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서부경찰서 '힐링방송' DJ팀

"이솝우화의 작가 이솝은 '동료가 쓰러지면 동료의 짐도 우리 어깨 위에 올라간다'며 동료의 소중함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하루는 바쁜 업무로 잊고 지냈던 옛 동료에게 힘내라는 문자 한 통 보내는 건 어떨까요? 지금까지 친절소통 메신저였습니다."
 
아침 8시 45분 잔잔한 음악이 교훈적인 내용과 함께 김해서부경찰서에 울려 퍼진다. 지난 1월 25일부터 시작한 '힐링 방송'이다. 일상에서 느꼈던 소소한 깨달음, 책에서 발견한 좋은 글귀가 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직원들의 귀를 즐겁게 만들어 준다. 이른 아침 경찰서를 찾은 사람들에게도 미소를 선물한다.
 
힐링 방송은 문을 열고 들어서기 어려웠던 경찰서를 조금 더 편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시작했다. 교통관리계, 여성청소년계, 경무계 등에 소속된 경찰 19명이 메신저를 자청해 매일 아침 방송을 한다. 디스크 자키를 꿈꿨다는 경무계 류채훈 경장은 "경상도 사투리를 버리고 최대한 표준어를 구사하려고 하다 보니 말이 꼬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어릴 적 꿈을 이렇게나마 이룰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방송 초창기만 해도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평소에는 짧게 느껴졌던 5분이라는 시간이 방송을 할 때만큼은 50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실수도 잦았다. 방송 전날 밤 인터넷을 뒤져가며 열심히 방송멘트를 작성했지만, 정작 방송 당일 아침 PD의 실수로 음악만 나가고 멘트가 나가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베테랑처럼 능숙하게 마이크 앞에 앉아 차분히 멘트를 읽어간다. 메신저들의 말이 끝난 뒤엔 클래식부터, 가요, 팝, 트로트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신청곡이 울려 퍼진다.
 
3개월이 지난 지금은 신청곡 요청이 쇄도해 점심시간까지 이용해 음악방송을 하곤 한다. 경무계 최옥주 경장은 "방송을 하고 난 뒤 직원들과 마주쳤을 때 '오늘 방송 참 좋았다'라는 말을 들으면 쌓인 피로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직원들의 칭찬 한 마디에 힘이 나 더 좋은 글귀와 음악을 찾게 된다. 특히 서장에게서 온 '잘 들었어요"라는 문자 한 통은 정말 큰 힘이 됐다"며 웃었다.
 
메신저들의 바램은 한 가지다. "업무에 지친 직원들에게 힘을 북돋아주고, 사건사고에 치인 지역민들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미소 전도사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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