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장애인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춘길, 이병희 씨 부부.

청각장애 부인 돌보다 봉사활동 시작
식사보조·청소 등 곳곳서 전방위 활약

"반장님. 도와주세요!"
 
김해시장애인복지관에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때맞춰 나타나는 '귀인'이 있다. 이춘길(58)·이병희(57) 씨 부부가 바로 그들이다. 반장은 남편 이춘길 씨를 부르는 말이다. 그는 컴퓨터교육반의 장애인을 도우면서 자신도 수업을 받고 있는데, 반장을 맡은 것이다.
 
부부가 복지관과 인연을 맺은 것은 부인이 청각장애를 앓으면서부터였다. 남편은 그런 부인을 위해 복지관을 알아보았다. 이병희 씨는 복지관 직원과의 상담을 통해 우울증을 떨치고 새 삶을 찾았다. 회사를 퇴직한 이춘길 씨는 아내와 함께 2010년부터 복지관에 다니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부부는 안동 한일여고 인근 집에서 삼방동 복지관까지 매일 걸어서 오간다. 손을 꼭 잡고. 오전 11시가 지날 무렵 도착하면 식당에서 식사 준비를 돕는다. 장애인들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어르신들에게 커피도 타 드리고, 컴퓨터실 청소도 하고, 누가 부탁하기 전에 먼저 나서서 손을 보탠다.
 
이춘길 씨는 처음에는 부인이 속해 있는 농아인협회 일을 도왔다. 이후 점점 영역을 넓히더니 이제는 복지관 전역을 다니면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워낙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니, 복지관에서 무슨 일만 생기면 직원들보다 '반장님~'하고 부르는 소리가 더 많을 정도다. 이제는 이 씨 부부가 없으면 복지관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직원들의 이야기다. 이때 복지관 수화통역사들이 옆에서 살짝 귀뜸한다. "'어디선가~누군가에~무슨 일이 생기면~' 짠 하고 반장님 부부가 나타나는 겁니다. 종횡무진 복지관을 누비고 다니는 거죠."
 
부부는 "우리도 복지관에 나오니까 하는 것이지 특별히 봉사한다고 내세울 게 없다. 괜히 인터뷰 요청에 응한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며 쑥스러워했다. 이춘길 씨는 "내가 남들보다 물건 하나는 더 들 수 있고, 더 잘 움직일 수 있고, 더 잘 들을 수 있으니 당연히 그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병희 씨는 최근 재봉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재봉을 배우고자 하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자신이 먼저 배우는 것이다.
 
부부는 복지관에 나오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 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청각장애인들은 수화로 이야기를 나눈다. 수화를 청각장애인들끼리는 모두 알기 때문에 두 사람만의 대화는 물론, 상담도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청각장애인 입장에서는 수화를 하는 게 공개된 장소에서 큰 소리로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작은 공간이나마 하나 더 있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부부는 복지관 시설을 장애인 입장에서 보고, 조금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넓혀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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