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능성 소화불량은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증상이 지속되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제대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커피·담배·불규칙 식사 등
다양한 원인 단독·복합적으로 작용
증상 수개월째 지속되면 진찰 받아야
질환을 이해하고 심리적 안정이 우선
기름진 음식·과음 삼가 … 운동은 도움

음식을 먹기만 하면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고 명치 부위인 상복부가 불편한 주부 A 씨. 몇 달째 지속되는 심각한 소화불량 증상 때문에 괴로워하다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 병원에 가 검사를 받았다. 혹시나 하는 걱정 때문에 떨리는 마음으로 검사 결과를 기다렸는데,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한편으론 안심됐지만, 까닭 모를 소화불량 증상이 지속되는 통에 생활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A 씨 같은 경우 대부분 '기능성 소화불량증'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 일상생활을 힘들게 하는 만성질환
소화불량을 의학적으로 정의하자면 '위십이지장 영역에서 발생되는 증상인 식후 포만감, 조기 만복감, 위통, 속쓰림 중 한 가지 이상을 호소할 때'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소화불량이라고 하면 검사상 중요한 이상소견을 보이지 않는 기능성 소화불량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소화불량 증상은 만성적으로 나타나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흔한 질환으로서 1차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환자 전체의 5%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의료계는 분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차 의료기관에서 3차 의료기관으로 의뢰된 소화불량증 환자의 약 8~20%에서 소화성궤양, 위장관 악성 종양, 위식도역류질환, 췌담도 질환 등의 기질적 질환이 발견되고 있으며, 나머지 80~92%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 증상은 가슴뼈 아래와 배꼽 사이의 상복부에 통증 내지는 상당한 불편감이 느껴지거나, 상복부가 뜨겁고 타는 듯한 느낌, 식사 후 위에 음식이 계속 남아있는 듯한 불편감, 식사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섭취한 음식의 양에 비해 위가 가득 찬 듯한 느낌이 들고 이로 인해 식욕이 떨어져 식사를 마칠 수 없게 되는 상태, 가슴 속이 불쾌하고 울렁거리며 구역질이 나면서도 토하지 못하고 신물이 올라오는 오심, 구토, 트림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고신대복음병원 소화기내과 김성은 교수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장기간에 걸쳐 한 가지 증상이 단독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여러 가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며 "이러한 증상은 대부분 간헐적 또는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환자를 진단할 때 소화성궤양이나 위장관 악성 종양, 위식도역류질환, 췌담도 질환 등과 같은 다른 질환이 원인인지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며 "이는 기능성 소화불량과 기질적 질환을 증상만으로는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진단과 치료

기능성 소화불량의 증상들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면 자세한 진찰을 받는 게 필요하다. 우선, 빈혈 유무를 파악하기 위한 일반 혈액검사와 간담도 질환을 감별하기 위한 간기능검사, 췌장염의 감별을 위한 아밀라제나 리파아제와 같은 검사를 시행하기도 하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유무를 확인하기도 한다.
 
또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소화성궤양, 위장관 악성 종양 등의 기질적 질환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초음파 검사 역시 도움이 될 수 있다. 음식물을 삼켰을 때 이물감이나 막힌 듯한 증상을 보이는 연하곤란, 체중감소, 반복되는 구토, 위장관 대량 출혈, 빈혈, 황달, 복부 염증, 복수 등의 경고증상이 있다면 다른 심각한 질환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자세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기능성 소화불량의 원인이 복합적인 것처럼 치료 또한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기질적 질환이 원인이 아닌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진단됐다면, 일단 환자는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고 검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돼 증상이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심리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경우 '가짜 약 효과(플라시보 효과)'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
 
김성은 교수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다면 원인을 파악하고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 아니며, 위의 기능성 장애임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앞에서 언급한 일반적인 치료 방법을 사용했는데도 효과가 없다면 전문의와 상의해 증상에 따라 위산분비억제제, 제산제, 위장관 운동 촉진제, 항우울제 등을 처방받아 복용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하고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는 환자의 경우 정신과의 인지-행동치료나 최면요법을 시도해 볼 수 있는데, 불안·우울·복통 등의 위장관 증상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 증세가 있다면 기름기가 많은 음식, 탄산음료, 커피, 매운 음식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 과음과 흡연을 삼가고,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도움말=고신대학교복음병원 김성은 교수(소화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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