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동화명대교 근처 '대동기러기'의 주메뉴인 장어구이.

소금구이의 육질과 공들인 밑반찬
경험과 지식이 조화 이룬 장어구이정식

자극성 강한 홍어 톡 쏘는 맛 매혹적
미식가들도 인정하는 찜·애탕 일품


▲ 권육상 대표.
부산~김해경전철㈜(BGL) 권육상(57) 대표는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다. 출근 전 아침에 경전철을 바라보며 해반천 길을 뛰는가 하면, 퇴근후에는 '핫요가'라고 하는 비크람 요가를 한다. 음식도 아침밥은 직접 요리를 해서 먹고, 저녁밥은 회식이 아니면 피하는 편이다.
 
권 대표의 주변 사람들은 그가 추천하는 밥집은 정말 먹을 만하다고 말한다. 깨끗하면서 맛도 좋은, 간단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상식을 지키는 곳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권 대표에게 <나와 맛집>의 대상을 골라달라고 했더니, 음식 종류별로 몇 군데를 추천했다. 그중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은 곳이 '대동기러기' 식당이다.
 
권 대표에 따르면 '대동기러기'는 좋은 밥집의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시설이 호화스럽진 않지만 깔끔하고, 요리가 요란하진 않지만 보기 좋으며, 서비스는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결정적으로, 맛이 밥값에 비해 참 착해서 계속 찾게 된다고 했다. 이곳의 살림살이를 이끌어가는 주징청(여·49) 대표는 20대 때부터 수십 년간 생선과 나물을 만지며 음식을 팔아온 경험이 있다. 또, 여러 대학을 다니며 관련 공부도 부지런히 하는 노력파다.
 
권 대표는 "대동기러에는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남다른 내공이 있다. 한마디로 경험과 지식이 조화를 이룬 맛"이라고 표현했다. 장어구이 정식을 시켜 보니 소금구이의 육질과 공들인 밑반찬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방풍나물 무침만 봐도 2~3년 전부터 숙성시킨 것이고, 갈치조림 아래에 까는 깻잎도 정성을 기울인 흔적이 보인다. 이밖에 맛깔난 김치에 오이지를 응용한 토마토지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내온 게 없다.
'대동기러기'의 주 메뉴는 장어와 홍어다. 보존성이 떨어지는 여느 음식들이 그랬듯, 둘 다 옛날에는 산지에선 흔하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존재감 없는 생선이었다. 이제는 교통이 좋아져 수요가 폭증한 탓에 고급 음식이 되어버렸으니, 음식에도 '귀천'이 있는 세상이다.
 
▲ 홍어찜.
모양과 맛이 독특한데다 양식이 어려운 장어와 홍어는 미식가들에게 신비로운 존재다. 장어는 필리핀 북부의 아주 깊은 바다에서 태어나 새끼 상태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전 세계의 강을 향해 헤엄치는 놀라운 지구력을 자랑한다. 양식을 할 때는 이 새끼 뱀장어를 잡아서 하는데 같은 무게의 금과 맞먹는 가격이라고 한다.
 
생긴 대로 바닥에 붙어서 생활하는 홍어는 첨단장비가 통하지 않아 잡기가 어렵고 그때마다 운에 맡겨야 한다. 흑산도 홍어를 경매로 사려면 0을 6자리로 부르는 게 예삿일일 정도로 귀하다.
 
권 대표는 "식당을 한두 번 가서 마음에 들면 주인과 대화를 해보고 친해지면 주방도 살펴본다"며 "대동기러기는 가족에게 계속 먹일 수 있는 요리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전했다. 또, "외식 인구가 많이 늘어났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너무 많다"며 "이를테면 탄 음식을 먹으면 암에 걸리기 쉽다고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먹는 정도로는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식당 기구의 기름기가 세제와 결합했을 때 훨씬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 홍어애탕.
이날 권 대표는 지자체가 지역음식문화 발전에 기울이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나타나냈다. 그는 "음식은 계속 부딪쳐가며 생각하고 노력하면 노하우가 생긴다. 나도 시행착오 끝에 김치찌개에 넣는 돼지고기의 경우 삶기 전에 소주를 넣어서 볶으면 맛이 좋다는 것을 알았다"며 "전국의 대다수 지자체가 대표 음식점을 발표만 해놓고는 사후관리를 잘 하지 않아 여행을 가서 먹어보면 불편할 때가 있다"고 꼬집었다.


▶'대동기러기'는 대동화명대교 근처에 있으며, 주차가 가능하고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장어구이 정식이 3만 원, 홍어정식이 2만 원, 장어탕·홍어애탕이 만 원, 청국장·추어탕이 7천 원이다. 장어와 홍어를 두루 맛보려면 3만 8천 원 하는 코스요리가 괜찮다. 장어와 홍어를 못 먹는 사람이라도 다른 요리가 먹을 만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055-335-6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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