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공사를 끝내고 정상 가동에 들어간 한림배수문 전경.

지난 10일 준공식 … 초당 600t 방류
화포천 직강화 등 문제는 여전히 숙제

한림면 금곡리 모정마을 주민들은 2002년 8월과 2003년 9월을 잊지 못한다. 열흘 넘게 내린 폭우와 태풍으로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사라졌기 때문이다. 손희(89) 할머니는 "아직 8월 20일, 날짜까지 기억한다. 그 때는 말도 못할 지경이었다. 집 안에 물이 장롱까지 차올랐다. 몸만 빠져나왔고 옷가지 하나 제대로 건질 수 없었다"며 끔찍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한정연(89) 할머니는 "손자 등에 업혀 높은 뒷동산까지 올라갔다. 물난리에 대피한다고 혼이 났다. 물건을 챙길 새도 없이 물이 차오르더라. 사람 안 다친 것만 해도 어디냐? 열흘 동안 집을 떠나 자식 집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정은 모정마을 뿐만이 아니었다. 장방리, 시산리, 가덕리까지 4개 지역은 12일 동안 쏟아부은 폭우와 태풍 루사로 보름 동안 침수피해를 겪어야 했다. 하루아침에 이재민 신세가 되어버렸던 당시, 주민들은 내리는 비를 원망하는 것 외에는 달리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매년 여름 집중 호우철이면 늘 홍수의 위협에 시달렸던 한림면 주민들이 앞으로는 그런 불안에서 벗어나게 됐다. 기존 한림배수문을 철거하고 새 시설을 설치한 개축공사가 최근에 끝나 새 한림배수문이 완공됐기 때문이다. 2010년 4월부터 267억 원을 들여 만든 한림면 금곡리 한림배수문이 지난달 말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1938년 설치된 옛 한림배수문에는 배수문이 4개 있었다. 1982년 1차, 1991년 2차 확장 등을 통해 배수문은 총 10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낡고 오래된데다 지반이 물 때문에 파헤쳐지는 세굴 현상까지 나타났다. 2006년 4월 정밀안전검사 결과 구조물 노후화로 전면 철거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 주민들이 한림배수문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한림배수장에서 김해시, 농어촌공사, 시공사 관계자, 한림면 이장단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이 열렸다. 한림배수문은 낙동강 물이 화포천으로 역류하는 것을 방지하고 화포천 물을 빼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폭 23.4m, 높이 5m의 3개 배수문이 설치돼 이전보다 3배 많은 초당 600t의 물을 빼낼 수 있다.
 
한림배수문 준공 소식에 인근 마을 주민들은 모두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신순악(83) 할아버지는 "이제 한림배수문이 새로 설치돼 침수 걱정을 덜었다. 마음이 한결 놓인다"고 말했다. 한림배수문 주민참여 감독관인 모정마을의 허경회 이장은 "한림면과 생림면, 진례면, 진영읍 4개 읍·면 주민들의 노력 덕분에 한림배수문 공사가 잘 마무리됐다고 생각한다. 침수피해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한림배수문의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낙동강 본류와 화포천 지류 사이의 섬을 제거하고 낙동강 본류의 높이를 5m 낮춰야만 한다. 또 하도준설공사를 통해 화포천을 직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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