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의회 권요찬 부의장이 화포메기국에서 음식을 들면서 자신의 인생과 정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통마늘 얹은 12가지 재료 특제 양념
장어 넣어 졸인 듯 독특하고 진한 맛
잡냄새 없고 콩나물 부추 가득 메기국
에어컨 아래 방에서도 등줄기 땀방울


"지금, 33도래요."
 
이제 막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한 기자가 얼굴이 노래진 채 말했다. 더위에 지쳤는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고생하고 돌아온 후배를 보니 미안하기 짝이 없었다. 방금 한림면에서 장어와 메기국을 먹고 왔기 때문이었다.
 
장어와 메기는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이다. 일본에서는 장어를 장마가 끝난 뒤 한창 무더운 복날에 먹는다고 한다. 메기는 철분 함량이 많고 지방이 적은 고단백 식품으로, 더위에 지쳤을 때 먹으면 몸에 보탬이 된다고 한다.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먹도록 도와준 이는 김해시의회 권요찬(민주당) 부의장이었다. 그가 추천한 식당은 한림면 안하리 '화포메기국'(사장 김민철). 권 부의장과의 약속시간은 12시였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도 이미 식당 안에는 손님들이 적지 않았다. 미리 예약을 한 덕에 식당 안쪽 방에 들어가 앉을 수 있었다.
 
방 한쪽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식당 주인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노 전 대통령이 김해로 내려왔을 때 이 식당을 즐겨 이용했다고 한다. 직접 식당에 와서 메기국을 먹을 때도 있었고, 측근을 보내 냄비에 담아가기도 했다고 한다.
 
미리 자리를 잡고 앉아서 권 부의장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종업원이 반찬을 내왔다. 김치, 도토리묵, 풋고추, 생강절임 등이다. 반찬에서는 특별한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권 부의장이 들어왔다. 단 둘이서 밥을 먹기는 좀 그렇다면서 한림면사무소 직원들을 일부 데리고 왔다. 사실 밥은 여러 명이서 이야기를 해가며 떠들썩하게 먹어야 제격이다.
 
모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장어양념구이가 들어왔다. 양념이 매우 진해 보였다. 독특한 것은 통마늘이 얹혀 있다는 점이었다. 다른 장어집에서는 장어를 구울 때 양념을 살짝살짝 덧바른다. 그런데 이 식당의 장어는 마치 양념으로 졸인 것처럼 보였다. "마늘, 생강, 물엿, 사과 등 12가지 재료를 넣었습니다. 센 불에 1시간, 약한 불에 2시간 해서 총 3시간을 졸입니다." 김민철 사장이 양념 제조법에 대해 설명했다. 양념구이는 달짝지근하면서도 장어의 제맛이 살아 있었다. 게다가 장어에 마늘, 생강까지 들어갔으니 당연히 몸에 좋을 수밖에 없을 터.
 

▲ 메기국.
화포메기국이 문을 연 것은 80년 전이다. 김 사장의 할머니가 이곳에서 처음 장사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식당 인근에는 나루터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가는 나그네들이 적지 않았다. 할머니는 주막집을 열었다. 술도 팔았지만 장어를 주로 팔았다고 김 사장은 전했다. 당시 장어구이는 인근 화포천에서 잡은 걸로 팔았다. 이후 김 사장의 어머니가 장사를 물려받았고, 13년 전부터는 김 사장이 직접 영업에 뛰어들었다.
 
장어양념구이를 맛있게 들던 권 부의장이 맥주 한 잔을 권했다. "사실 시의원이라는 직업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피곤한 일이에요. 저녁마다 주민들을 만나 술을 한 잔씩 하다보면 한 달에 술 안 먹고 집에 가는 날이 며칠 안 될 때가 많아요." 도시의 경우 각종 행사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주민들을 만나는 일이 많지만 시골마을에서는 직접 사람을 만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권 부의장은 원래 마산이 고향이다. 진영 양지마을 출신인 부인을 만나 김해로 오게 됐다. 그의 부인은 사실 권 부의장의 경남대학교 3년 후배였다. 대학 다닐 때는 서로 몰랐는데 나중에 권 부의장의 친척 소개로 선을 봤더니 서로 선후배 사이였다는 것이다.
 
그는 고생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직장을 다녔지만 회사가 어려워지는 바람에 그만 두고 부인과 함께 양지마을 장인 댁 바로 옆으로 이사를 했다. 그 집은 빈집이어서 전세금을 아낄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손에 쥔 전세금 1천700만 원에 은행대출까지 더해 학원을 열었다. "아내와 함께 밤낮 없이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쳤죠. 아내가 교사 역할을 했고 저는 '셔터맨'에 '봉고맨'을 맡았어요. 한 2~3년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제법 돈이 벌려 있는 거예요." 이렇게 해서 번 돈으로 학원을 한 개 더 늘리고, 어린이집 사업도 시작했다. 평소 권 부의장에게서 작은 체구이지만 단단하고 깊이가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 장어양념구이.
권 부의장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장어양념구이가 어느새 다 떨어졌다. 김 사장이 이번에는 메기국을 가져왔다. 대개 메기는 맑은 탕으로 먹는 일이 많았는데 이 집 국은 찌게 같기도 하고 매운탕 같기도 했다. 어쨌든 매우 특이한 형태였다. 메기국은 진하면서도 맛이 깔끔하고 담백했다. 메기는 냄새가 많다는데 이 집 메기국은 그런 잡냄새가 전혀 없었다. 국에는 콩나물과 부추가 가득 들어 있었다. 이것들이 이 집 메기국의 포인트였다. 어떤 양념으로 국물 맛을 내느냐고 물었더니 김 사장은 '비밀'이라며 웃었다. 메기국을 먹어보니 노 전 대통령이 굳이 이 집에 냄비를 보내 메기국을 사갔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갈수록 식당 하기가 힘들어요. 메기 품질을 유지하는 데 애를 많이 먹습니다. 장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고기 질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죠. 괜찮은 메기를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김 사장은 환경이 나빠지면서 좋은 메기가 드물어졌다고 한탄했다. 옛날에는 자연산을 썼지만 지금은 대부분 전라도에서 가져오는 양식이라고 했다. 특히 7~8월에는 보양을 위해 장어와 메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 물량을 확보하기가 더 힘들다고 했다.
 
방에서는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메기국을 먹다 보니 등에서 땀이 주루룩 흘렀다. 여름에 흘리는 땀은 건강에 좋다는데, 올 여름은 무사하게 보낼 수 있을 모양이라는 생각을 했다.
 

▶화포메기국/김해시 한림면 안하리 1039. 식당 바로 앞에 널찍한 주차장이 있다. 장어 1인분 2만 7천 원, 메기국 1인분 7천 원. 055-342-6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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