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 표방
닭가슴살·야채 샐러드 아삭 담백
신선 해산물 부드러운 크림 스파게티 '스콜리오'
화덕에 구운 이탈리아 정통 피자
지중해 섬에서 맛보는 듯

"맛있는 음식으로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시칠리아'가 있죠!"
 
김해여성복지회관 장정임 관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맛집을 추천해 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망설임 없이 이렇게 답했다.
 
'시칠리아'가 위치한 서상동 90-5 일대는 일제시대 때 김해의 만세시위가 열렸던 읍내 시장거리였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김해 최고의 번화가였다. 지금은 김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외국인거리이다. '종로길'로도 불린다.
 
장 관장은 '시칠리아'를 "가족들과 함께 오는 곳, 김해로 온 손님들을 모시고 가는 곳, 그리고 늘 편안한 마음으로 소풍을 가듯 찾아가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시칠리아'에는 'Ogni giorno'(온니 죠르노. '날마다 변함없이'라는 의미)라는 작은 간판이 하나 더 붙어 있다. 주인의 마음이 담긴 단어이다.
 
'시칠리아'는 2002년 5월에 문을 열었다. 서상동에서 나고 자란 신형욱(46) 사장은 김해고와 동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경남도 공무원으로 일하던 중 승진을 앞둔 어느날 돌연 사직하고, 이 레스토랑을 열었다. 이탈리아 여행 중 시칠리아에서 맛본 음식에 반해 직접 음식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 대목은 장 관장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장 관장 역시 "이탈리아 여행 중 맛본 '환상적인 핏짜'의 맛을 '시칠리아'에서 다시 맛본 뒤, 이 레스토랑에 반해버렸다"고 말한다.
 

어느날 갑자기 공무원 직을 그만두겠다는 아들의 계획에 놀라서 어머니가 극력 반대했지만, 신 사장은 이탈리아에서 맛본 맛있는 음식을 고향 김해에서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꿈을 향해 걸어갔다. 모아둔 돈으로 레스토랑을 차리는 것이 아니라, 식당 주방에서 야채 다듬는 일부터 시작했다. 가장 기초적인 일부터 하나하나 배우고, 뷔페에서 서빙을 하는 일도 했다. 승진을 앞두고 있던 동료가 갑자기 호텔 뷔페 종업원이 된 걸 우연히 본 공무원 동료들이 놀란 적도 있단다. 그런 과정 끝에 문을 연 '시칠리아'는 김해 최초의 스파게티 전문점으로 유명세를 누렸다. 한때는 인제대점, 내동점 등 김해 전역에 10여 개의 체인점이 있었을 정도였다. 김해에 기업형 패밀리레스토랑이 들어온 지금도 '시칠리아'를 기억하는 김해 시민들은 여전히 많다.
 
장 관장은 4인 기준의 세트메뉴를 주문했다.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다. 먼저 샐러드 '뽈로'가 나왔다. 각 메뉴마다 붙여진 이름은 신 사장이 직접 붙였다. 일단 사진부터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몇 장을 찍어대는데, 신 사장의 동생인 신은희(44) 씨가 다가와 "뽈로는 가져왔을 때 바로 먹어야 가장 맛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뽈로'는 매콤달콤한 닭가슴살이 야채와 어우러진 샐러드이다. 닭가슴살은 부드럽게 씹혔고, 가늘게 채친 양배추는 아삭아삭했다. 스위트콘은 달콤했고, 편으로 얇게 쓴 아몬드는 고소한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크림소스 스파게티 '스콜리오'가 식탁에 올랐다. 홍합, 새우, 바지락 등 신선한 해산물과 부드러운 크림소스 맛이 일품이었다. 피자 '마레'가 나오자 장 관장은 "이탈리아 여행에서 맛보았던 그 '환상적인 핏짜'와 똑같은 맛"이라며 한 조각 집어들었다.
 
'시칠리아'에서는 이탈리아의 정통 피자를 맛볼 수 있다. 미국식 피자의 도우에 비해 이탈리아식 피자는 도우가 얇다. '마레'는 얇은 도우에 양파링, 홍합, 바지락, 새우, 오징어, 스위트콘을 토핑으로 올려 화덕에서 구워낸다. '시칠리아'는 개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화덕에서 구운 피자를 내놓는데 기름기가 없고 담백하다. '마레'는 홍합과 바지락의 껍데기에서 조갯살을 발라내 놓고, 핫 소스를 뿌린 다음, 손으로 돌돌 말아 들고 먹으면 더 맛있다.
 
'시칠리아'는 대부분의 기본 재료를 이탈리아에서 수입해 오지만, 야채와 해산물은 부원동 새벽시장에서 사온다. 장 관장은 "항상 신선한 재료들이 가득한 새벽시장의 맛이, 이탈리아 음식을 김해에 뿌리내리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 문을 연 자리에서 10년이 넘도록 한결같은 마음과 맛을 지켜온 '시칠리아'는 김해의 문화와 예술을 위해서도 많은 후원을 해왔다"며 "가난한 김해의 문화예술인들에게 큰 언덕이 되어주었던 '시칠리아'가 이 거리를 지키고 있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시칠리아'는 김해외국인거리(종로길을 중심으로 한 동상동·서상동 일대), 서상동 90-5 (주)부영 건물 2층에 있다. 서상동이나 동상동의 공용주차장을 이용해 차를 세워두고 조금만 걸어가면 된다. 매월 첫째 주 월요일은 쉰다. 단품메뉴만 맛보러 간 것이 아니라면 세트메뉴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나폴리세트(2인분 기준/샐러드, 스파게티, 커피나 음료 2잔) 1만 9천 원 △피렌체세트(2인분 기준/샐러드, 피자, 커피나 음료 2잔) 2만 1천 원 △시칠리아 세트(4인분 기준/샐러드, 스파게티, 피자, 커피나 음료 4잔) 055-321-9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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