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문화
거장의 풍모 보여준 혼을 담은 연주리뷰-피아니스트 백건우 공연
  • 수정 0000.00.00 00:00
  • 게재 2010.12.14 17:50
  • 호수 1
  • 12면
  • 황효진 기자(atdawn@gimhaenews.co.kr)

   
▲ 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연주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

새까만 피아노 몸체 위에 핀조명이 비춰졌다.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무대 왼쪽의 출입문을 주목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무대로 등장했다.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였다.
 
지난달 말.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서 백건우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렸다. 부모와 함께 온 초등학생에서부터 노부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객들이 객석을 메웠다. 백건우의 피아노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모두들 들뜬 모습이었다.
 
공연 1부는 라벨의 곡들로, 2부는 쇼팽과 리스트의 곡들로 구성됐다. 백건우는 인사를 마치자마자 라벨의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Valses Nobles&Sentimentales)'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라벨의 전문가'라 불리는 그의 연주는 정말이지 대단했다. 기자는 총 7곡의 왈츠와 에필로그로 구성된 이 곡을 듣는 내내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상상했다. 백건우는 백건우대로 음 하나하나에 온 마음을 다해 '보살피며' 치는 듯한 특유의 연주 기법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이어진 '샤브리에 풍으로(A la maniere de Chabrier)'와 '보르딘 풍으로(A la maniere de borodine)'도 좋았지만, 1부의 클라이막스는 '밤의 가스파르(Gaspard de la nuit)'였다. 라벨의 곡 중 가장 몽환적이고 음울하며, 로맨틱한 어려운 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백건우는 지난 1972년 뉴욕에서 이 곡을 처음 녹음했는데, 이때 연주를 들은 음악평론가 프레드 밀러는 이렇게 극찬한 바 있다.
 
"그의 '밤의 가스파르' 연주는 정말 특출한 것이며, 템포와 역동감, 그리고 전체적인 뉘앙스에 있어서 거의 완벽에 가깝다."
 
특히 '물의 요정 (Ondine)'은 실제로 물방울이 반짝이는 풍경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섬세했다. 마치 흥미로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그 이야기에 빠져들듯이 이날 공연장에서는 실존하는 시간과 공간은 멈추어 버렸고, 오직 백건우의 연주가 펼쳐놓는 시간과 공간만이 존재했다.
 
2부는 쇼팽의 '야상곡 작품 9의 1번(Nocturne Nr.1 Op.9-1 Bb minor)'과 리스트의 '샘가에서(Au bord d'une source)'로 채워졌다. 1부보다는 좀 더 대중적인 곡들이었다. 그러나 백건우는 단 한 순간도 관습적인 연주에 기대지 않았다. 심지어 곡과 곡 사이의 '무음'조차 자신의 감정대로 연출해 내는 듯 했다.
 
백건우는 총 6번의 커튼콜을 받았다. 관객 중 일부는 기립박수를 치기도 했다. 황홀한 밤이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황효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김해 율하이엘주택조합 6명 무더기 실형김해 율하이엘주택조합 6명 무더기 실형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비밀글로 설정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