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아직 건축허가 신청을 안 했죠?"

지난 18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신세계·이마트 건축허가 반대 집회'를 연 외동전통시장 상인 등 80여 명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신세계가 김해시에 백화점과 대형유통점 건축허가 신청서를 내는 바람에 생존권 수호 차원에서 서울까지 왔는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란 말인가?
 
그런데, 이 말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어처구니없게도 '서민들을 위한 정당'이라는 민주당 소속 민홍철(김해 갑) 국회의원이었다.
 
상인들은 이날 서울로 향하면서 민홍철, 김태호(김해을·새누리당) 두 국회의원에게 만나달라고 호소했다. 김해에서는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 절규를 해도 두 의원이 외면으로 일관한다는 이유로 서울 행을 결심한 터였다. 제때 대답을 하지 않던 두 의원은 이날 마지못한 듯 국회의사당 앞에 나와 상인들을 만났다. 이 과정에서 먼저 현장에 나온 민 의원이 마이크를 들고 엉뚱한 말을 내뱉었던 것이다. 순간 집회 분위기는 극도로 썰렁해졌다.
 
한 상인은 <김해뉴스>의 보도는 물론, '김해여객터미널에 신세계·이마트 건축허가 신청(경남신문)' '신세계, 김해시에 여객터미널 터 건축허가 신청(연합뉴스)' '신세계 김해 입점 중소상인 반발 계속(노컷뉴스)' 등 여러 경남지역 언론이 쏟아낸 기사를 단 한 건도 접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냐며 분을 삼켰다. 아닌 게 아니라, 민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시장 상인들이 땡볕 아래에서 절규를 하든지 말든지 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었다.
 
민 의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김해여객자동차터미널 부지의 상업적 용도변경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라는 말로 은근히 상인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신세계 문제의 핵심은 법의 저촉 여부가 아니다. 법을 빙자한 특혜 의혹의 문제인 것이다. 법 운운할 바에야 민주당은 어째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연일 물고 늘어지는 것인가? 그냥 '법대로' 관련자를 처벌하면 될 일인 것을.
 
따라서 민 의원은 법 운운하기 이전에, 박연차 전 태광그룹 회장이 신세계에 땅을 판 과정, 전격적으로 용도변경이 이뤄진 과정, 버스 공영차고지가 박 전 회장의 땅인 풍유동으로 옮겨진 과정 등등 이미 불거져 나온 특혜 의혹을 밝히는 데 관심을 보였어야 했다. 그게 정작 국회의원이 할 일인 것이다. 그리고,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는 전통시장 상인들을 따뜻하게 껴안고 도닥이면서 법이란 냉혹한 그물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게 '정치'하는 사람의 책무인 것이다. 사실 민 의원 본인도 시장에서 장사를 한 어머니와 지독한 가난을 늘 강조해 오지 않았던가.
 
김태호 의원도 다를 바 없었다. 그는 "무슨 이유인지는 더 알아봐야 하겠지만 김해시가 곧 허가를 내주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상인들이 상경투쟁까지 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고, 건축허가가 코앞에 닥쳤는데, 지금에 와서 뭘 더 알아본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그가 알고 있는 건 대체 뭐란 말인가? 이러니 유권자들 사이에서 "김태호는 서울에서 '홍어 어쩌고' 하는 발언을 무마하는 데만 정신을 쏟고 있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김맹곤 시장도 "김태호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폄하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
 
그동안 상인들의 절규에 무관심했던 두 의원은 그러나 자신들을 홍보하는 일에는 재빠른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 두 의원은 상인들을 만난 뒤 몰염치하게도 즉시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상인들을 만나 도와주기로 했다"고 글을 올린 것이다.
 
이날 상인들과 함께 서울에 다녀온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는 "김해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본 상인들의 모습은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 그 자체였다"고 전했다. 이들의 마음속에 두 국회의원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각인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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