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직판에 설 곳 자꾸 좁아져
지역 전체 매출 매년 30%씩 감소

여기저기서 향토서점이 무너진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지난해 인근 부산에서는 문우당과 동보서적 등 대형 향토서점들이 연이어 도산했다. 부산시와 지역민들은 그제서야 부랴부랴 '향토서점 살리기'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지만, '붕괴'를 막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다.
 

▲ 안홍철 김해서점조합장.
김해지역 서점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지역 내 서점은 총 25곳. 전부 '단골손님'을 잃은 지 오래다.
김해에서 15년 동안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안홍철(50·사진) 김해서점조합장은 "몇 년 전부터 일반 단행본 및 전문서적의 매출은 급격하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관내 서점 전체 판매량은 2008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약 30%씩 감소해왔다. 특히 김해에는 도서관 시설이 잘 돼 있어 시민들이 굳이 서점에서 책을 구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나마 EBS 방송교재 및 문제집 정도가 지역 내 서점의 매출을 지탱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창원·부산 등 인근 지역 판매량의 3분의1 수준이다.
 
향토서점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출판사 직판'이다. 안 조합장은 "각 출판사가 인터넷 등을 통해 도서를 직접 판매함으로써 향토서점은 설 곳이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과정에서 출판사가 가격을 최대한 낮추기 때문에 향토서점은 가격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할인 경쟁은 막을 수 없는 대세
출판사가 공급가격 낮춰줘야 생존

"인터넷에서 책을 주문하면 집에 앉아서 받을 수 있는데 왜 굳이 서점에 오겠습니까. 가격이 싼 것도 아니고요."
 
이런 상황을 타계해보고자 지난해에는 김해서점조합과 김해시가 중지를 모았다. 자동차세 및 재산세 납부영수증에 '관내 서점 도서 5% 할인권'을 첨부하기로 한 것. 서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지만, 인터넷 서점으로 빠지는 손님들의 발길을 조금이나마 돌려보고자 제도를 시행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효과는 거의 없었다. 뿐만 아니라 할인권이 예상보다 많이 발행돼 손해까지 감수해야 했다. 결국 이 제도는 지난해 6월과 12월 두 차례 시행 후 폐지됐다.
 

과연 돌파구는 있을까. 일각에서는 향토서점이 지역민들의 '문화거점공간'이 되거나, 전문서점 체제로 변화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안 조합장은 "영세한 서점에서는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서점 체제는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서점만 해도 기술분야 서적은 판매가 되지 않아 거의 다 사라졌어요. 현재 경쟁력이 있는 분야라고 해봐야 '어학'뿐인데, 김해지역 서점들이 전부 어학전문서점이 될 수는 없잖아요. 어차피 전부 다 어학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하면 또 경쟁이 생길테고요. 문화거점 공간도 어느정도 덩치가 있는 서점이라야 가능한 사업이라고 봅니다."
 
오래전부터 '인터넷서점 당일배송'이 진행됐던 서울에서는 '서점이 문을 닫는 순간 주인은 빈털터리가 된다'는 말이 들려온다고 한다. 인터넷서점과 가격경쟁을 하기 위해 무리한 할인판매를 하다보니, 이윤은커녕 손해만 났던 것이다. 아직까지 김해에서는 문을 닫은 서점이 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비극은 가까운 미래에 닥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할인문제는 대세이기 때문에 아무도 막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향토서점도 할인경쟁에 동참할 수밖에 없어요. 다만 출판사가 향토서점 등 오프라인 소매점에도 온라인 공급가를 맞춰줘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할인을 하되 이윤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나가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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