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항공기의 샌프란시스코공항 추락사고에서 구급차 교통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사망원인이야 조사를 기다려볼 일이고, 우리나라에는 구급차 교통사고 실태 파악과 사회적 논의, 대책이 없다는 사실이 훨씬 중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구급차 교통사고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미국 경찰 10만 명당 연간 사망률이 14.2명인데, 구급대는 12.7명이다. 대부분 교통사고에 기인한다. 상대 차량이나 보행자 측의 사망자는 구급대의 3배에 이른다. '궤적효과'라는 게 있다. 달리는 모터보트 뒤의 물보라처럼 구급차를 피하려던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자는 몇 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의학적 관점에서 경광등과 사이렌이 실제로 필요한 출동사례는 5%에 불과하였다. 과속으로 절약되는 시간은 대개의 지역에서 3분 미만이고, 교통이 혼잡한 뉴욕에서도 106초였다. 이송시간 절약이 생존률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했던 것이다. 구급대가 내원 사실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아 발생하는 병원 내 진료지연 시간보다도 훨씬 짧았다.
 
미국에서는 의료당국이 자료를 공개했기에 응급의학 의사들이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응급의학 의사들은 대책을 세웠다. 신고전화 접수자와 구급대가 환자를 분류해 시급한 환자의 경우 신속히 출동하지만, 비응급 환자의 경우 현장 도착시간 목표를 19분으로 잡았다. 또 경광등과 사이렌은 없다. 우리나라 소방당국은 자료를 내놓지 않으니 어떤 정책이 옳은지 알 수가 없다.
 
급한 환자를 싣고 구급차가 달리면 지나는 차량들은 당연히 길을 터 준다. 조선시대 서민들은 '대감마님 행차요' 한 마디에 급히 길을 터주다가 진창에 빠지곤 했다. 하지만, 그 행차의 이유가 모두 급한 국사는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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