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설거지 하고 여유로운 시간, 롯데 야구를 보며 혼자 신나 함성을 지르며 TV를 시청하는 신랑을 남겨두고, 딸래미랑 바람 쐬러 나왔다.
갈 곳을 정하지 않고 나온 길, 우연히 들른 이곳. 나보다 딸래미가 신났다.
계단 아래 작은 방이 아지트가 되었다. 엄마 안 찾고 노는 게 신기하다.
이렇게 일기 남길 시간도 주다니…. 재미난 쌀롱, 감사합니다."
한 주부가 '재미난 쌀롱'의 일기장에 적어놓고 간 감상이다.
커피를 마시고, 조각케잌과 쿠키를 먹고,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고, 기타를 치고, 책을 읽고, 그림을 감상하고, 구석구석 재미난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한 공간에서 이 모든 걸 다 해볼 수 있다면? 이런 특이한 카페가 최근  내동 1070-10에 자리 잡았다. 김해문화의전당 후문 건너편 법조타운 골목길 안에 위치한 '재미난 쌀롱'이다. 사람들은 '잼싸'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 '재미난 쌀롱'을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한 4인방. 이들은 재미난 쌀롱에서 닉네임으로 통한다. 왼쪽부터 쌀롱언니, 노을, 광석이, 하라. 박정훈 객원기자 poonglyu@naver.com

서울 홍대 거리처럼 만들고 싶은 4인방
인테리어 소재 끌어모아 손수 석달 작업
미니북카페와 국악공연 위한 대청마루
기타교실·스냅사진관·커피공장·화단에
한뼘 갤러리까지 …"재밌게 놀면 돼요"

■ '재미난 쌀롱'을 만든 사람들
어느날 네 사람이 의기투합했다. 화가인 '쌀롱 언니(김혜련)'. 지난 3월, 부산의 '갤러리 마레'에서 개인전을 열었을 때 선보인 작품들을 잼싸 안에 걸었다. 기타리스트 '하라(김충도)'. 잼싸에서 '하라기타교실'을 열고 있다. '광석이(류하식)'. '플라타너스 스냅 사진'을 맡아 고객이 원하는 사진을 멋지게 찍어 줄 예정이다. '노을(김판수)'. 커피감정사로서, 잼싸에서 '엘빈 스페샬티 커피 랩'을 열고 있다. 커피를 연구하고 판매도 한다.
 
네 사람은 잼싸에서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한몸이 된다. 잼싸의 인터넷 카페 '잼싸(cafe.daum.net/funnysalon)'의 회원들도 안 입는 옷, 신발, 의자 등을 기증했다. 잼싸를 만들 때는 회원들이 짬을 내 노력봉사도 했다.

■ '재미난 쌀롱'이 만들어진 과정
잼싸는 건물 주인이 "우리 공간을 통해 이 일대를 서울 홍대 거리처럼 문화와 예술이 넘치는 곳으로 한번 만들어보라"고 제의한 데서 출발했다.
 
먼저 인테리어를 다시 해야 했다. 원래의 시설을 뜯어내야 하는데 전문업체에 게 인테리어를 맡길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때 사진작가 김용주 씨가 트럭과 일체의 장비를 빌려주겠다고 했다. 네 사람은 비용을 아낄 수 있겠다 싶어 김 작가의 제의를 덥석 받아들였다.
 
아뿔싸, 그게 고생의 시작일 줄이야. 전문업체가 했더라면 2주 안에 끝낼 수 있었던 일을 3개월여에 걸쳐 손수, 몸으로 부딪쳐 가면서 해결해야 했다. 인근 주민들이 "도대체 뭘 하는데 아직도 공사 중이냐"며 궁금해 할 정도였다.
 
이 와중에 화가인 '쌀롱언니'가 쏟아낸 각종 아이디어, 가끔은 황당하기 그지없는 그 아이디어를 '하라'가 현실로 구체화 하느라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
 
이 인테리어 공사 진행과정은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3개월여 동안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되다시피 했다. 이러다 보니 다양한 아이디어가 수시로 제시됐고, 그걸 다 수용하다보니 일은 점점 더뎌졌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재미있는 또 하나의 과정이었다. 이 과정의 '화룡점정'은 판화가 주정이 화백의 조언이었다. 정식오픈을 앞둔 어느날 잼싸에 들른 주정이 화백이 천정을 비롯한 몇 군데를 더 짙은 색으로 다시 칠하라고 조언했다. 비닐로 실내를 모두 덮고 다시 페인트칠을 한 후에야 비로소 잼싸는 완공을 맞았다.

■ '재미난 쌀롱' 속의 '재미난 공간'

▲ 책 한 권 꺼내 들면 도서관이 되는 '미니 북카페'.
△미니 북카페:입구 왼쪽에 있는 공간이다. 소설, 예술서 등 인문서적이 주로 꽂혀 있다. 한 권 뽑아들고 창가 테이블에 앉으면 더 없이 행복한 도서관이 된다. 잼싸 일기장에 자신의 감상을 적어보거나, 다른 사람의 사연을 들춰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숨어있기 좋은 방:미니 북카페 아래에 있는 작은 방. 건물 2층으로 난 계단 아래를 활용한 공간이다. 다락방처럼 작은 방인데 혼자 들어가 책을 읽거나 살짝 졸아도 좋겠다. 부모님과 함께 잼싸를 찾아온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어린 시절 비밀스러운 공간을 꿈꾸었던 어른들도 탐을 내는 공간이다. 드나들 때는 몸을 최대한 숙여야 한다.
 
△대청마루:국악 공연이 목적인 잼싸의 실내 공간이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앉아 차 한 잔 마시노라면 정신이 짠 하고 맑아질 것 같다.
 
▲ '하라 기타교실'. 기타 연주 레슨도 받을 수 있다.
△'하라기타교실' '광석이 사진관':잼싸 입구에서 마주보이는 곳이다. 따로 문을 달아 기타를 배우러 오거나,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고객들을 배려했다. 문을 닫아버리면 저 안에서 무슨 재미난 일이 벌어지고 있나 궁금해지는 공간이다. 문을 열고 나오면 음악 공연을 염두에 둔 실내공간, 중앙무대이다.
 
△엘빈커피:중앙무대 뒤로 돌아가면 '엘빈 스페샬티 커피 랩'이다. 이곳에서 잼싸의 고객들을 위한 커피를 생산한다. 좋은 커피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뜻에서 만든 '커피공장'이다.
 
▲ '실패한 너와집' 한쪽 벽은 원피스로 장식됐다.
△실패한 너와집:중앙무대 오른쪽 구석에 자리잡은 또 하나의 오두막집. 너와지붕은 강렬한 빨간색이다. 작은 오두막 안에는 테이블이 딱 한 개 있다. 연인들이 속삭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다.
 
△편안한 테이블:한 번 앉으면 일어나기 싫을 만큼, 내 집처럼 편안한 의자와 테이블이 자리했다. 거기에서 책을 읽든, 글을 쓰든, 뭘 하든 그건 자유.
 
△한 뼘 갤러리:입구 밖에서 잼싸를 바라보면 오른쪽에 갤러리가 있다. 유리너머, 밖에서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그림을 바꿔 걸 계획이다.
 
△작은 화단:입구에 화단이 있다. 꽃을 좋아하는 회원들이 꽃을 직접 심었다. 길 가던 시민들이 잼싸를 한 번 더 바라보게 하는 힘을 가진 꽃들이다. 잼싸는 이 화단에 조만간 보리를 심을 예정이다.

▲ '재미난 쌀롱' 입구의 작은 화단.

■ '잼싸'를 즐겨라!
잼싸를 만든 네 사람은 잼싸를 각각 이렇게 정의한다. "잼싸는 놀이다.(쌀롱 언니)" "잼싸는 웃음을 주는 곳이다.(노을)" "잼싸는 작은 기적이다.(광석이)" "잼싸는 눈물이다.(하라)"
 
"이탈리아 남부지역에는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두 잔 값을 지불하면 가난한 사람이 그 바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카페 소스페조'라는 풍습이 있어요. 잼싸는 그처럼 즐거움과 행복을 나누고 싶어 만든 공간입니다. 잼싸에 와서 재미있게 즐기다 가세요. 그 즐거움과 행복을 주변에 널리 퍼뜨리면서 살아가는 거, 재미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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