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의 한 중견 기업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분이다.
 
이 분이 지난달 초 부산에서 박연차 전 태광그룹 회장을 만났다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뇌물공여,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현재 수감돼 있는데, 느닷없이 부산에 나타나 의아했다는 것이다.
 
그는 기자에게 "해운대에서 다른 기업인들과 함께 박 전 회장을 만났다. 약속을 해서 만난 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던 중 우연히 조우해 2~3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땅을 살 의향이 있느냐고 물어보더라.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박 전 회장이)어떻게 나왔느냐고 물어봤더니, 귀휴를 얻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래서 '귀휴'가 무엇인지를 알아봤다. 사전에는 "'귀휴 제도(歸休制度)'는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죄수가 출소하기 직전 일정한 사유에 따라 잠시 휴가를 얻어 교도소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말하는데, 줄여서 귀휴(歸休)라고도 한다"고 돼 있었다. 법률적으로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관련 규정이 있었다. '제 77조(귀휴)-교도소장은 6개월 이상 복역한 수형자로서 형기의 3분의 1 이상이 지나고 교정 성적이 우수한 사람에게 1년 중 20일 이내의 귀휴를 허가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교도소장이 모범수에게 휴가를 주는 것이었다.
 
단, 조건이 있었다. '가족 등이 위독한 때, 질병 등으로 입원이 필요한 때, 사고로 본인, 가족 등에게 큰 손해가 생겼을 때, 그 밖의 기타 사유' 등이 그것이었다. 가족이 죽거나 결혼 등의 집안 행사가 있으면 5일 이내의 특별귀휴도 가능했다.
 
내친 김에, 박 전 회장이 어떻게 귀휴를 얻었는지 알아봤다. 법무부에 서는 박 전 회장이 수감된 교도소에 직접 확인하라고 했다. 그가 수감 돼 있는 경기도 화성교도소에 문의를 했다. 교도소 측에서는 "가족이 아니면 귀휴 여부는 물론 수감 여부조차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국회 법사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을 통해 확인을 했다. 그랬더니 박 전 회장은 지난 5월 8일 병 치료를 위해 하루 귀휴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오비이락일까? 시점이 미묘했다. '이마트건립반대추진위원회'가 외동 김해여객터미널의 용도변경 문제와 관련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한 게, 박 전 회장이 귀휴를 얻기 하루 전인 5월 7일이었다. 추진위의 감사 청구 내용 중에는 박 전 회장에 관한 것도 들어 있었다. 박 전 회장이 거액의 차익을 남기고 신세계 측에 부지를 팔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부산의 중견 기업인은 기자에게 지난달(6월)에 박 전 회장을 만났다고 말했다. 확인을 해보니 박 전 회장이 6월에 귀휴를 얻은 기록은 없었다. 이 기업인이 단순히 시점을 착각을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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