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 미제라블'에서 주인공 장발장의 딸 코제트를 사랑하는 마리우스는 민중혁명에 참가할지를 놓고 고민한다. 코제트가 아버지를 따라 파리를 떠날 예정이었던 탓이다. 하지만 그는 골목에서 광장을 향해 울려 퍼지는 혁명가를 듣고 코제트를 따라가려던 발길을 돌려 혁명대열에 뛰어든다. 프랑스 혁명의 상징가인 '민중의 소리가 들리는가'의 정신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비록 혁명은 결과적으로 민중의 삶을 제대로 바꾸지 못했지만, 이후 지도자들이 눈과 귀를 닫을 때마다 질타하는 역할을 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혁명가가 아니라 언론이 지도자와 유권자의 소통을 도와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해뉴스>는 '모두까기 인형'이라는 우스갯소리의 주인공이 될 정도로 권력을 감시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왔다고 자부한다. '하드 파워'는 52만 명이지만 '소프트 파워'는 15만 명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김해시정의 현실을 타개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주 <김해뉴스>는 지난 14일 김해시의회에서 벌어진 일을 분석해 보도했다. 당시 시정질문 현장은 품격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지는 김해시 집행부의 맨살이 그대로 드러난 자리였다. 시민의 대표인 시의원이 시정에 대해 질문을 하는데 담당 국장들은 무성의한 답변만을 이어갔다. 김맹곤 시장은 마치 잠을 자듯 줄곧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써온 글만 읽고 가 버렸다.
 
김해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노비즈밸리 산업단지 특혜의혹을 보도한 <김해뉴스>의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언로'를 아예 막아버리자는 '하중하(下中下)'의 대책이다. 김해시가 동남권 중심도시로 발전하겠다는 구호는 말뿐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성경의 누가복음을 보면 말만 앞세우는 율법학자들에게 "가서 그렇게 하라!"고 예수가 일침을 주는 장면이 나온다. 예수는 강도에게 가진 것을 다 빼앗긴 사람을 도와준 이는 율법학자들이 아니라, 그들이 천시하는 사마리아인이었다고 꼬집는다.
 
그렇다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김 시장은 행동하는 사마리아인이 될까, 아니면 말뿐인 율법학자로 남게 될까. 김 시장은 3년 전 지방선거에 야권 통합후보로 나왔을 때만 해도 눈과 귀를 열겠다고 약속했던 인물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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