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걸 시인이 반가운 손님에게 정성어린 식사를 한 끼 대접할 때 찾는 장유 신안계곡 '물소리'의 호박바비큐 상차림. 사진/김병찬 기자 kbc@
오븐에서 구워낸 오리 바비큐
단호박 속에 채워넣고 다시 구워내
베타카로틴과 식이섬유 풍부한 건강식
오리고기는 저항성 높여줘 보양식 제격
계곡 물소리 들으며 천천히 즐기는 재미

"반가운 손님이 김해를 찾아오면 모시고 가는 맛 집이 있습니다."
 
이우걸 시인(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은 외지에서 지인들이 찾아오면 장유 신안계곡에 있는 '물소리'에서 식사를 대접한다. 오리와 호박이 주재료인 음식을 선보이는 곳이다. 식당 바로 옆에 신안계곡이 흐르고 있어 '물소리'라고 이름을 지었단다. 건물이 계곡의 정취와 잘 어울려, 어디 여행이라도 온 기분이 들었다. 계곡을 따라, 야외 파티를 해도 좋을 것 같은 정자와 연인들이 다정하게 식사를 하기에 딱 어울리는 방갈로도 자리 잡고 있다. '물소리'는 한적한 분위기에서 천천히 식사를 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김해의 맛 집을 소개하는 블로그에서도 더러 다루고 있기도 하다.
 
"언론사 문화부 기자들이 취재 올 때, 절친한 문인들이 만나러 올 때, 정성 가득한 식사한 끼 대접하고 싶으면 이 집에 와서 식사를 합니다.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저 곳에서는 한 여름에 시원한 물소리를 듣고 바람을 맞으면서 모임이라도 하면 특별한 정취가 있을 것 같아요. 언젠가는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식탁에 앉으니 수저가 놓인 접시받침용 종이냅킨에 '물소리'의 주 식재료인 오리와 호박에 대한 소개 글이 인쇄돼 있었다. 음식을 먹기 전에 식재료의 효능부터 알 수 있도록 한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가 세심해보였다. 소개 글을 '소개'하면 이렇다. 호박은 옐로푸드의 대표주자이다, 호박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돼 면역력을 강화시켜준다, 눈 건강에도 도움을 주며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지방이 적다, 다이어트와 변비에 효과적이다, 베타카로틴은 암과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항산화제 성분으로서 몸에서 합성이 안 되고 식품으로 섭취해야만 한다, 오리고기는 질병의 저항성을 높여주기 때문에 예로부터 보신제로 애용돼 왔다, 불포화지방산과 각종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식품이다….
 
"무더위에 지친 몸, 몸에 좋은 음식 먹고 힘냅시다." 이 시인이 호박 바비큐를 미리 예약해 두었다.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는 음식이라 미리 예약해 두는 게 좋다고 한다. 호박 바비큐는 오븐에서 15분 정도 구운 오리를, 단호박의 씨 부분을 긁어낸 뒤 그 안에 다시 채워 넣고 오븐에서 20분 정도 더 구워낸 음식이다.
 

▲ 호박 바비큐.
'물소리'의 임영선 사장이 호박 바비큐를 들고 왔다. 큰 접시 위에 단호박이 앉았다. 별모양으로 자른 호박뚜껑 아래로 오리고기가 살짝 엿보였다. 임 사장이 뚜껑을 연 뒤 그릇 역할을 하는 호박을 세로결대로 너댓번 잘랐다. 호박이 열렸다. 호박 안에서 잘 익은 오리고기는 기름기가 빠져 마치 훈제를 한 것처럼 담백했다. 호박은 달고, 부드러운 맛이었다.
 
"오리도 맛있지만, 나는 호박이 더 맛있어요." 이 시인이 접시에 호박을 한 조각 놓고 그 위에 오리고기를 얹어 내밀었다. 오리고기를 찍어먹는 소스는, 겨자소스와 유자소스 두 가지. 달콤하고 상큼한 맛이 느껴지는 유자소스가 오리고기와 더 잘 맞았다. 곁들여 내놓은 장아찌는 고추, 마늘쫑, 마늘, 오이 등인데 오리고기를 먹고 난 뒤 먹으면 다시 입맛이 돌아 오리고기로 가는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부추와 상추로 만든 겉절이도 신선했다. 숟가락으로 잘라 먹은 호박에서는 본래의 달큰한 맛이 그대로 느껴졌다.
 
▲ 입맛을 개운하게 돌려주는 고추·마늘쫑·마늘·오리 장아찌와 생강절임.
임 사장이 곁들여 마셔보라며 직접 담근 레몬 소주를 내왔다. 상큼하고 시원한 레몬에이드에 알코올이 약간 첨가된 듯한 느낌의 가벼운 소주였다. 오리고기와 호박을 양껏 먹어 포만감이 느껴지던 차에 레몬 소주를 한 모금 마시니 속이 편안해졌다.
 
이 시인은 "호박 바비큐를 제대로 맛보려면 천천히 즐기면서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음식의 맛과 음식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을 함께 음미하며 먹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빨리 먹어치우기에는 좀 미안한, 정성과 노력과 시간이 느껴지는 음식이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정성 가득한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은 날, 미리 예약하고 가서 천천히 여유롭게 즐기기에 좋은 음식점이었다. 신안계곡의 물소리와 시원한 바람은 덤이었다.


▲ 신안계곡과 잘 어우러지도록 자연을 닮은 모양으로 지은 '물소리'의 전경.
▷물소리=장유면 관동리 신안계곡길 12-7. 주차장 있음. 055-311-5251.
▷메뉴:호박 바비큐 4만 5천 원/오리한방백숙 4만 원/오리불고기 3만 8천 원/호박밥 3만 원/연잎밥 1만 2천원/비빔밥 8천 원/냉면 8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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