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게 지내는 민주당 부산시당 윤준호(해운대기장갑 지역위원장) 대변인이 책 한 권을 보내왔다. <인생의 참스승, 선비>라는 책이었다. 언론인이니 옛 선비들처럼 청렴결백하게, 고고하게 살라는 뜻에서 보내온 것이었다.
 
책 내용 중 '백성을 위해 술과 음식을 훔치다'라는 게 눈에 띄었다. 내용은 이렇다. 고려 때 관리 지불배가 임금과 함께 식사를 했다. 지불배는 임금 몰래 음식을 훔쳐 품에 넣었다. 임금이 이를 보고 연유를 물었다. 지불배가 대답했다.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먹질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과 나눠 먹으려 합니다." 지불배는 백성에게 먹이기 위해 감히 임금의 음식을 빼돌리려 한 것이었다. 무릇 관리, 정치인, 선비는 언제 어디서나 백성의 형편과 고충을 챙겨 밥을 먹고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지난 10일 김해는 최고 기온이 33도에 이를 정도로 뜨거웠다. 김해시청 앞은 다른 지역보다 배 이상 후끈 달아올랐다. 신세계의 백화점·이마트 건립에 반대하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집회가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이날 집회에는 점포 문을 닫은 상인 300여 명이 참여했다. 일부 상인들은 항의의 뜻으로 삭발을 했다. 일부 상인들은 이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어떤 상인은 "시민이 있어야 시장, 시의원이 있다. 김맹곤 시장, 김해시의회, 우리 좀 살려 달라"고 절규했다.
 
이날 집회에는 경남도의회 이천기 의원(통합진보당), 김해시의회 이상보, 하선영, 우미선, 전영기(이상 새누리당) 의원 등 정치인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김성우 전 도의원, 임용택 전 시의회의장도 집회 현장을 지켰다. 이밖에 민주노총 가야IBS버스 지부, SSM입점반대추진위원회 등 일부 단체의 대표들도 상인들의 집회를 지지했다.
 
하지만 이들의 절규를 듣지 못하는, 아니 듣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바로 민홍철(민주당), 김태호(새누리당) 국회의원과 민주당 소속 김해시의원들, 그리고 YMCA를 비롯한 김해지역의 시민단체들이었다. 이들은 이날 집회 현장을 찾지 않았다. 이들은 그러나 다른 곳에는 얼굴을 비쳤다. 창원에서 열린 국정원 규탄 집회가 그 중 하나였다. 또 칠산서부동에서 열린 '봉숭아꽃물들이기' 행사장에도 이들은 나타났다. 무대 위에서 축사를 하기도 했다.
 
지난 8일 '이마트건립반대추진위원회'가 김해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했을 때, 한 민주당 인사가 함께 했다. 그도 신세계 반대 집회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해뉴스>가 신세계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물을 겸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며칠을 고민한 끝에 부담스럽다며 끝내 거절했다. 그는 내년에 김해시장 선거에 나올 예정이라고 하는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김해지역 시민단체들은 최근 들어 김해의 각종 현안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해뉴스>는 이 같은 사실을 지난 5월 15일자 지면을 통해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은 전통시장 상인들의 절규, 봉림산업단지 조성을 막으려는 주민들과 학부모들의 목소리에는 철저히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김해시의회에서 최근 '신세계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안이 부결된 데는 사실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김해뉴스>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특위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시의원은 대부분 민주당 출신이었다. 민주당 중앙당에서는 서민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선다는데, 김해의 민주당은 아예 역행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오히려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을'들을 적극 옹호하고 있어서 의아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서민들의 눈물 젖은 목소리를 외면하는 시민단체들, 백성을 위해 술과 음식을 훔치기는커녕 오히려 쪽박을 깨는 정치인들. 이들의 앞날이 과연 어떠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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