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수곱돌콩나물생삼겹살을 찾은 색동어머니회 최정화 전 회장이 맛의 비결은 콩나물이라며, 취재는 뒤로 미뤄두고 맛부터 보라고 재촉하고 있다.
조선 숙종 때 임금에 진상된 각섬석
내열성 강해 고기 얹으면 노릇 쫄깃
부추·깻잎·특제양념 콩나물무침 가득
야채 육수 양파소스 상큼하고 시원
깻잎·무·마늘·고추 장아찌도 제맛


김해 색동어머니회 최정화 전 회장을 오후 4시에 만났다. 점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늦고, 저녁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그와 함께 가기로 한 곳은 지내동 '장수곱돌콩나물생삼겹살'이었다. 장수곱돌? 생삼겹? 상호만으로 봐서는 곱창과 삼겹살이 주 메뉴인 식당인 것 같았다. '삼겹살을 먹기에는 애매한 시간 아닌가'라고 생각하면서 지내동으로 향했다.
 
최 전 회장이 오후 4시를 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유치원에서 동화 구연 특강을 마치고 나면 이 시간쯤이 되는데, 그러면 배가 출출해진다고 한다. 또 사람이 없는 늦은 오후에 가면 더 편안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어서 그런다고 한다.
 
최 전 회장은 지난 4월 삼방동 칠암도서관에서 연극공연을 한 뒤 이곳에서 식사를 한 번 했다. 그 때 이 식당의 음식에 반한 뒤론 자주 찾고 있다고 한다.
 
"식당 분위기가 동네 사랑방처럼 소박한데다 고기 맛이 좋아 자꾸 찾게 되더라고요. 이 집 맛의 첫 번째 비결은 불판에 있어요."
 
그의 말을 듣고 불판을 살펴봤다. 여느 식당과 달리 돌이 불 위에 얹혀 있었다. 이 식당의 유정애 사장은 "우리 집 불판은 장수곱돌(각섬석)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곱돌은 전북 장수군에서 생산되는 각섬석을 말한다. 조선 숙종 때 임금에게 진상된 것을 계기로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장수곱돌은 다른 석재에 비해 내열성이 더 강하다고 한다. 자연석이라서 코팅이 전혀 안 되어 있다 보니 중금속 함유량도 0%다.
 
전주비빔밥과 돌솥밥이 한국의 고유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이유도, 열 보존도가 높은 장수곱돌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유 사장은 전했다.
 

한편, 장수곱돌에서 구우면 고기가 서서히 익고, 오므라들질 않는다고 한다.

장수곱돌이 어느 정도 달궈지자, 유 사장이 콩나물과 삼겹살을 담은 접시를 들고 온다. 넘칠 만큼 수북한 콩나물이 눈에 띈다. 다른 삼겹살집에서도 콩나물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렇게 접시 가득 나온 경우는 잘 보지 못했다. 눈이 절로 휘둥그레졌다. 최 전 회장은 "이 식당의 두 번째 비결은 콩나물인데, 부추와 깻잎을 넣고, 유 사장이 만든 특별한 양념을 버무린다"고 설명했다.
 
달궈진 장수곱돌 불판 위에 삼겹살, 콩나물, 김치, 마늘이 나란히 놓였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에 침이 꼴딱 넘어간다. 최 전 회장이 노릇노릇 잘 구워진 삼겹살을 지목하더니, 이 식당에서 특별 제조된 양파소스에 찍어 먹어야 한다며 삼겹살을 양파소스 위에 얹어준다.
 
"고깃집에서는 고기의 질은 물론 소스도 중요하잖아요. 양파소스는 어느 고깃집에서나 다 제공되는 평범한 재료죠. 하지만 여기서는 야채를 끓인 육수에 양파, 간장, 고추냉이를 넣어 손님에게 제공합니다. 소스가 정말 맛있어서 이것만 계속 먹을 때도 있어요."
 
최 전 회장의 말에 따라 양파소스를 먹어보니 상큼하고 시원하다. 상 위에 올라온 다른 밑반찬들도 유 사장의 정성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새콤이'라 불리는 밑반찬으로, 깻잎과 무를 겹겹이 쌓아 직접 담근 장아찌가 있다. 마늘, 고추장아찌도 매년 식당에서 직접 담그는데, 양이 많지 않아 특별한 손님이 올 때만 내놓는다고 한다.
 
고기는 익어가는데 먹지는 않고 취재수첩만 붙들고 있는다며 유 사장이 타박을 하더니 급기야 "취재는 그만하고 빨리 먹으라"며 고기 한 점을 싸주었다. 새콤이 위에 잘 익은 삼겹살 한 점과 콩나물, 마늘을 얹어 싼 쌈이다. 새콤달콤하게 절인 깻잎 장아찌의 향과 함께 아삭한 콩나물이 삼겹살의 맛을 더해주었다.
 
그런데, 불판이 뜨거워지자 실내가 더워졌다. 유 사장은 정말 더운 날 외에는 에어컨을 틀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비리, 밀양 송전탑 사건 등을 보고 난 뒤, 에너지 절약운동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장수곱돌은 열을 오래 보존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에어컨을 틀어도 가게 안은 찜통이 돼요. 에어컨을 틀어도 너무 덥다는 손님에겐 얼음주머니를 갖다 주면서 에너지 절약 운동에 동참하자고 부탁해요."
 
이번에는 최 전 회장이 볶음밥을 주문했다. 남은 고기와 콩나물을 먹기 좋게 잘게 자른 뒤, 양념한 밥을 곱돌 위에 올렸다. 밥을 적당히 볶은 뒤, 얇게 펴서 곱돌에 남은 잔열로 바삭하게 구워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배는 이미 삼겹살로 다 차버렸지만, 고소하고 바삭한 볶음밥에 자꾸만 손이 갔다.
 
"상 위에 오르는 음식 하나하나마다 유 사장의 정성이 깃들어 있어요. 그래서 더 맛이 있죠." 최 전 회장이 만족스런 얼굴로 숟가락을 놓았다.


▶장수곱돌콩나물생삼겹살은 지내동 못안 경로당(지내동 274-1) 바로 앞에 있다. 길모퉁이에 있어 안동을 지나 지내동으로 가다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식당 앞에 주차장이 있다. 주 메뉴는 삼겹살. 1인분 가격은 칠레산 5천 원, 국내산 6천 원이다. 055-312-7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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