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 삼방동에 위치한 가야랜드가 적자경영으로 주말과 휴일에만 운영하는 등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김영섭(38·김해시 내동) 씨에게 올해는 뜻깊은 해다. 큰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돼 드디어 학부형이 되는 데다 4월 초면 결혼 10주년이 된다. 김 씨 부부는 아이가 입학하기 전에 가족 여행을 계획했다. 따로 휴가를 내기 힘들어 주말 동안,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 놀이공원을 다녀오기로 했다. 6살 난 작은 아이가 사자, 곰, 호랑이 등을 실제로 본 적이 없어 동물원도 일정에 넣었다.
 
그러나 김해시는 물론 인근 부산, 창원, 양산 인근 지역 어디에서도 김 씨가 만족할 만한 여행지가 없었다. 동물원과 놀이공원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찾아낸 곳이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였다. 알뜰하게 짠다고 짰지만 먹고, 자고, 시설 입장료까지 합쳐 1박2일 여행 비용이 70만 원을 훌쩍 넘었다. 엄청난 비용과 거리에 엄두를 내지 못한 김 씨 부부는 결국 여행을 포기하고 아이들에게 거짓말쟁이 오명까지 써야 했다. 김씨는 "근교에 즐길 만한 놀이공원이나 동물원이 있다면 비용이 이처럼 많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체증이 없다는 가정 하에 용인까지 차로 왕복 10시간이나 걸리고 혹시 차가 막히면 길바닥에서 시간을 다 보내게 생겨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놀이공원·동물원·물놀이장 등 시민 여가시설 태부족
지역내 유일한 가야랜드도 추가 설치·보수 없이 '흉물' 전락
주말이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 시간·경제적 비용 손실 막대

김해시가 인구 50만 명을 넘어섰지만 시민들이 여가를 즐길 시설이 태부족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제대로 된 놀이공원은 물론 동물원, 물놀이 시설 등 무엇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자족도시 김해' 구호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그나마 김해 유일의 놀이시설인 가야랜드는 현재 개점휴업 상태다. 한 때 가야랜드는 주말뿐 아니라 소풍철이 되면 몰려드는 아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꿈과 모험의 나라 대신 '모두가 기피하는 곳'이 됐다. 주말에 이 곳을 찾는 시민들은 50명이 채 안 된다.
 
1991년 개장한 가야랜드는 들어선 지 벌써 20년도 넘었지만 추가 놀이기구 설치는커녕 제대로 보수조자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야랜드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2008년부터 주말과 휴일에만 운영하고 평일에는 문을 닫는 등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가야개발 관계자는 "주말만 개장해 하루 평균 50여 명의 손님들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또 총 12종의 놀이기구 가운데 4종은 고장이 나 언제 운행을 멈췄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다른 기계도 오래돼 삐거덕거리고 고장도 자주 난다. 인터넷 포털에는 '진짜 스릴을 맛보려면 가야랜드에 가라. 언제 사고날지 몰라 스릴 만점이다'는 비야냥거리는 글들이 수도 없이 올라와 있다.
 
입구에서 골프공을 판매하는 김모(58) 씨는 "5~6년 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며 "주말에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원래 이 자리는 아이스크림이나 핫도그 등을 파는 노점상이 많았지만 손님들이 줄어들면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대신 가야랜드 인근에 위치한 골프장 손님을 위한 노점상이 등장했다.
 
또 이날 만난 대다수의 시민들은 주말이면 가야랜드가 개방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인제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혜진(22·삼방동) 씨도 "중학교 때 이후로 가본 적 없다"며 "친구들도 대부분 가야랜드가 문을 닫은 줄 안다"고 말했다.
 
놀이공원뿐 아니라 아이들이 즐겨 찾는 수영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가야랜드에서 운영하던 야외수영장이 2009년 문을 닫은 데 이어 장유에서 운영중이던 '아쿠아웨이브'마저 폐업하고 말았다.
 
삼계동에 사는 박천수(58) 씨도 "여름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갈 곳이 없다"며 "다른 지역으로 가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차도 많이 막혀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해시도 시민들의 불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김해시는 틈만 나면 가야랜드를 재정비하라며 소유주인 가야개발(주)을 압박하고 있다. 김해시 도시계획과 김무년 계장은 "현재는 수영장을 포함한 가야랜드 전체가 노후화됐기 때문에 전체 정비를 해야 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가야개발(주)로부터 재정비 계획안을 받아 주민들을 위한 여가시설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김해시의회 김형수 의원과 서희봉 의원 등은 지난해 11월 "가야개발(주)이 가야랜드에 약속했던 투자를 중단해 흉물로 변하고 있다"면서 "가야랜드를 친환경적 생태공원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가야개발(주)은 사유재산을 조건없이 환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야개발 관계자는 "사유재산을 무상으로 시민에게 내놓거나 시에 기부채납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올해 안으로 20년 가량 노후된 놀이시설을 철거해 인라인스케이트장 등 스포츠 시설을 설치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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