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동네 친구들과 낙동강에서 벌거벗고 물장난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물싸움을 하면서 물을 먹이기도 했죠. 물 속으로 잠수해 몰래 친구 다리를 잡고 넘어뜨리기도 했답니다. 누가 물 속에 더 오래 있나 경쟁을 하고, 잡기 놀이도 하고, 잠수해 멀리 가기도 했죠. 물놀이에 지치면 물가에 나와 찰흙으로 댐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물을 가득 담아 놓고 호박잎 줄기로 호스를 만듭니다. 줄기를 길게 연결해 한쪽 끝을 댐 물에 담급니다. 다른 쪽 끝에 입을 대 힘껏 물을 빨아냅니다. 그렇게 한 뒤 호스를 논에 대 놓으면 물이 계속 내려와서 논에 물을 줄 수 있었답니다. 그게 싸이폰의 원리인 줄도 모르면서 잘도 놀았던 겁니다. 아버지가 땡볕 아래서 무자위로 논에 물을 대는 것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그러다보니 논에 물대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린 시절부터 머릿속 깊이 생각하고 있었나 봅니다.(1958년 녹산 수문에서)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