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스떼!"

가게 문을 열자 주인 라주(31) 씨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지난 17일 오후 찾은 그의 가게는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한쪽에서는 노트북으로 열심히 게임을 하는가 하면, 다른 쪽은 때늦은 점심식사가 한창이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나마스떼'라는 인사는 서글서글한 눈매에 푸근한 첫 인상을 가진 라주 씨만큼이나 정겨웠다.

그가 벌써 가게를 연 지도 3년. 지금은 어엿한 사장인 그도 처음엔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발을 내딛었다. 당시 라주 씨는 양산에서 일하며 주말이면 외국인들이 많은 김해에 자주 놀러왔다.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 그는 "당시 무작정 이 곳에서 음식장사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네팔로 돌아가 요리학원도 다녔다. 내친김에 인도 요리도 배웠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김해시 서상동에 자리한 인도·네팔 음식전문점 '나마스떼'.

하지만 시작은 그때부터였다. 밀려드는 손님에 혼자서 모든 요리를 만들기는 벅찼다. 2년 전엔 요리사를 고용하고 싶어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았다. 외국인 요리사를 고용하려면 비자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하지만 거절당했다. 라주 씨는 아직도 이유를 모른다. "한국 사람과 결혼하면 비자를 잘 받던데, 저는 그렇지 않아서 그런가 봐요." 단지 추측만 할 뿐이다.

▲ 라주 씨와 아내 나누 씨.
그는 9년 전 지금의 아내와 결혼했다. 부인 나누(28) 씨도 네팔 사람이다. 나누 씨도 남편을 닮아 인상이 선하다. "부부는 닮는다고 하잖아요." 그는 수줍게 웃었다.

이들 사이에는 7살 된 딸 도르가르(7) 가 있다. 딸은 네팔에 산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아이를 데리고 계세요." 라주 씨는 아이가 네팔어도 배우지 못한 채 한국에 오면 혼란스러워 할까 봐 잠시 떨어져 있는 거라고 했다. 딸은 아직 한국에 와 본 적도 없다.

아이가 보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라주 씨는 잠깐동안 고개를 떨궜다. 그는 다시 애써 웃으며 말했다. "매일 통화도 하고, 인터넷으로 사진도 보는데요 뭘." 그래도 딸이 그리운 아빠의 얼굴을 숨길 수 없다. 라주 씨는 "아이를 위한 선물을 사서 자주 네팔로 보낸다"고 했다. 도르가르는 한국 옷을 특히 좋아한다. 리본이 달린 공주풍 드레스는 늘 인기 만점이라고 한다.

그는 지난해 네팔에 다녀왔다. 1년에 많아야 한 두 번이다. 가게를 시작한 이후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그는 힘들지 않다고 했다. 라주 씨는 한국이 좋다고 했다. "음식도 맛있고, 자연도 아름답고, 다 말로 설명할 수 없어요. 그냥 좋아요." 그는 멋쩍은 듯 웃었다.

기회가 되면 한국인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가 알고 지내는 한국인은 예전 공장 직원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이마저도 연락을 잘 못한다. 그는 "가게에 한국인 손님들이 자주 오긴 하지만 친구가 되긴 쉽지 않다"며 "서로 문화교류도 하고 친해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은 이 뿐 아니다. "네팔에서 한국에 투자하고 싶다는 사람을 만나 식당 규모도 더 늘려가고 싶어요. 그리고 딸이 오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지 올 수 있도록 그 때까지 열심히 일을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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