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코스타리카의 한 미술작가는 개를 굶기는 상황을 연출한 작품으로 대중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가 전시장에 개를 묶어놓고 먹을 걸 주지 않자, 일부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했을 뿐, 적극적으로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작가는 어느 날 개가 굶어 죽었다고 선언했고 다른 장소에서 같은 방법으로 전시를 계속할 뜻을 밝혔다. 갑자기 반대 여론이 들끓었고, 작가는 전시장에 묶여 있는 개를 구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각종 동물단체 종사자와 정치인 등이 찾아와 사진을 찍으며 개들을 데려갔다.
 
얼마 뒤 작가는 개를 굶긴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첫 번째 전시에서 작가를 힐난했을망정, 개를 구하려는 사람이 없었음을 꼬집었다.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그제서야 이에 동조하는 척한 '기회주의'를 언급했다. 동물단체 종사자 등이 데려간 개에 인식표를 몰래 붙여놓았고, 이중 일부가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발견됐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요컨대, 작가는 철저히 계산된 일정에 따라 우리 안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조롱했던 것이다.
 
최근 4대강 사업과 내외동 신세계 대형유통점을 다룬 감사원의 행태를 보고 있으면, 코스타리카의 개 이야기가 떠오른다. 본연의 기능이 필요할 때는 침묵하고 있다가 여론이 이상해진다 싶으면 슬며시 면피용으로 움직이는 한심한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의 임기 중에는 4대강 사업에 별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황상 과다한 공사를 벌였다고 지적했다. 법적으로 큰 문제는 없으나 정황상 밀약의 소지가 있다는 게 감사원의 입장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신세계 대형유통점에 대해서는 '정황상 특혜 소지가 있다'는 상인들의 주장을 일축하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완전히 다른 말을 하고 있다. 기회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랄 수밖에.
 
사정이 이렇다면, 감사원이 앞으로 신세계 대형유통점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짐작이 된다. 지금은 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넘겼지만, 교통대란이 일어나고 전통상권이 고사한 뒤, 모두가 신세계를 손가락질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대형유통점을 이용할 때, 슬며시 면피용 감사에 들어갈 게 뻔해 보인다.
 
그렇다면 감사원이 있을 필요가 있나? 감사원은 행정기관과 공무원의 직무에 대한 감찰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부당한 권력 앞에서 신음하는 무력한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라고 만든 국가 기구가 바로 감사원이란 말이다. 감사원이 존재 이유 자체를 의심받는 상황, 이건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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