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미처 제설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김해시 동상동 한 언덕길에서 트럭 한대가 거북이 걸음으로 운행하고 있다.

기상대 관측 이래 김해지역에 가장 많은 양의 눈이 쏟아졌으나 제설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 때문에 눈이 자주 내리지 않는 지역이라 하더라도 평소 철저한 재난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해시 재난안전관리과에 따르면 시가 폭설에 대비해 갖추고 있는 제설장비는 살포차 1대와 덤프트럭 2대가 전부다. 시는 폭설이 내린 지난 14일 이들 장비와 민관에서 동원한 덤프트럭, 트랙터 등 90여 대를 시내 주요도로 제설작업에 투입했지만 도시 전체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상대 관측 이래 최대 폭설로 간선도로까지 마비
거북이 제설 도심 한때 마비…"집 앞 눈은 스스로"

이로 인해 주택가 이면도로와 골목길은 10cm가 넘는 눈이 쌓여 사람도 제대로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방치됐다. 특히 폭설 다음날까지도 간선도로의 제설작업도 마무리되지 않아 통행차량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인접한 부산시내 간선도로가 깨끗이 정비된 것과는 큰 대조를 보였다.
 
그런데도 김해시는 인력 부족으로 보유한 염화칼슘 7천435포대 가운데 800포대를 제때 사용하지 않았고 모래주머니 9천 개는 그대로 남겨 놨다.
 
창원으로 출·퇴근을 하는 박진호(68·장유면) 씨는 "작년에 눈 왔을 때도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생했다"며 "제대로 된 제설 매뉴얼을 가지고 시가 작업을 하는지 의문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해시청 홈페이지에도 시의 '느림보 제설작업'을 질타하는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시민 안모 씨는 "지난 15일 오전 8시 50분께 거북이 주행으로 부산 북구 지역에 도착하니 차량 통행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의 상황을 보면서 김해시의 제설작업이 너무 엉망인 것 같아 시민의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는 글을 올렸다.
 
직장인 김모 씨도 "도로 사정이 어려울 것을 예상하고 일찍 출발해서 출근을 해 보니 제설작업이 진행된 구간이 거의 없었다"며 "어제 내린 눈과 밤새 얼어버린 빙판길이 출근 차량이 몰리는 시간이 되면 극심한 정체가 예상되는데 무슨 문제가 있냐"며 따져 물었다.
 
시 도로관리계 김환선 계장은 "김해지역도 적설량에 따라 1, 2, 3 단계로 나눠 제설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사실 1천700여 명의 시청 공무원들이 김해시 전체를 관리하기에는 어려움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시민들이 '내 집 앞 눈 치우기'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내 집 앞 눈치우기를 강제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법안 통과 이전에 시민들이 자율방재 의식을 갖고 집 주변에 쌓인 눈을 치우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눈이 자주 오지 않는 경남의 경우 눈 치우기가 익숙하지 않고, 예전에 비해 반상회 활동 등이 시들해져 주민들이 함께 뜻을 모으기도 쉽지 않다.
 
김해시 내동의 김진숙(53) 씨는 "시에서 눈을 치울 수 있는 장비 등을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 재난건설관리과 문창규 계장은 "제설장비를 집집마다 공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주민들이 빗자루 등 간단한 장비를 동원해 자기 집 앞 눈을 치워주면 시 차원에서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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