난 후, 다시 불모산 쪽을 쳐다본다.
 
불모산. 가락국의 설화와 불교의 융숭함이 깃든 산. 그런데도 이 봄날, 김해의 영산 '불모산'이, 왠지 쓸쓸하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나 어쩌랴? 나그네는 그저 끄덕끄덕 속세로 발길을 돌릴 뿐인 것을.


   
 




최원준 시인 /문화공간 '守怡齊수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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